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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혹은 이후로 군대를 가는 친구들에게 말씀드리는 훈련소 팁
게시물ID : humorbest_8188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이드데이
추천 : 117
조회수 : 10177회
댓글수 : 11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1/13 08:01:38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1/13 01:18:09
저는 2009년 11월 16일 논산 훈련소에 입소하여 겨울을 훈련소에서 보냈습니다. 오늘 1월 13일 추운 겨울날 논산 훈련소 입소하시는 몇몇 분들이 계시는거 같아 제 경험을 바탕으로 몇가지 팁을 남겨 드립니다.

오늘 오후 2시에 군대를 가는 제 어린 친구에게 말해주다 보니 말이 다소 짧고 욕도 좀 있습니다. 욕설 싫어하시는 분은 조금 거북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기준은 논산 훈련소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훈련소 앞에선 뭐 먹지 마라, 맛도없고 비싸다. 그리고 훈련소 앞에서 먹는거라 입에 들어가는지 코에 들어가는지도 모른다. 아침에 집밥을 든든히 먹고 가라, 저녁은 지옥에서 먹게될테니.




2. 군화깔창같은 경우는 케바케다. 군화가 요즘은 신형이 나왔으니까 내가 신은 구형보다는 가벼울 것이다. 깔창이 굳이 필요없을 것이지만, 니가 발에 고민이 있다면 구매하는것을 염두해 둬라.




3. 손바닥 반만한 작은 수첩을 사라. 그리고 잘 나오는 펜도 하나 사라. 펜은 거기서 주긴 하지만 잘 안나온다. 나땐 하이테크펜이 짱짱맨이였다.
수첩을 사둔 뒤 니 휴대폰에서 중요한 사람들의 연락처를 충분히 적어둬라. 연락처는 많이 적어둬서 나쁠게 없다. 딱히 내 전화번호를 안적어두고 가도 나는 삐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리고 니가 무슨 역할을 맡거나, 잊지말아야 할 내용이 있으면 반드시 적어둬라, 아. 그렇다고 수첩에 암구어 적어놓지 마라. 좆된다.ㅋㅋㅋ




4. 손목시계를 하나 사둬라. 10m방수 그런거 다 개헛소리다. 냄새 안나고 적당한 전자시계를 사라. 절대로 훈련소 앞에서 사지 마라. 훈련소 앞에서 산 전자시계는 훈련소 안에 들어가자마자 EMP 폭탄 맞은 것모냥 꺼지는 시계도 있다. 불량시계 조심하자 다시보자 배터리. 시계는 동네에서 사서 가는게 좋다. 하다못해 터미널 군장점에서라도 사라.




5. 훈련소에 들어가면 교관들이 가오잡으려고 지랄발광을 떤다. 그 교관들한테 잘보일려고 하지 마라. 어차피 입소대대라 2~3일 보고 말 사람들이니까 개꼬장까진 피우진 말고 그냥 하는 말만 들어라. 어쩌겠냐 계급이 깡팬데.




6. 입소대대에서 지급되는 전투복과 전투화, 속옷 등의 개인 피복은 악착같이 니 몸에 맞는 걸로 해라. 조금이라도 니 몸에 안맞다 싶으면 교관한테 계속 계속 계속 계속 말해서 바꾸고 니 몸에 맞는 전투복을 보급받도록 해라. 니가 훈련소에서 왠지 잘먹고 살이 찔것 같다면 한두치수정도 큰걸로 맞추면 좋다.




7. 요즘 훈련소는 자세한건 잘 모르겠다. 나는 5주라서 어떠한 훈련코스를 거치는진 잘 모르겠지만 대체로 가르치는 건 비슷할 것이다.
훈련을 존나 빡세게 하려고 하지마라, 너무 잘하려고 하지도 말고 너무 못하지도 말아라, 중간만 가라. 너무 잘하면 피곤하고 너무 못해도 피곤하다. 중간만 가라.




8. 벌점 상점같은 제도로 훈련병을 조교하려고 할 것이다. 상점이 많으면 전화통화를 시켜준다거나 할텐데, 이를 미끼로 분대장이나 그런걸 시키는 경우가 있다. 하지마라. 분대장하면 존나 피곤하다. 말안듣는새끼들 존나많다. 대한민국 팔도 온갖 병신들이 한군데 모일 수 있는 장소가 훈련소다. 그 병신들을 다스리려고 하면 훈련소 나올때 위에 종양이 몇개 생겨서 나올지도 모른다.

8-1. 어차피 전화통하는 한번쯤은 다 시켜준다.




9. 청소를 할때 악착같이 관물대 청소나 바닥 청소, 내무반 대걸래같은 역할을 맡아라. 절대 화장실, 오물장(쓰레기 분리수거)이런거 하면 땅을 치고 후회한다. 자대가서 매일 밤마다 할거 훈련소에서만이라도 조금이라도 편한 걸 해라. 나는 화장실 청소 맡았다가 똥으로 막힌 변기 몇개 뚫었다. 기분 참 상큼하더라.




10. 아프면 아프다고 솔직히 말해라, 요즘 군대는 그렇게 똥통도 아니고 어느정도의 융통성은 있어서 아프다고 하면 병원도 데려다주고 의무중대(?)도 데려다 주고, 여튼 군의관한테 데려다 준다. 단, 확실히 아파야 한다. 안아픈데 어줍잖게 아픈척하다간 피본다.




11. 겨울이라 존나춥다. 부디 아침에 구보할땐 제발 속옷탈의하지 않고 구보하길 열심히 빌어라, 혹은 눈이 펑펑오기라도 빌어라, 훈련보단 차라리 제설이 낫다. 자대도 아니고 훈련소이므로 제설 빡세게 안한다고 눈치 그렇게 안준다. 눈치 잘 보면서 슬렁슬렁 눈 쓸고 다니고 쓸데없이 여기저기 뭐 들고 다니면서 바쁜척하면 아무말 안한다. 아, 참고로 쉬는날 제설은 기분 더럽다.

11-1. 일광소독 솔직히 쓰잘데기 하나도 없다. 일광소독한다고 네가 쓰던 침낭 매트리스 모포 다 꺼내서 밖에다 던져놓을텐데, 어차피 하게 되는거 니 매트리스 모포 침낭 다 한번씩 밖에서 팡팡 털어라. 특히 모포 한번 털어보면 니가 평생 살면서 볼 먼지 한번에 다 볼 수 있다.




12. 수통을 지급받을텐데 어차피 더러울 테지만 존나 깨끗하게 닦아둬라. 겉을 깨끗이 닦으라는 것이 아니라 속을 깨끗이 해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통 안을 깨끗이 해라. 니가 쓰는 그 수통은 1960년도에 생산되어 2014년도 오늘까지 수십 수천명의 입술과 혀를 맞대며 살아온 수통이다. 수통 위생 확실히 해라.

12-1. 수통 깨진거 받으면 넌 좆된거다. 아멘. 바꿔달라고 할수 있을때 바꾸거나....훈련병 동기들 모르게 몰래 수통을 바꿔라. 




13. 주말 종교행사는 무슨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나가라. 천주교 원불교 불교 기독교 이렇게 4가지가 있는데, 독실한 불교 신자도 초코파이 2개에 기독교세례 받는 곳이 훈련소이다. 너의 믿음과 신념에 관계없이 불교 기독교 원불교 천주교에서 뭐 불교 신자가 되겠습니다!, 혹은 천주교 세례를 받고 세례명을 받겠습니다! 하는 행사가 더러 있다. 그런 날에 맞춰 해당 종교를 찾아가면 해당 종교 신자로 등록이 되며 평상시 먹지 못하던 레어한 간식을 준다. 롯데리아 햄버거같은 유니크한 간식을 주므로 특별한 행사가 있는 주말 종교 행사에는 반드시 참석하도록 하자

13-1. 참고로 나는 2009년 12월 25일 성탄절 기독교와 천주교 사이에서 격렬한 고민 끝에 천주교를 선택했고, 기독교는 소보루빵과 콜라캔 하나를 받았지만, 천주교는 12개들이 1박스와 커피캔을 하나 받았다

13-2. 훈련소 기독교 존나재미없다.. 천주교는 좀 낫다. 원불교는 나대는거 좋아하면 원불교 가라. 원불교는 나대는거 좋아한다. 나댄 만큼 상품도 많이 준다. 불교가 제일 재미있다. 가끔 불교에서 어디 대학 무용과 여대생을 몇명 불러와서 공연할때도 있다. 그런 날은 의자 몇개 부러진다. 부처님 상 앞에 핫팬츠에 배꼽티 입은 여인네들이 요염하게 춤을 추고 훈련병들은 그모습을 보고 환장하여 부처님이고 뭐고 날뛰는 등 굉장히 배덕적인 모습을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이유로 모든것이 이해되더라. "이곳이 군대이기 때문에."




14. 어머니한테 바느질하는 방법 조금은 알아둬라, 육군훈련소에서는 자기 명찰을 자기가 전투복에 꼬맬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것을 갓뜸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그렇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혀튼 옷에다가 무언가를 꿰멜 수 있어야 한다. 어머니한테 말해서 미리 그 방법을 알아두도록 하자, 떨어진 단추 꿰매는 법도 알아두면 참 좋다.




15. 행군 개거지같다. 쓰레기같다. 왜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20km 주간행군같은 경우엔 아무것도 안하고 딱 행군만 하기때문에 어떻게든 버틸만하지만 하이라이트는 각개전투로 2박3일동안 진흙탕에서 뒹군 뒤 몸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행하는 32km 야간행군이 결정타다. 이거 하면 밖에서 운동좀 했다는 애들도 다음날 골골대고 다닌다. 행군에 대한 팁은 딱히 없다. 다만 3가지만 기억해라. 발을 끌지 말고, 아스팔트보단 흙바닥을, 쉬는시간엔 아무리 힘들어도 군장벗고 군화 벗어서 발 조금이라도 식혀라. 네가 겨울에 군대를 가니 군화를 벗자마자 모락모락 김이 올라오는 니 발바닥을 볼수 있을 것이다. 더럽다 생각하지 말고(어차피 니 발이다) 최대한 발을 주물러서 쉬는시간동안 발의 피로를 풀어줘라. 양말이 땀으로 젖었다면 준비한 양말을 갈아 신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15-1. 행군할땐 당연히 군장을 멘다. 훈련소에서 군장을 지급할땐 니 몸에 딱 맞는 군장 안준다. 전에 쓰던놈이 맞춰놓은 군장 그대로 주기 때문에 야간행군을 하기 전까지 최대한 군장의 어깨끈이나 허리받침 등을 너한테 맞춰놓아라. 어깨끈은 딱 쪼여서 걸어다닐때 군장과 너와 혼연일체가 되어 군장따로 몸따로 덜렁거리지 않고 다닐수 있도록 조이고, 허리받침도 불편함이 없도록 받쳐라. 군장은 야간행군 전까지 몇번 매어 볼 기회가 있으니 그전까지 딱 너의 몸에 맞게 맞춰두어라




16. 귀금속, 돈 가져갈 필요 없다. 엄마가 뭐 안에서 뭐 사라고 돈 몇만원 줄텐데 어차피 군대에서 다 걷어간다. 걷어간 다음 군대 월급 나오는 통장에 다 집어넣고, 물품 구매도 PX 가서 사는게 아니라 조교들이 종이같은거 나눠주고 원하는 물품 선택해서 제출하면 대리로 구매해주는 시스템이라 땡전한푼 들고 다닌 필요없다.




17. 조교가 하지말란건 하지말아라. 하지 말라는데엔 이유가 다 있다. 말만 잘듣고 훈련할때 중간만 따라가면 조교도 너한테 터치 안한다.




18. 담배피지마라. 좆된다 진짜.

18-1. 나는 안걸리겠지 하고 숨겨가지도 마라. 조교들은 다 노하우가 있어서 어디다 숨겨놨는지 얘가 담배를 피는지 눈만 봐도 다 안다. 담배가 절대 금지된 공간에서 몰래 담배를 폈다 쳐도 결정적인게 하나 남는다. 바로 냄새. 어차피 냄새때문에 들킨다. 한달 금연한다 생각하고 담배는 훈련소에 절대 들고 가지마라. 들키면 조교도 너도 피곤해진다.






정리해보니 꽤 기네요... 친구놈이 이 내용 잘 기억해서 갈진 모르겠지만... 훈련소 생활하시면서 이정도만 알고 가시면 남들보단 편하게 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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