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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의 육아기(반말주의, 스압주의)
게시물ID : baby_14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마스Te
추천 : 14
조회수 : 993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4/06/10 21:06:11
100421.

아들의 주민번호 앞자리다.
개인적으로 이 숫자들이 정말 좋다

이것저것 같다붙이는 걸 좋아하는 나로써는
천사(1004)가 와이프와 나, 둘(2) 사이에서 태어났다(1)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가슴 어딘가 한켠이 충만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들의 존재를 처음 알게된 것은 이미 5개월이나 자란 뒤였다.
젊다못해 어린 그런 부부에게 오는 것이 지워질까 두려웠을까. 
예측할만한 건수하나 주지않고, 입덧조차 없이 조용히 그렇게 자리잡은 뒤였다.

가을과 겨울 사이의 어느 언저리에서 전화를 사이에 두고 아들의 존재를 처음 알았을때
와이프는 눈물 흘렸고, 나는 그저 괜찮을거라며 달랠뿐이었다.

-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복잡한 가정사와 가난한 환경속에 청춘을 지샌 나는
아무도 이해해주지 못할 그런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래서 대학에 진학할 때 아동과 관련된 학과를 선택했다.
또래보다는 조금 더 절박했고 진실했다.
그래도 다른 원숙한 시선들에는 한없이 어려보였을 터이다.

그럼에도 아이를 키우겠다 다짐했다
내가 자라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아이에게 주고
내가 자라면서 지나쳤던 부분을 아이에게 덜어주고
그렇게 행복하게 키우리라 다짐했다.

나는 돈도 아니고 마음도 아닌 내 혼으로 너를 키우겠다 마음먹었다.

-

나이가 어리다는 것은 수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지만
그만큼 부족한 경험을 지닐 수 밖에 없었다.

수많은 역경과 난관이 있었다. 집안의 문제도 있었고 경제부터 시작해서
무엇하나 준비되 있는 것은 없었지만 5개월 남짓한 시간동안
하나하나 준비해나가면서 아이를 기다리면서 나를 추스렸다.

그렇게 4월 꽃피는 봄과 함께 맞이한 아이는 어느 영화속 외계인과 닮아있었다.
머리가 커서 걱정이였지만 인체의 신비로써 풀어내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 건물의 신축행사의 주인공 같은 마음으로 탯줄을 자르며
의사에게 "사진 찍어도 될까요"라고 묻고 있었다.

안타깝게도 찍지 못했다. 나름 아쉽지만 씻고 다시 엄마를 만난 너를 열심히 찍었다.
사진을 기억을 지배한다고 하지만 그날의 기억들은 사진보다 선연하게 남아있다.

한없는 부족함을 몸으로 메우려했던만큼 힘들고 괴로웠으리라 여겨지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될 뿐이나. 힘들줄도 몰랐고 걱정도 없이 마냥 좋았다.
시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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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년을 지내고 아이가 떠뜸떠뜸 말하며 열심히 걷기 시작할 때 쯔음
돌잔치를 했다. 어찌나 떨리고 긴장되던지 내가 말을 하는건지 랩을 하는건지도 몰랐다.

대부분의 인원이 학생이였지만 누구하나 진심 아닌 사람 없었다.

고마운 마음을 술잔으로 대신했고 술을 잘 못하는 나는 행사가 끝나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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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3살이 되던 해에 사고가 났고 다리 한쪽에 불편함을 지닌채
성남의 모처에 우리만의 보금자리를 가졌다.
보증금 200에 월 25만원 10평 남짓한 그 공간에서
살 부대끼며 살아온 그 시간들을 잊지못하리라.

마음 좋으신 주인분덕에 큰 어려움없이 나눠가며 받아가며 아이를 키웠다.

그 해에 어린이집을 처음 보냈을 때가 기억난다.
옆집 할머니의 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을 보냈는데
보낼때는 가기싫다며 울고 데려올때는 오기싫다며 오는 아이의 모습에
철없게도 그 마음 한 구석 헤아려주지 못한 채 모질게 엉덩이만 때렸다.
IMG_1903.JPG


-

이제 5살이 된 아이를 보면서 한없는 풍족함을 느낀다.
이제 고작 26살밖에 되지 않는 나는 정상적으로 살았다면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나는
내 또래가 갖지못한 마음을 품고 산다.

부모의 마음.

아이의 잠든 모습, 투정부리는 모습, 웃는 모습, 장난치는 모습
그 모든 모습을 가슴한켠에 새기면서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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