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많은 분들이 분노하고 항의해야 할 대상이 잘못된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방금 베스트에 오르신 분의 글에서 이번 일을 부정선거에 빗대셔서 정의가 아닌 것에 항의 하는 것이 잘못이냐고 하는 글이 있는데,
물론 항의를 해야합니다. 잘못된 것은 바로잡아야 하고 과정이 공정해야 하며 결과는 납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러시아의 어린 선수는 김연아선수와 비교해서 훨씬 빼어난 경기를 펼치진 못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 거의 김연아선수와 견줄 수 있을만큼의 연기를 보여준 것 또한 사실입니다.
다만 러시아 선수가 금메달을 가져간 것은 심판들의 가산점이 러시아 선수에게 더 후했기 때문입니다.
공정하지 못한 심판이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하고 있고 각 국의 저명한 피겨인사들도 이 심판과정이 공정치 못했다고 성토합니다.
그럼 우린 IOC에 서명을 전달하고 항의서한을 전달하면 될까요 ?
개인이 모든걸 바꿀 순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서명운동을 합니다.
다수가 모이면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서명운동을 하시는 모든 분들이 아시다시피, 이미 그런 다수의 힘을 행사하기 위한 기관이 존재합니다.
IOC는 이런 판정 시비가 일어날 때마다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나라의 국민들이 서명운동을 통해 항의하는 것을 일일히 받아들여 줄 수 없습니다.
'권위'를 가진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권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대회에 공정함을 요청할 수 있고
그 대회가 부여하는 메달을 대단하게 여기게 되며 선수들은 그 '권위'있는 기관에게 인정받기 위해 4년간 온 힘을 다합니다.
반대로 서명운동엔 그 어떤 '권위'도 있을 수 없습니다.
그 나라의 국민들은 개인의 '권위'를 우리나라의 정부와 체육연맹에 위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서명운동을 통해 바꿀 수 있는 것은 단언컨데 전혀 없습니다.
여러분들의 권위는 '빙상연맹'에 위임되어 있고, IOC에 항의하거나 협의를 통해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권위'는 '빙상연맹'이 행사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안타까움을 통해 바꿀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직접 우리의 '권위'를 위임한 '빙상연맹'이지,
그런 '연맹'들과 참가국들이 '권위'를 위임한 IOC가 아닙니다.
여러분들은 잠깐의 서명운동으로 김연아선수의 안타까운 판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울분을 풀어볼 순 있습니다.
그러나 그건 자기만족에 불과합니다.
여러분들의 분노와 안타까움을 대한체육회와 한국빙상체육연맹에 쏟아내시는 것이,
그런 과정을 통해 변화된 체육회와 연맹이 당당히 IOC에 판정에 대한 의문을 제기 할 수 있는 기관이 되는 것이
김연아 선수를 보며 꿈을 키울 유망주들을 안타깝게 하지 않을 길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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