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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기류
게시물ID : panic_819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주는25도
추천 : 14
조회수 : 2384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07/27 01:40:06
"최근 관측된 자료에 의하면 백두산의 분화가 조만간 일어날 것으로 확신된다는 소식입니다.
가장 최근의 백두산 분화는 서기 940년경의 분화이며, 이는 지난 2천 년 사이에 가장 강력한 화산 폭발로 .... "

TV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은 심상치 않은 것이지만, 듣는 이들에게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유구한 세월에 비해 짧은 삶을 사는 이들에게 1천년 전의 화산폭발은 현실적인 위험으로 인식될 수 없으니까.
사실 화산폭발, 거대한 산불, 홍수 등 생존을 위협하는 재해들은 해마다 발생하지만 
그것들을 모두 이기고 현재까지 세대를 이어 생존해 온 것은 자연재해에 대한 적당한 망각의 공로인지도 모른다.
비행을 업으로 삼는 우리들에게는 당장의 날씨, 습도, 풍량이 더 민감한 관심사이고, 
장래의 화산 분화보다는 오히려 요즘 하루아침에 바뀌어버리는 지형과 구조물의 변화가 더 심각한 위협이 된다.
하지만 .. 최근 동료들이 겪었다는 이상한 상승기류들은 화산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일 나가야지 뭘 그리 멍하니 있어."
"어.. 뭐 그냥.. 곧 화산 폭발이 있을지도 모른다는데?"
"ㅋ...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맞는 말이다. 설령 폭발이 일어난다 해도 거리만으로 따져도 우리 비행과는 아무 관련이 없겠지.
동료의 말에 희미한 불안감을 떨치고 출항 점검을 마친다. 

쉬이~~~잉잉!
날개가 공기를 찢으며 힘차게 하늘을 가르면 공기의 파동이 빠르게 옆 자리로 확산되며 고주파의 소음을 낸다.
땅에서 들었다면 불편한 소음으로 들리겠지만 정작 공기를 가르고 나가는 나한테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청량한 공기를 가르며 간만의 상쾌한 속도감을 만끽한다.

이번 비행의 목적은 새로운 식량 자원의 확보, 아직 다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어쨋든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이다. 
다행히 공수할 지점까지는 얼마 안되는 가까운 거리라 연료가 부족할 일은 없다. 
문제는 목표에 정확하게 착륙하는 것인데 이 점의 숙달만큼은 평생에 걸쳐 숙련된 비행사들로서도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잠시간의 비행 후 평소보다 기온이 약간 높다는 것을 느꼈다. 
기온이 높다면 통계적으로 상승기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아직 기류에는 이상이 없고, 상승기류가 발생해도 꼭 비행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아까의 불안감 때문일까? 긴장 탓인지 짙은 땀냄새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 레이더망에는 목표 지점이 하나둘 표시되기 시작했다. 동료들은 갑자기 활기에 가득찬 듯 하다.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착륙 과정에 실수 없도록!" 편대장의 전언이 들렸다.
목표지의 지형적인 이유로 이륙과 비행에 비해 착륙 과정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코스이니 당연한 지휘이다.

"롸저" 동료들의 대답도 신중해졌다. 
목표지 주위를 수차례 선회해야 하는 착륙 과정에서 급작스런 기류 변화가 종종 일어난다. 
이 비행대는 아직 착륙에 실패한 동료가 없는 베테랑으로 구성되긴 했지만 
한번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선회 비행을 반복해야 했고, 그런 경우는 대부분 한두번씩 겪었기 때문이다.

1차, 2차 ... 신중하게 선회 비행에 들어갔다. 
갑자기 더욱 짙은 땀냄새가 코로 훅 밀려온다. 
어? 평소와 다른 감을 느낀 나는 계기판을 쳐다본다. 
평소보다 기온이 4도나 높았다. 순간 아침 생각이 떠오르며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상한데?' 라고 생각하면서 .... 순간적인 방심이었을까.. 
선회각이 조금 커지고 항로에서 살짝 이탈했다.  
살짝... 일뿐인데, 갑작스럽게 상승기류에 휘말리고 말았다.

공기가 움직이는 것을 바람이라고 한다. 
일반적인 바람은 옆으로 불지만 경우에 따라 공기가 위로 움직일 때도 있다.
이런 경우에 대비한 비행 연습도 충분히 해두었으니, 상승기류라고 해도 비행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상승기류는 단순한 공기의 움직임이 아니라, 흡사 끈적한 질감을 가지고 날개를 휘감아 올리는 듯 했다.

최근에 상승기류에 휘말려 실종되었다던 동료들 ..
날개를 틀며 벗어나려 했지만 휘감아오는 기류의 점성은 기체의 출력보다 강한 듯 했다.
게다가 기류의 중심으로 갈 수록 기온이 미칠듯이 상승하고 있었다. 

이런 현상도 있는가..? 
혼신의 힘을 다해 기류를 벗어나려 하면서도 머리는 한가하게 상승기류에 대한 의문을 떠올린다.
하지만 적당한 답을 채 떠올리지도 못한채 기체는 낙하하기 시작했다.
의식이 점차 흐려진다. ....

....
....
....
....
....
....

아줌마!
아~씨. 국에 모기가 들어갔어요!

.......
이런 글로는 처음 써봅니다.
며칠 전 라면 끓이는데 벌레가 들어가서 문득 생각난 얘기입니다.
재미없을 것 같은데 .....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출처 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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