개표 결과 제가 5위 후보면서도 2위와 근소한 차이라는 점에 이목이 쏠리더군요. 하지만 저는 13.5%라는 득표율을 가벼이 여기지 않습니다. 전세계 녹색당의 잘 나가는 정치인들 중에도 지역구에서 그만한 지지율을 올리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겁니다.
출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은 너무나 높은 벽과 너무나 많은 걸림돌을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지자 분들 중에도 잘 모르시는 분이 많겠지만 저는 이런저런 특권세력에게 미움받고 낙인찍히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제 그 4년간의 여정이 일단락되었습니다.
양당제가 지배하는 정치질서에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양쪽 사이를 오가는 탁구공에게 주어진 자유는 결국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양당제, 그것도 보수적 양당이 정치를 독점하는 나라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여럿의 상상력을 묶어두는 모든 힘들에 맞서 싸우겠습니다. 자신의 오류와 실책을 끊임없이 교정하면서 지금까지의 선택에 깔린 큰 땅을, 바람이 어디로 불든 흔들리지 않는 풀뿌리를, 이를 딛고 선 녹색을, 지키겠습니다.
그동안 열렬히 성원해주신 주민 분들, 녹색당 당원들께 고개 숙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대신 정치권력 없이도 시민의 힘으로 해낼 수 있는 일을 찾아가겠다는 또 하나의 약속을 남깁니다.
세월호 사건에서 단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한 국가가 아니라, 자신의 심신을 던져 타인을 구하고 사라져간 의사자들이 우리의 자화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시민이 승리합니다. 생명이 이깁니다. 자연은 지는 법이 없습니다.
안주찬, 김태근, 윤영철 당선자님 축하드립니다. 김정미, 경정현, 김봉권, 최을림 후보님도 모두 커다란 수고를 하셨습니다.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길고양이 한 마리가 사무실 뒷마당으로 걸어와 선거자전거를 매만지고 있더군요. 선거기간 중 이 친구 먹을 물을 받아놓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투표 종료 5분을 앞둔 오후 5시 55분, 저는 그와 다시 시작할 것을 약속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