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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말,텍스트 주의]실화 - 누나
게시물ID : panic_817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필기
추천 : 19
조회수 : 4761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5/07/20 03: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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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집구조.png
모든일의 시작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그러니까 5년전 6월 중순쯤의 이야기다.
산을 깍아 지은 우리 학교는 조금 특이한 학과가 많았다.
골프캐디과, 바텐더과, 게임제작과, 그리고 내가 있던 e스포츠학과 등.. 각종 특이한 학과,,,,
특히 내가 속한 e스포츠학과는 밤에 잘하는 상대가 많다는 핑계로 학교측에 양해를 구해 밤 늦게 까지 있을 수 있었다.
대신 학교 건물 정문은 잠겨있고 뒷문으로 약간 산을 타서 나가야했기에, 꽤 으스스한 분위기를 뿜어대고 있다.
그러다보니 동기들은 밤중에 드나드는 일이 별로 없었고 정 드나들때는 겁이 없던 내가 겁쟁이라 놀리면서 동행해주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간은 새벽1시가 조금 넘었고 연습실엔 나 혼자만이 있었다.
실컷 연습을 하고 있던 나는 다음 날 강의에 필요한 물건을 바로 옆 과실에서 연습실로 옮겨야 했음을 기억해냈다.
과실은 바로 옆이였지만, 바로 그 길을 고장난 방화셔터가 막고있었다.
"하... 귀찮게.."
나는 투덜거리며 어쩔 수 없이 4층으로 돌아가야 했다. 그 때,
-뚜벅 뚜벅
선명한 구두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혹시나 경비아저씨가 순찰을 도나 뒤돌아 봤으나 내가 지나온 복도는 어두컴컴했다.
혹시나 내 발소리가 아니였나 생각도 들었지만 소리는 꽤 뒤에서 들렸을 뿐더러, 심지어 내가 신고있는 신발은 슬리퍼였기에
그렇게 선명한 구두소리가 나올리 없었다.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내가 겁쟁이라 놀리던 동기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공포가 내 몸을 덮쳐왔다.
난 핸드폰으로 음악을 틀고는 '잘못들은 거야. 절대 절대로 잘못들은거야'
라며 나를 세뇌하듯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으로 엄청난 공포를 느낀 나는 옆과실에서 짐만 챙기고 내일 아침에 움직이기로 했다.
짐은 꽤 많은 양이였고 짐을 거의 챙긴 그 때.
-딸깍, 딸깍
키보드를 세게 누르는 소리가 정확하게 두번, 내귀를 울렸다.
아무도 없을 터인 과실안에서 키보드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 난 말도 안되는 공포에 휩싸였고,
그 많던 짐을 한번에 들고는 뛰다시피 4층 복도를 뛰어 연습실에 돌아왔다.
당장 건물 밖으로 도망칠까 생각했지만 4층 복도를 지나쳐야 했기에 이내 포기하고 연습실에서 밤을 지새웠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그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루가 멀다하고 가위에 눌리는 나날. 심한날엔 30분사이에 3번이나 가위에 눌려 잠을 지새우고는 강의에 빠지기도 했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다보니 나의 얼굴은 점차 초췌해져만 갔고, 다크서클이 턱에 닿을 듯이 내려왔다.
밤이 무서웠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밤이 무서운게 아니라 잠드는 것이 무서웠다.
가위는 점차 주기가 짧아지더니 밤낮가리지 않고 잠들 때마다 나를 괴롭혀 왔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방학이 되었고 나 역시 자취방을 떠나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자취방에서 벗어나니 왠지 모를 안정감이 느껴졌고, 가위는 눌리지 않게 되었다.
단, 누나방에서 TV를 보다가 잠들 때면 어김없이 가위에 눌렸지만,
적어도 내 방에서만은 가위에 눌리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11시 조금 넘은 시간에 여자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PC방와 겜하자."
안그래도 PC방이나 가서 게임좀 할까 하던차에 나는 씻지도 않고 모자만 눌러 쓴채 집을 나섰다.
그리고는 '내가 니 연락에 바로 뛰어나가는 남자다.'라는 것을 어필하려는 듯이 나의 초췌한 모습을 찍어 보냈다.
답장은 금방왔다. 이 여자 나를 정말 좋아하는게 틀림없어. 라는 생각을 하며 답장을 확인했다.
"오빠 지금 언니랑 같이나와?"
그럴리가.... 내가 뭐하러 잘자고 있는 사람을 깨워서 PC방에 가겠는가.
"아니"
답장을 보내고 발걸음을 옮겼다. 한 10걸음 쯤 옮겼을까? 답장이 왔다.
"그럼 주변에 누구있어?"
나는 주변을 둘러 보았으나 주변에 있는 것이라고는 희미한 가로등 뿐 인기척은 전혀 없었다.
나는 불안감에 휩싸여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답장을 보내고는 뛰듯이 발걸음을 옮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그럼..... 오빠뒤에 그 여자는 누구야?"
공포에 휩싸인 나는 더이상 아무생각도 나지 않았다.
어떻게 PC방에 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고 그저 정신을 차려보니 PC방이였다.
여자친구에게 그 사진에 대해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았고,
여자친구도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그저 같이 게임만 할 뿐이였다.
밤중에 집에 들어갈 용기가 없던 나는 PC방에서 아침을 맞이 하고, 바로 누나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었다.
"누나, 이 사진에 나말고 다른사람 보여?"
누나는 의아한 표정으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누나... 내 여자친구가 이사진보고... 내 뒤에 어떤 여자가 있데...."
평소 귀신이 보인다고 말하는 여자친구지만 괜히 나를 겁주기 위해 그런 말을 했을리가 없다.
그런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 였기에 더더욱 농담이 아니라고 확신했다.
"야 그사진 빨리 지워 그런거 저장해두는거 아니야."
누나의 말에 난 정신을 차리고 바로 사진을 삭제했다.
 
그날 밤부터 나는 가위에 눌리기 시작했다.
누나방에서 눌릴 뿐 아니라 내방에서 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실은 나에게 엄청난 공포로 다가왔다.
그런 공포에 휩싸이던 어느 날.
난 잠에 빠져들었다.
 
난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었다.
창문이 있어 밖이 보이는 엘리베이터였고, 나는 1층을 눌렀다.
마침내 1층에 도착했다.
엘리베이터는 서지 않았다. 지하로 내려가는 것이다.
"어라? 이거 왜이래?"
밖을 보니 보이는 것은 지하가 아니라 1층이였다.
창문 밖으로 한여자가 서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도 엘리베이터는 서지않고 더 내려가기 시작했다.
또 1층이다. 여자는 조금더 가까워졌다.
또 내려갔고 역시나 1층이였다. 이제 여자는 엘리베이터에서 그리 멀리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난 엘리베이터가 멈추길 기도했다.
꿈인걸 알고 있어도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었다. 누군가 깨워주길 기도했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또 다시 1층을 향해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야속하기만 했다.
또 1층.... 여자는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있었고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여자는 나를 덮쳐왔고 그 순간 나는 잠에서 깼다.
하지만... 무언가 내 몸을 누르는 듯이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숨도 막혀온다.
잠에서 깨자마자 가위에 눌린 것이다. 속으로 나를 그만 괴롭히라고 욕을 해댔다.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것일까 이내 숨을 쉬기 편해지고 몸이 움직였다.
나는 누나에게 방금 내가 겪은 일을 말했다.
누나는 표정이 굳어지고 핸드폰을 열어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다.
그 때의 내 주변엔 이상하리만큼 귀신을 보는사람이 많았다.
그 중 한명이 누나가 연락한 누나 친구다.
나도 잘 알고 있던 누나 친구가 봐준다고 하니 나도 안심이 되었지만, 지금 당장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리고 며칠간 자잘한 가위들에 눌렸지만 어느샌가 익숙해져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집구조.jpg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내방에서 옆으로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아무런 꿈도 꾸지 않아 내심 안심하고 있는데, 눈 앞에 여자의 발이 보였다.
우리집 구조가 특이해서 누나가 방에서 나오려면 내방을 지나쳐야 하기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아... 누나 화장실가나보네... 잠이나 더 자야지...'
다시 눈을 감았다.
"하아...하아...."
내 귓가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다.
'하... 시발 좆됐네...'
누나가 아니였다. 꿈의 그 여자다.
나는 눈을 꼭감고 자는 척했다. 도저히 돌아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발이 보인것으로 보아 돌아보면 그 여자와 눈이 마주칠게 뻔했다.
눈을 꼭감고 있는데 숨소리가 점차 빨라졌다.
"하아..하아.하아.하아.하아"
숨소리는 빨라지더니 마치 풍선에 바람넣는 펌프를 내 귀에 불어 넣는 것과 흡사한 소리가 들려왔다.
몸에 힘은 들어가는 걸로 보아 움직일 순 있다. 그러나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아 눈을 꼭 감고있었다.
그러다 손이 내 목을 감싸더니 내 고개를 올리려는게 아닌가.
나는 목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 마냥 버텨냈다.
그리고 거친 숨소리가 사라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미 식은땀 범벅이였다.
바로 누나방으로 가보니 누나는 한가롭게 TV를 보다가 식은땀범벅인 나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무슨일이냐고 물어봤다.
나는 방금 있었던 일을 모두 누나에게 말했다.
누나의 표정은 굳어지는 것을 넘어 경악에 휩싸이더니 친구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야 내일 내 친구봐야겠다."
 
다음 날 나, 누나, 누나 친구 이 셋은 술집에 모였다.
복비가 있어야 한다기에 내가 술값을 내기로 했다.
그런데 누나 친구가 날 보자마자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기분이 상한 나는
"아 사람 기분나쁘게 보자마자 웃네?"
라며 정색했다. 그러자 누나친구가 정색하면서 말했다.
"야 뭐 이야기 할 것도 없네 완전 달고 다니잖아."
누나친구의 발언에 나는 애써 부정하려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가족중에서 부쩍 나만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는게 반박할 수 없는 증거였다.
술자리가 계속되고 나는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다.
내가 다시 자리에 앉자 누나친구가 말했다.
"내가 귀신이랑 이야기를 해봤는데말이야."
'이사람이 나를 지금 놀리는건가? 무당도 아니면서 무슨 이야기를해?'
내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하자 누나친구는 표정이 진지해졌다.
"야 니네 학교에 H자 길있지?"
H자 길이라니 그런 특이한 길이 있을리가....아니 있었다. 학교 정문. 누나친구가 우리학교를 와봤을리가 없다.
내가 놀라자 누나친구는 말을 이어갔다.
"이 귀신이 거기에 있던 얘야."
내가 아무말도 하지 못하자 누나친구는 나를 힐끔 처다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얘가 너한테 왜 붙었냐면....."
누나친구의 말은 이러했다.
 
이 귀신은 나와 같은 학교에 재학중이였다.
정말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그 남자와 여자가 싸우고 남자는 헤어지자는 말과 함께 커플링을 정문에서 던져버렸다고 한다.
여자는 너무 충격을 받고 결국 남자와 헤어진 그자리에서 달려오는 차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곳에 있던 도중 지나가는 한 남자가 자신을 죽음에 몰아버린 남자와 너무나도 닮아서 순간 화가 났다고한다.
"그 자식이랑 너무 닮았어. 재수없는 새끼"
그러고는 그 지나가는 남자를 쫒아다니면서 괴롭히는 거라 한다.
그 지나가던 남자가 나라는 것은 불보듯 뻔했다.
 
그리고는 정문에 싸구려반지를 두면 나에게서 떨어질거라고 조언까지 했다.
나는 똥밟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나에게 붙은 귀신이 안쓰럽기도 했다.
4층복도의 일을 말해주었더니, 그 곳에는 사람놀래키기 좋아하는 남자귀신이 따로 있다고 했다.
 
술자리가 끝나고 나는 혼자 곰곰히 생각했다.
좋으나 싫으나 나에게서 떨어지기 전까지는 나와 계속 함께있는 것이니, 기왕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기요... 듣고있죠? 저랑 그사람은 다른사람이잖아요... 저한테 화풀이 하지는 마시고 제가 성불하는거 도와드릴게요..
 저한테서 떨어지기 전까지는 '누나'라고 부를게요... 어차피 저보다 학번도 높으실거 아니에요.. 그럼 그런걸로 알게요.
 그리고 딱 저까지만 괴롭히고 다른사람들은 괴롭히지 마세요"
라고 일방적으로 귀신누나에게 통보했다.
그리고는 혼자 할일이 없을때마다. 귀신누나에게 말을 걸었다.
"누나 진짜 너무 심심하다. 누나는 안심심해?"
귀신누나가 대답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나에게는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니...
나는 귀신누나가 대답을 하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틈틈히 귀신누나에게 말을 걸곤했다.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많이 위험한 생각이였다. 귀신과 친해진다니.... 악령이면 나에게 미래는 없을지도 모르는 선택이였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와 길을 걷던도중 내가 그당시 즐겨듣던 노래가 들려왔다.
마침 후렴부분이였기에 단 한소절 따라 불렀다.
한 3분쯤 흘렀을까... 친구가 말했다.
"아 노래도 못부르는게 노래좀 적당히 불러대라."
나는 당황했다. 노래는 아까 한소절 부르고 끝났는데... 친구에게 어떤 노래냐고 물어봤다,
"몰라. 니 쪽에서 이상한 노래 들리던데? 니가부른거 아니야?"
나는 속으로 아... 귀신누나가 노래를 불렀구나....생각하고 친구가 겁먹지 않도록 안심시켜야했다.
"아 미안미안 안할게."
라고 말하고는 아주작게 귀신누나에게 말했다.
"누나... 친구가 겁먹잖아 조심하자."
 
그렇게 며칠이 지나도 애석하게 정문에 반지를 놓을 시간은 나지 않았다.
단지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것은 점차 가위에 눌리는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누나방에서 잘때조차도 가위에 눌리지 않았다.
 
얼마만의 평화인가...
나는 안심하며 잠에 들었다.
또 다시 꿈을 꾸었다.
나는 침대위에서 어떤 여자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었다.
그여자는 귀신누나였다. 내가 여태 귀신누나를 본 것은 발목뿐이지만 난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귀신누나의 무릎을 베고있는 나는 정말 밝게 웃고있었다.
귀신누나는 정말 예뻤다. 화사하고 아름다웠다. 비록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난 그렇게 느꼈다.
여느때처럼 나는 일방적으로 귀신누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누나 아직도 내가 재수없어?"
귀신누나는 아무말없이 미소를 지으며 내머리를 쓰다듬을 뿐이였다.
나는 그런 귀신누나에게서 편안함을 느끼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러던 그 때 침대 밑에서 무언가 내 다리를 붙잡고 침대 밑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잠에서 깨어났다.
"누나 방금 꿈 뭐야?"
하지만 역시 귀신누나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까, 어쩌다 우연히 나와 누나, 누나친구 셋이서 술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술자리는 점차 무르익어갔고, 나는 누나친구에게 물어봤다.
"아직도 귀신 붙어있어?"
누나친구는 웃으며 말했다.
"아니 이제없네 떨어졌어."
나는 누나친구의 말에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허전함을 느꼈다.
그리고 귀신누나는 다시는 내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과연 귀신누나는 성불한 것일까. 아니면 다른 재수없는 남자를 찾은걸까.
부디 좋은 곳으로 성불했기를 바란다.


출처 2010년 6월 중순 나의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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