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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시사게를 나오면서 (원작 : 김수영 시인)
게시물ID : sisa_5287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생혼
추천 : 2
조회수 : 47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08 15:54:24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기와집 대신에 기와집의 무책임함 대신에

칠천원짜리 갈비탕이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갈비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시위자들을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언론 통제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관심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어그로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학교가 한산해지는 명절 직전의 금요일

지나가던 후배님이 청소하시는 어머님들께 드릴 선물을

고르고 있는 나를 보고 집에 올라가지 않는다고

형이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다른 후배님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선물을 고르는것과

어머님들께 감사 인사 정도나 전하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총학에 참여하면 학점이 떨어진다는 그 서슬에 지고, 아직 기본 장비조차 맞추지 못한 게임 캐릭터에의 미련에 진다

떨어지는 벛꽃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비켜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조교님에게

총장님에게는 못하고 조교님에게

청와대에게는 못하고 면접관들에게도 못하고

선비님들에게 진지 때문에 게시판 엄수 때문에 맞춤법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맞춤법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만큼 적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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