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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상사.. 어디까지 견뎌야 할까
게시물ID : gomin_8205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2dsZ
추천 : 2
조회수 : 3488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3/08/27 22:08:32
서른두살 오유녀입니다. 직장생활 7년차고요. 그간 회사에서 일 못한다는 평가는 겨우겨우 면해왔다고 스스로
생각해왔습니다. 솔직히 이해력이 남다른 편은 아니라 두세 번 반복해서 익히는 뭐 그런 정도? 남한테 아쉬운
소리 하는 게 불편해서 웬만하면 혼자 해결하는 편이고, 그래서 부서간 업무협조라던지 팀업무보다는 다소
힘들더라도 혼자 진행하는 게 차라리 속편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요.
 
그동안 남들한테 폐 안끼치고 아쉬운소리 안하고 안 듣고 살아왔다고 생각해왔는데, 얼마전에 옮긴 직장 직속상사가
하루가 멀다하고 '난 왜 이렇게 병신이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제가 완벽하고 유능하고..그런 사람인데 홀대
받는다던지 억울하다던지 그렇다는 건 결코 아니에요. 제 스스로가 부족한 사람이란 건 제가 잘 아니까.
그런데 이 상사가 거의 완전체에 가까운 사람이라는게 문제지요..
 
저보다 열두살 많은 미혼 여자상사입니다. 아버지가 군인이시고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욕을 한 마디도 안했대요.
운동선수나 뭔가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기는 죄의식이 들었답니다. 저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혹시 너무 편안하게 무전취식하는 건 아닐까..라면서요. 그래서 자기는 대학생 되자마자 신문배달 장애인 도우미
자원봉사 등등 고생을 사서 해서 자기가 지금까지 받아온 도움을 사회에 환원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합니다. 자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재밌게 느끼도록 양육받았고 그렇게 훈련된 사람이라서, 조직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걸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까 하고 오히려 신이 난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왜 그렇게 좁은 시야로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사는지 답답하고 그들의 생각을 바꿔주고 싶답니다.
그러면서 외향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교화대상으로 간주합니다. 주말에 있었던 일을 자신에게 미주알 고주알 나불대지
않는다며 저보고 비사교적인 사람이랍니다. 정치 견해를 물어보길래 새누리당을 싫어하고 현 정권에 부정적인 생각이라
말했더니, 현재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으면서 그들을 욕할 만큼 넌 깨끗하고 모범이 되는
삶을 살고 있냐면서 저더러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라고 합니다.
 
외부강의를 듣고 온 날 강사와 커리큘럼에 대해 평가해 보라고 해서 교재는 짜임새가 좋을지 몰라도 강사는 다소
성의없게 강의했던 것 같다고 했더니 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평가를 후하게 하는데 남들에 대해서는 참으로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참다참다 '평가하라고 해서 했는데 평가를 내리는 내 자신을 평가하신다면 난
그럼 앞으로 나보다 뭔가 잘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항상 후하게 평해야 하냐' 했더니 넌 왜 그렇게 자신에 대한 평가에
예민하냐면서 그냥 좀 '그런가보다' 하고 넘기면 안 되냐고 정색을 빱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넌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랍니다.
스스로가 경험이 많고 포용능력이 좋다고 하면서 자기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미숙하고 유치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서슴치 않습니다. 스스로는 완전체입니다. 부족한 게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남들은 다 부족하고
모자라고 좀 더 발전해야 하는 사람들로 보이나 봅니다.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전투태세를 취해서 말섞는 것 자체를 치떨리게 만드는가 하면('~이런 말씀이세요?'
하고 확인차 반문하면 의미는 충분히 전달된 상태인데도 단어 하나 토씨 하나를 꼭 하나씩 물고 늘어져 토를 다는 그런
화법의 소유자), 왜 말이 없냐며 넌 전 직장에서도 그렇게 소극적이며 말이 없는 사람이었냐며 사람을 왕따에 사회부적응자
취급합니다.
 
이러다보니 싫은 사람한테는 확실하게 티를 내버리는 모자란 성격 탓에 항상 그녀 앞에서는 긴장하고 정색하고 해서
점점 관계가 악화되고 있어요. 평소에는 상상도 못할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연발해서 꼭 싫은소리를 듣죠.
 
말로는 항상 너 잘되라고 이러는 거라고 합니다. 넌 아마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크게 야단맞지 않고 무난하게 살아왔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자기를 지키기 위한 견고한 벽같은 게 있는데 그걸 깨야 좀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면서,
자기는 그런 큰 기회를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굳이 투자해 너에게 주고자 하는 거랍니다. 조언 해달라고 내 부족한 점을
지적해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혼자 말도 안되는 생색을 냅니다. 
 
그녀 앞에만 서면 저는 그저 보잘것 없는 소극적이고 일 못하고 우유부단하고 말 뿐인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이쯤 되니 정말 신경줄이 매일 팽팽하게 당겨져 있어서 머리털이 쭈뼛 서고 두피가 얼얼하며 두통이 떠나질 않네요.
 
사실 저~~~언에 모셨던 여자 상사와 서로 맞지 않아 사표를 낸적이 있습니다. 표정에 감정기복이 다 드러나는 걸 그 상사가
그렇게 못견뎌했어요. 저 모자란 반푼이 뭐 또 실수 안하나 하며 매의 눈으로 절 유심히 째려보는 게 느껴졌고, 그러다보니
더 위축되서 한 번 할 실수를 두세번 연발하곤 했죠. 1년반 좀 안되게 일하면서 정말 매일 집에 와서 울었나봐요.
이렇게 살다간 진짜 피가 마르겠다 싶어 사표를 냈던 건데 그 비슷한, 아니면 더더욱 막강한 상대를 만난것 같아요.
 
내가 부족한 사람이니까 이번에 이런 인간형에게는 어떤 방법으로 적응해야 하는가도 배우고 좀 더 일을 잘 할수 있는
방법도 배우면 좋겠죠.. 만약 제 신경줄이 견뎌낼 수 있다면. 사람 사는 건 아무도 모르니 이런저런 인간들을 다 상대해
봐야 좋다는 차원에서는 말이죠. 근데 그러는 동안 점점 작아지는 내 자신을 견뎌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적은 나이도 많은 나이도 아닌 32살에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면도 있어요. 아마 초반에 사회생활을 좀더
빡센데서 했다면 이쯤이야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범함을 갖추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정면으로 맞서야 할지, 아니면 '피할 수 있으면 피하자' 하고 다른 길을 생각할지
요즘 정말 매일 고민합니다. 요즘은 상사가 괴팍한 건지 제가 그만큼 못나서 그런건지 판단 자체도 희미해져가고 있어요.
마치 매맞는 아내가 자기가 잘못해서 맞는다고 상황을 합리화시키는 그런 단계?
 
예민하고 감정적인 동요에 민감한 성격이라 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뎌져야 할지, 생긴 대로 살자 하며 벗어나야 할지
진짜 모르겠습니다. 모르겠어요... 내일도 그 꼴을 또 당해야 한다 생각하면 정말 피곤해 죽을 지경인데 잠들기가 싫어요...
 
아아..쓰다 보니 진짜 눈물이 앞을 가리고 한도끝도 없이 길어졌네요..
 
요약:
1. 사람을 보잘것 없게 느끼게 만드는 완전체 상사가 괴롭힘
2. 정신적 압박에 약한 편이라 하루하루가 지옥임
3. 견뎌야 할지 이직해야 할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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