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베오베부터 시작해서 오늘의 베스트를 훑어 보다가 타블로의 고소건을 보게 되었습죠. 뭐... 가관이더군요. (아! 미리 말씀드리자면, 전 형식상 재미교포2세에, 현제 한국에서 거소(F-4)비자를 발급받아 7살때부터 생활하고 있는 22살 학생이고, 당연히 군복무는 면제입니다.)
'타블로는 캐나다인이면서 왜 한국에서 돈을 버느냐? 한국에서 돈을 벌려면 군복무나 해라.'의 늬앙스를 물씬 풍기는 댓글들. 그리고 거기에 주어진 추천들.
솔직히 '오유'라 하면 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타 사이트들보다 좀더 공정하고, 정이 넘치고, 어느정도 개념이 잡히신 분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많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만..
이상하게도 쓰잘때기없는 고집과, 상당히 보수적이고 편견적 사상들을 많이 가지고 계신것 같더군요. (이 표현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1. 난 갔으니 너도 가야한다. 2. 한국인의 피가 흐르면 군복무는 당연한 것이다. 3. 부자냐? 그럼 너의 피를 토해 서민을 먹여살려라. 4. 남자냐? 군대가라. 5. 한국돈 벌고 싶냐? 군대가라. 6. 앤디도 갔다. 넌 안가냐? 7. 등등...
피해보상심리이십니까? '난 했는데, 넌 안하냐?'라는 논리로 왜들 그렇게 까십니까. 적어도, 공정한 시선으로 판단하고, 까든 축복을 내리든, 팬이 되야하는 것 아닙니까.
타블로란 가수는, 합법적으로 가수생활을 하고 있고,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가수이며, 부모 또한 합법적인 일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합법적으로 캐나다 사람이고, 그쪽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합법적'으로 군대 면제인 것도 사실입니다. 심지어 한국 정부에서도 외국시민권자에겐 군대 가라고 하지 않습니다. '영주권자'들에겐 군의무가 부과되지만, '시민권자'는 아니지요. 그런데 왜들 그렇게 군대 않가는 것으로 까고 계십니까?
아! 물론, 군대라는 곳이 굉장히 중요하지요. 한국처럼 아직 남북분단인 상황에서는 더욱더 필요할겁니다. '의무'란 이름아래 책임감 갖고 열심히 복무하는 군인분들이 계시기에 모두 안심하고 지내는 것이겠지요. 그렇습니까?
제 주변의 수많은 남성분들, 저보다 나이 많고 전역까지 하신분들의 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번 가는 것도 좋지만, 기회가 있다면 면제가 더 좋다.' '배우는 것은 많으나, 가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시간 낭비다.' '배우는 것? 삽질과 생활 잡기술. 까라면 까 정도?' '사회생활의 기초를 여기서 다 배운다.' '군대를 가야 사람 된다.' '왠만하면 가지 마라.' '시간 아깝다.'
10사람 중 1~3분 정도는 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나머진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걸 하라 하시더군요. 저도 솔직히 20살 피가 끓던 시기(지금도 끓긴 하지만)에 주변의 시선을 이기지 못해 시민권 포기하고 군대가려고 했었습니다만, 어머니를 포함해서 많은 분들께선 만류하시더군요. 많은 분들이라기보단, 모두 그런 말을 하시더군요. 그건 옳지 못한 결정이라고.
솔직히 '군대 왜 안가냐? 한국 국적 취득하고 군대나 쳐가!' 라고 하는 분들 대부분은 위의 생각을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면서도 잘 벼려진 칼과 방패를 들고 300:100만의 전투에 나가는 스파르타군을 모방하여 'ㅋ'자가 닳아 없어진 키보드와 찬란한 붉은빛을 내는 마우스를 끄적이며 키보드워리어 하시는 이유가 뭡니까?
키보드워리어들 중 정말 원해서 군대가신 분 계십니까?(직업군인을 제외한 의무군) '나라를 지키고 싶다' . '한국인으로써 자부심을 느끼기에' 라는 이유로 입대하신분 계십니까?
'의무'이기에 가시는 것이잖습니까. 영장 날라오면 '아 이제 군대 가는구나.'하지, 영장도 오지 않았는데, '아! 군대 빨리가고싶어! 기대되!'하시면서 알아서 미리 논산훈련소로 들어가시는 분들 계십니까?
타블로를 위시한, 저같은 재미교포2세들, 혹은 여러가지 경우로 외국시민권을 소유한 많은 한국인들은 그러한 '의무'를 탈피했기에, 혹은 조건이 맞지 않기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여러분들이 미국 혹은 각종 외국의 시민권을 갖고 있다면, 그리고 한국에서 살고 싶어하며, 연예인이라면, 군대를 가시겠습니까? 조금 수정해서, 어려서 미국에서 태어났고, 그로인해 시민권을 갖고 있고, 일단 한국인의 피가 흐르니깐 한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또한 직업은 연예인이죠. 한국에서 돈을 버는 만큼 그에 대한 세금도 내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서 살아가기 위한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귀화해서 군대를 다녀오겠습니까?
남을 욕하기 전에 그 사람 입장을 생각해보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말이야 '난 그래도 군대 갈꺼임. 음 그럴꺼임.'하고 끝나면 입만 아프고 귀만 가려울뿐이죠. 진심으로 생각해보세요.
마지막으로, 외국 시민권자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건이 그렇게 좋지도 않다는것 하나 말씀드리고자 하는군요. 여러분 눈에는 군대 안가면 다 좋아보일진 몰라도, 여러분이 누리고 있는 수많은 혜택을 외국 시민권자들 대부분은 누리지 못하고 삽니다. 여러분이 의무를 지니는 만큼 혜택을 받는게 있고, 시민권자는 의무가 없는만큼 혜택도 없습니다. 물론 이런 말 하면, 귀화해서 의무를 지니고 혜택받으면 되지 않냐고 하시겠지만서도,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입니다. 누군가에겐 '시민권자'라는게 단순히 군대가기 싫어서 갖고 있는 것일진 몰라도 대부분은 자기만의 사정이 있습니다. 그것을 단순논리화 시켜서, '왜 넌 군대를 가지 않느냐'라고 까시는건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참고로 한국국적이 아닌자는 집 얻기도, 취업도, 복지도, 창업도 제한이 따릅니다. 그럼에도 스스로의 사정에 의해 한국국적을 취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합니다.)
하아... 어쩌다보니 글이 난잡해져버렸네요. 그냥 답답해서 글을 올립니다.
이곳이 영장만 있으면 베오베 가는 곳인줄은 압니다만, 간혹 열폭을 하시는 키보드워리어분들이 계시고, 또 그분들 따라서 흐름따라 같이 까시는 분들을 보며 답답하여 글을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