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정리할 겸 쓰겠습니다.

안철수 현상은 모두 다 알다시피 새로움이였죠. 새누리당에 질려있었고, 김한길로 대표되는 민주당의 직업으로서의 정치인에게 더 이상 희망을 말하기 어려울 때 마치 구세주처럼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부산 출신에 도덕적으로 흠집이 없는 모습, 친숙하고 친근한 이미지, 초엘리트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모습은 쉽게 대중의 호감을 샀습니다. 적어도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전까지요.

최근 안철수는 비판을 많이 받습니다. 저는 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생각에 쐐기를 박은 것이 역사 인식도, 양비론도 아니였습니다. 그때까지 사람들은 그래도 기다려주자, 아직 기회를 주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광주에 전략공천은 뼈아픈 실책이었습니다. 이는 곧바로 안철수의 정치 생명과도 직결되었고 민주당 내부에서 문제제기 하듯이 광주에 가지 않고 다른 곳에 좀더 집중했으면 이번선거에서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받습니다. 전략 공천은 자기 사람 심는 데 쓰는 카드가 아닙니다. 반드시 승리해야 할 곳이나, 승리는 어렵더라도 의미있는 득표를 기대할 수 있는 곳에 쓰는 카드입니다. 광주는 누가 나오더라도 야권이 당선되는 곳입니다. 이곳에 전략 공천은 당내 자기 사람 심기밖에 안됩니다. 광주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고 자위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새바람은 광주에서 불어오는 것이 아니라 오거돈 김부겸에서, 경상도에서 불어오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한 전략공천은 새청치가 아니라 구정치입니다. 그래서 비판받는 것입니다. 이때 새바람이라는 것은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는 바람일 것입니다. 제 기준에 새누리당은 정의에서 한참 먼 집단입니다. 이들과 싸워서 이기는 선거가 곧 새바람일 것입니다.

아직도 사람들은 기다려보자고 말합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역사인식, 국정원 사건, 세월호, 유우성 사건, 새청치 창당 등등 단 한번도 안철수는 선명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기다려줄 만큼 기다려줬습니다. 만약 이번선거에서 안철수가 부산에 내려가 '여러분 부산의 적자 안철수입니다. 저를 도와주십시오 저를 믿어주십시오. 새바람은 부산에서 시작됩니다'라는 말을 했다면 오거돈 후보는 모르겠지만 구의원 시의원이 전패하는 일은 막을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물론 가정이지만, 안철수는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쓰지 않은 것이지요.

안철수가 야권에서 아주 귀중한 재산인 것은 분명합니다. 문재인, 안희정, 박원순 등등 지금 대권 잠룡들이 갖지 못한 장점을 갖고 있죠. 중도표를 충분히 가져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경선을 걸쳐 대권에 안철수가 나오면 당연히 저는 지지할 것입니다. 정치는 내가 원하는 지도자를 찍는 것도 정치지이만, 최악은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도 정치이기 때문입니다.

김한길에 대한 비판은 굳이 쓰지 않겠습니다. 김한길은 정치가 직업입니다. 먹고 사는 일을 정치로 해결하는 사람으로 밖에 안보입니다. 이런 사람은 정치해서는 안됩니다. 대표적으로 박근혜가 울었을 때 김한길은 박근혜의 눈물이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말입니까 방구입니까. 그 눈물에 진정성을 느꼈다는 거 자체가 넌센스 입니다.

안철수가 언제까지 양비론의 메시아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점차 그 수명이 다해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안철수를 이번에 제대로 비판하지 않으면 다음 보궐때 똑같은 작태를 보일 것입니다. 민주주의에서 절차가 부정되면 그게 민주주의입니까, 그게 정의 입니까, 그게 새정치 입니까.

안철수는 이번에 잘한거 하나도 없습니다. 비판바다 마땅합니다. 야권이 이길수 있는 선거였습니다. 너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