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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잠깐 번진 들불일지도 모른다.
게시물ID : sisa_5291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솔로부대중장
추천 : 0
조회수 : 32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10 08:29:28
6.4 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수백의 생목숨이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날아가자마자 기존 정치세력은 숨겨왔던 병신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평소에도 어느정도 병신스러움을 어필하던 작자들이긴 했지만 이번엔 정도가 좀 심했는지, 원래 정치가 뭔지 국가가뭔지 사회가 뭔지 아무 생각 없이 1번을 핥던 사람들마저 일부나마 '이건 좀 이상한데..'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였던 모양이다.

평소에는 언론이 보도만 안 하면 어지간한 사건사고는 스리슬쩍 넘어갈 수 있었는데, 이번만큼은 판이 커서 더이상 뉴스도 뉴스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말았다.

이른바 사회 시스템에 위화감과 불신이 제대로 생겨버린 것이다. 이전에도 어느정도 불신의 싹은 있었지만 그게 말 그대로 '싹'이었다면, 이번엔 제법 줄기도 뻗기 시작하는 꽤 자란 나무마냥 커진 것일지도.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지선 결과 진보 교육감이 13/17로 많이 당선되었다고 하는데, 그건 교육감이고 기존 정치세력이 아니다.

러시아가 지금 (강국이긴 하지만) 캡틴 소비에트 영화 끝나고 푸팅하실래요 이러고 있는 건, 나라 이름은 바뀌었을지언정 사람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뭐, 그 와중에 몇마리 죽긴 했겠지만 그건 그거고 큰 그림은 별반 바뀌지 않았다는 말이다.

마찬가지다.

언론 그대로고, 떡검 그대로고, 병판 그대로고, (밭침 하나 잘못 붙이면 잡혀갈까봐) 대통령 그대로고, 국케이원 그대로고. 가장 무서운 건, 국민이 그대로라는 부분이다.

마음이 조금 바뀌었을진 모르지만 언론에 대한 불신은 기존부터 불신하던 사람이 아닌 이상 금새 누그러들면서 삼사뉴스에서 틀어주는 어금니께서 눈썹을 손질하셨습니다, 네 고모부 어디계시냐? 제거했습니다, 쏘겠습니다 그 미사일 느낌 아니까, 진도에서 소가 도로를 질주했습니다같은 소리나 보며 세상을 다 아는 양 뭔지도 모르는 일들을 가지고 욕하며 자위하기 시작하면, 그땐 이미 수장된 400명의 사짜는 의사 변호사 판사 검사 사짜로 바뀌어서 잊혀질게 분명하다.

부정하고 싶겠지만 벌써 잊어가고 있다. 버스에 리본 달고 카톡 프사에 리본 올리고 해도 그게 어떤 정치적 위력을 가지는 건 아니다(물론 이건 해석하기 나름이긴 하다). 민주주의는 피를 흘려야 한다는데, 그것도 어디까지나 쌍방의 피여야지 지금처럼 한쪽만 흘려서는 의미가 없다. 여태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한쪽만 흘릴 것 같다면 그게 패배주의인지 경험에 기반한 합리적 추측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만, 어쨌든 지금 세월호는 실질적으로 보면 거의 잊혀졌고 내가 기존의 위정자라면 대충 수습됬군 이제 안심해도 되겠어 하고 털털 웃는 단계다. 이미 그걸로 돈도 벌고 있다지 않는가. 아직 아닌 사람들이 몇 있지만, 그건 십여년이 지난 지금도 미선, 효순 두 학생의 이름을 부르며 분노하고 행동중인 극소수의 사람들과 가까운 성향일 뿐이니 찍어 누르고 고소하고 매장시켜버리면 된다.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정녕 그깟 진보 교육감 13명 되었다고 기뻐할 상황인가..

집에서 키우는 개가 주인을 물면 일단 잡아 죽인다고 치자. 당신들은 그 개가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놈들은 우리가 그 개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쪽은 죽어야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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