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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사태에서 느낀 여성분들의 특수함? 같은 것.
게시물ID : freeboard_8204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카엘대공
추천 : 3
조회수 : 32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5/11 00:08:19

사실 이런 글을 쓰는 게 조금 조심스럽긴 합니다. 잘못하면 성차별 발언으로 여겨질 소지도 있고, 여성시대 회원들이 여성 전체를 대표한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이죠. 다만 제가 살면서 느낀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이러하다~"라는 점들이 분명히 있었고, 그 중 일부가 이번 사태로 표면화된 것 같아 글을 씁니다.


뭐랄까, 이번 여시사태도 그렇고, 실생활에서도 뭔가 커뮤니티를 뒤흔들만한 대형 사건이 터졌을 때 그것이 유포되는 과정을 보면

남자가 "여길 가보면 알겠지만 이번에 이런이런 일이 있었다" 라는 식으로 "사실의 공유"를 중시한다면

여자는 "이번에 이런이런 일이 있어서 내 기분이 좀 이렇다" 라는, 소위 말하는 "감정의 공유"를 더 중요하시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념하실 게, 이건 남자라고 감성이 없고 여자라고 사실을 보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유만 해도 지금 감정이 들끓어서 폭발 직전이잖아요. 다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남초카페와 여초카페를 모두 돌아다녀본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다루는 "스피드웨건"들의 논조에는 분명 그런 경향성의 차이가 있었다고 보아집니다.

당장 여시만 봐도 그런 패턴이 관측되잖아요. 아무것도 모르고 들어온 사람이 "뭔일 벌어졌음???" 이라고 물으면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사람이 "오유가 어쩌구저쩌구 이랬음" 이라고 설명해주고, 그럼 이제 원 글쓴이가 "헐 ㅠㅠ 오유 그렇게 안봤는데 실망이다 (혹은 무섭다)" 라고 대답하고.

물론 실망이라는 반응은 오유에서도 얼마든지 있었죠. 다만 그 "실망했다" 같은 답글의 출현 빈도가 오유는 잘 쳐줘봤자 한 반반 정도인 반면, 여시는 꽤 높은 확률로 피드백이 나타납니다. 때론 댓글 하나에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서 답글에 답글이 꼬리처럼 이어지기도 하구요.

이게 그러니까 분위기를 비유하자면... 음 오유가 마치 광장에서 토론도 하고 쌈박질도 하고 시위도 하는 그런 분위기라면, 여시는 같은 반 친구들끼리 한 방에 삼삼오오 모여 뒷담화를 까는 느낌이라고 해야 될까요. 대화에서 묻어나는 '사실'과 '감정'의 비중이 뒷담화는 후자 쪽이 더 크죠.

이게 더 크게 느껴지는 게, 여시를 포함한 여초카페는 "콜로세움"의 개념이 굉장히 희박해요. 오유처럼 서로 말로 투닥투닥 치고받는걸 꽤 보기 힘듭니다. 한 여론이 나중에 저격을 통해 엎어질 수는 있어도, 동 시간대 같은 글에서 두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는 거의 없죠. 애초에 글 자체가 읽는 이와 감정을 공유하는 게 목적이니까.


딱히 남자가 더 이성적이니 더 낫다-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감정 공유를 우선하는 대화법은 분명 순기능도 있으니까요. 집단간의 결속력을 강화시켜주고, 때론 거친 세상 풍파에 상처받은 멘탈을 치유해주기도 합니다. 고민게와 유사한 분위기가 패시브라고 할까요?

다만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 때 외부에서 보면 완전 복장 터지는 거죠. 자기들이 먼저 선빵 날려놓고선 본진에 틀어박혀 힘든척 아픈척 억울한척 다 하고 서로 위로하고 그러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대화를 하고 싶어도 저쪽 카페는 폐쇄공간이라 어떻게 들어갈 수도 없고. 여기서 저 피드백이랍시고 올라온 공지가 어디가 부족한지 백날 설명을 해봐야 보지도 않고. 존나 답답하죠.

이번 사태로 급 유행어로 부상한 "아몰랑"이 바로 이런 심리패턴을 담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여성에게 있어 무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누가 먼저 주먹을 날렸냐가 아니라 상대방한테 맞은 펀치에 내가 얼마나 아프냐가 더 중요한 거니까요. (모든 여성분들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 남자에 비해 그런 경향성이 있다는 겁니다.)

또한 우리가 "적반하장"이라고 부르는 여시의 모순적인 분노도 이런 성 차이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에 상관없이, 일단 오유에서 벌어지는 난에 내가 힘들고 지치니까 오유가 나쁜놈인 거죠. 그 무도 정준하 정신감정 편에서 나온 "어 저사람이 날 까네?" -> "어 화나네?" 의 흐름이 바로 이 감정 중시 사고방식의 가장 극단적인 표출형태입니다. 그게 여시에서 나타나고 있구요.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조작도. 사실 저는 여시 들어갔을 때 가장 충격받았던 것들 중 하나가, "이런이런 글들 퍼가서 오유의 부당함을 알리자" 라는 글에 "야 마지막 이 캡쳐는 빼는 게 나을 것 같다" 라는 댓글이 달렸던 거였어요. 원하는 정보의 취사선택은 조작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악질적인 방식인데 그걸 아무런 거리낌없이 쓰자고 하고 있더군요.

근데 만약 사실관계보다 감정 공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나름 이해는 됩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건 "이번에 이런 사건이 벌어졌다." 가 아니라 "이런 사건 때문에 우리가 힘들어 죽겠다" 니까요. 듣는 이에게 나와 같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데 있어 일관적이지 못한 정보는 사족일 뿐이죠. 어찌 보면 20세기 시절 프로파간다와도 비슷한 전략입니다.


이외에도 "배신자" 같은 단어사용 등, 이번 여시사태에서 나타난 많은 (우리가 볼 땐) 이해할 수 없는 행각들이 이런 프레임을 통해서 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설명이 됩니다. 물론 어찌 보면 성차별적인데다 지나친 일반화가 섞인 프레임입니다만, 실제 살아가면서 이와 비슷한 일들을 많이 겪어본 저로선 이 모든 걸 한데 묶으려면 이렇게밖에 풀어 설명할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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