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아빠 찾아 3일 굶고 30km 걸어 … "아버지가 시킨 거짓말" [중앙일보 김태진 기자] 本紙 제대로 확인못하고 보도빗나간 부정(父情)에 어린 형제는 두번 울고 있다. 본지는 지난 28일자 8면에 '3일 굶고 30km 걸어 아버지 면회 갔다 허탕'이란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11, 13세의 두 어린 형제가 교통비조차 마련하지 못해 먼 길을 걸었다는 점과 아버지 金모(60)씨가 구속되는 바람에 이들의 살 길이 막막해졌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을 울렸다. 성금도 속속 답지했다. 그러나 본지의 확인 결과 어린이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 구속될 처지에 놓인 아버지가 시킨 대로 꾸며낸 거짓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안양보육원에서 만난 형(초등학교 6년)은 "평소 으름장을 놓는 아버지가 무서워 경찰서에서 '집에서부터 걸어왔다'고 거짓말했다"고 털어놨다. 당일 안양여고 제과점 앞에서 1번 버스를 타고 서울 남부경찰서에 내렸다고 한다. 진상은 이렇다. 지난 15일 안양시의 한 할인점에 아이들과 놀러갔다 옷가지와 식료품 등을 훔쳐 남부서에 연행된 아버지 金씨는 자식들에게 "TV에 나오려면 면회를 올 때 경찰관에게 '걸어왔다'고 말하라"고 시켰다. 구속 위기에 처한 아버지가 자식을 동원, 선처를 받기 위해 거짓말하도록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형제는 설날인 22일 오후 버스를 타고 남부서를 찾았다. 당직 경찰관에게 아버지의 지시대로 '남부서까지 30km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전날 아버지가 영등포구치소로 옮겨져 면회는 하지 못했다. 경찰의 배려로 24일에는 영등포구치소에서 아버지를 면회했다. 이날도 아버지는 어린 자식들을 보자마자 강요했던 거짓말을 재차 확인했다고 한다. 형제의 말만 그대로 믿은 담당 경찰관은 남부서 홈페이지에 형제의 딱한 처지를 글로 올렸다. 애틋한 사연이 일부 언론에도 전해졌다. 본지도 담당 경찰관을 취재해 이들의 사연을 기사화했다. 큰아들은 고백을 마치자 "더 이상 폭력을 휘두르고 거짓말을 시킨 아버지와는 살고 싶지 않아요"라며 힘없이 흐느꼈다. 아버지 金씨는 8년 전 부인과 별거에 들어갔으며 2년 전 이혼, 두 어린이는 사실상 고아의 처지다. 이들의 이웃은 "아버지가 자식들을 자주 때려 아동학대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타일렀을 뿐'이라는 아버지의 말 때문에 매번 무사히 지나갔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형제. 자신들의 '딱한 사정'이 거짓말이었다고 고백한 뒤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상태다. 한편 형제의 애달픈 사연이 알려지면서 이들을 도우려는 온정의 손길이 이어져 30일까지 모두 3천2백70여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안양보육원 측은 "성금은 형제 명의로 입금돼 있다"며 "이들이 바르게 살 수 있는 데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