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중이었던 나는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를 듣자마자 먹던것도 그만두고 숟가락마저 떨어뜨렸다.
“웨인 주에서 납치를 시도하던 납치범이 총상을 당해 사망하였습니다.”
“경찰 측에서는 납치범은 지역 역사 교수로써, 자기 제자를 집에 있는 강아지가 숨을 안 쉰다는 거짓말로 속여 자신의 밴에 태웠다 합니다”
납치범의 사진이 화면에 뜨자 나는 절망감을 느꼈다.
“가해자의 신원은 피터 오 말리 교수로 밝혀졌습니다.”
아는 사람이다. 바로 우리 윗층에 사는 남자거든.
“납치될 뻔했던 학생은 운좋게도 가해자가 그녀를 밴 뒷자석에 집어넣던 도중, 지나가던 비번 경찰관이 그 광경을 목격하였고 경찰관은 무기를 꺼냈다 합니다.”
소파 옆에 아들은 자다깨다 하고 있어서 소리를 줄여 아들이 듣지 못하게끔 했다. 오 말리 씨는 아들에게 항상 잘 대해줬기 때문에 뉴스를 듣게 하고 싶진 않았다.
“오 말리가 무기를 꺼내자 경찰관은6발을 사격, 교수를 사살했다 합니다.”
오늘 아침에 사이렌 소리가 들렸던게 생각난다. 윗층에서 쿵쾅대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고, 윗층에서 뭘 하는지도 몰랐다. 경찰이 건물을 수색하는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이 정신병자가 범행을 마저 저지르지 못해서 참 다행이네요”
당시 비번이던 경찰관이 말했다.
“그 사람 때문에 더 이상 고통받을 사람이 없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납치당한 학생의 남편이 말했다.
하지만 둘 다 틀렸다.
나는 그릇에 담겨있던 시리얼을 다시 쏟아 봉지에 넣었고, 봉지를 나머지 식량들이 있는 찬장에 올려놨다. 시리얼 반 봉지, 쌀 한 컵, 말린 과일 두 컵, 그리고 물 두 병. 이게 우리에게 할당된 식량의 전부이다.
과연 경찰들이 다시 돌아올까. 그리고 만약 온다면 오 말리 씨 지하 서재 가짜 벽 뒤에서 내가 소리지르는 걸 들을 수 있을까. 아직도 나를 찾고 있을까? 육 년 전 오 말리씨의 스무 살 짜리 여제자였고, 강아지를 좋아해서 멍청하게 밴에 올라탔던 실종된 여자애인 나를?
옆에 있던 아들이 깼다.
“아빠는 언제 와요?”
아들은 배를 문지르며 물어봤다. 나는 진실을 말해 줘야 겠다고 결심했다.
“아빠는 못 와. 아빠는 너무 아파서 이제 못 온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