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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 림이 활처럼 휘었다.
게시물ID : diy_8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R18
추천 : 10
조회수 : 232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11/11 21:5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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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궁과 달리, 활은 레저 스포츠 용품으로 분류되며 제작 및 소지에 있어 어떠한 법적 제재도 받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저는 경기도 모처에서 인테리어를 하는 30대 초반의 남징어입니다.
손에 걸리는대로 뭘 만드는 게 취미죠.
주로, 크게 돈을 들이지 않고 뭔가를 만드는 데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지난 2년 간, 조그마한 벤치도 만들어보고, 피규어도 만들어 보고, 기타 등등 잡다한 것을 만들며 살다가...
올해 초에 활이라는 녀석에 꽂히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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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든 물건은 모양만 활이지, 입으로 부는 블로우 파이프만도 못했습니다.

계속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모으며 적당한 소재가 손에 들어올 날을 기다리기를 몇 개월...

결국 적당한 소재을 손에 넣어 활을 자작할 수 있었습니다.

스노우 보드로 만들었기 때문에 이름은 '스노우 보우'라고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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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활의 모습입니다.
소재는 '스노우보드 데크'입니다.

원래 활 제작 동호회 분들은 대나무나 나무, 혹은 PVC(이게 제일 보편적)를 이용해 활을 만드시곤 합니다.
그러나 저는 다른 소재들을 이용하여 활을 제작하는 데에 자신이 없어, 파손의 위험이 적은 재료를 찾다가
거래처 사장님이 모아놓으신 잡동사니 더미에서 운좋게 데크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림, 즉 활의 날개 부분입니다.
림의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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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활은 PSE사의 잉글리쉬 롱보우입니다.
활의 양 끝을 보시면 완만한 곡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런 형태의 활을 플랫 보우(Flat bow)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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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궁(정확히는 국궁 개량궁)입니다.
끝부분을 보시면 사수의 반대쪽으로 휘어져 나갑니다.
이런 형태의 활을 리커브 보우(recurve bow)라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강세를 보이는 양궁 부문의 활들도 모두 리커브보우입니다.

리커브 형태의 림을 가진 활들은 같은 길이의 플랫보우에 비해 장력이 더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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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든 '스노우 보우'는 일단 리커브보우에 속합니다.
아주 미세하지만 엣지 부분이 밖으로 휘어 있기 때문이죠.

또한 활을 어떤 재료로 만드느냐에 따라서도 분류할 수 있습니다.
활을 단일 소재로 만들었을 경우 셀프보우, 여러 재료를 복합해서 만들었을 경우 컴퍼짓 보우라고 칭합니다.
스노우 보우의 경우 메이플(추정)위에 연질 플라스틱으로 추정되는 코팅이 입혀져 있습니다.
(보통 다른 소재를 판의 형태로 적층하는 경우 '백킹'한다고 말합니다.)
따라서 스노우 보우는 '컴퍼짓 보우'에 속하게 됩니다.
과거 우리 민족이 사용한 각궁이 대표적인 컴퍼짓 보우입니다.

사진을 잘 보시면 아시겠지만 림과 라이저(손잡이) 부분을 연결하고 있는 볼트가 보일 것입니다.
이렇게 분해가 가능한 활을 'TD(Take Down) Bow', 즉 테이크 다운 보우라고 부릅니다.

림은 대략 폭 4cm, 길이 45cm입니다.
절단에는 직소를 사용했습니다.
데크 테두리에 감긴 강한 금속을 절단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두 개의 림의 너비를 맞추는 데에는 디스크 샌더를 사용했습니다.

원래 활이란 것은 엣지(끝 부분)로 갈수록 가늘어져야 하는데, 제 것은 파손이 두려워 끝 부분을 둥글게 가공하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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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 시위는 Atwood사의 밀스펙 파라코드(낙하산 줄)입니다.
사실 활의 시위는 매우 중요하며, 높은 견고함이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보통은 활줄 전용 스트링을(주로 다크론이라는 제품을 많이 쓰시는 듯...) 사용하시는데, 저는 그냥 낙하산 줄로 대체했습니다.
원래는 활의 장력을 버틸만한 강한 녀석을 써야 하기 때문에 혹시나 끊어지지는 않을까 많이 걱정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활의 드로우 렝스(당기는 데 드는 힘)은 겨우 20파운드 안팍이기 때문에, 낙하산 줄로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대부분 유소년, 여성에게 권하는 입문용 활의 드로우렝스가 20파운드 안팍입니다. 20파운드는 대략 9킬로그램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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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저는 38*38 방부목 정재를 사용했습니다.
애로우 레스트와 그립의 가공은 트리머로 했고, 그립 부분은 사포로 조금 더 갈아낸 뒤, 맥넷 사의 택티컬 카모폼을 감아줬습니다.
(카모폼 사세요, 두 개 사세요. 그립감 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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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화살입니다.
보통 시중에 판매되는 화살은 FRP(유리섬유)나 카본제입니다. 나무 화살도 있지만 카본과 함께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실제로 나무로 화살을 만드는 데에 들어가는 공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카본은 순전히 재료 가격입니다.
가장 저렴한 FRP는 10발에 4만원 정도 합니다.
그렇지만 FRP나 카본은 지나치게 강한 활로 쏠 경우 파열되면서 사수의 손을 관통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나무 화살은 수급도 어렵거니와, 화살로 쓰려면 여러가지 가공이 필요합니다.
(물론 제가 만든 활은 드로우 렝스가 낮기 때문에 수수깡으로 쏴도 됩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화살의 재료는 알루미늄 파이프를 쓰기로 했습니다.
너무 강한 힘으로 쏘더라도 파열되는 경우는 없기 때문입니다.

가끔 인테리어 작업을 하러 간 곳에 버리고 가는 롤스크린같은 게 있습니다.
일반 롤스크린 말고 여러 단으로 접히는 놈이 있는데, 이 롤스크린에 알루미늄 파이프가 사용됩니다.
주인분께 여쭤보고 버린다고 하면 모아서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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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는 우측에 있는 8mm 짜리를 화살로 썼습니다.
유소년 입문용 활 정도밖에 안 되는 드로우 렝스라, 저렇게 가는 것을 써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요번에 새로 주워 온 1cm 짜리 파이프를 써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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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의 전체 모습입니다.
화살의 무게에 따라서 낙차폭이 달라집니다.
강한 활이면 그 영향이 적지만, 제 활처럼 약한 활에는 그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알루미늄 화살은 같은 길이의 FRP나 카본 화살에 비해 무겁고, 탄성이 적습니다.
한번 휘어지면 완벽하게 직선으로 복구되지도 않고요.
그렇지만 무겁기 때문에, 사냥하는 데에는 적합하다고 여겨집니다.
비관통일 경우 화살의 무게가 고스란히 사냥감에 전달되기 때문이죠.
요즘의 활 사냥은 대부분 브로드 헤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카본 화살이 더 선호되는 추세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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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 헤드. 기성품 화살들은 속이 빈 파이프 형태이며, 앞쪽에 인서트라는 부품이 삽입되어 있습니다.
이 인서트의 나사홈에 각종 화살촉을 결합하여 사용하게 됩니다.
사진의 브로드 헤드는 사냥용으로, 기본적으로 사냥감을 관통하여 출혈을 일으키는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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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화살은 사냥용이 아니기 때문에 대강 니퍼로 잘라냅니다.
알루미늄을 통으로 자르는 거죠. 무르기 때문에 성인 남성의 악력 정도면 쉽게 잘라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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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늬(노크)와 화살깃 부분입니다.
화살깃은 보통 기성품 고무깃이나 천연깃이 사용됩니다.
그렇지만 역시 문제는 가격...
어차피 10미터 안팍의 타겟사격이 목적이기 때문에 적당한 것으로 만들어봅니다.
제가 고른 것은 종이테이프입니다.
연탄난로용 금속 테이프, 박스 테이프, 청테이프 등등 여러가지 테이프를 써봤지만 종이 테이프가 가장 적합했습니다.
다른 테이프들은 화살이 통째로 관통하는 경우 마찰을 이기지 못하고 뜯겨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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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늬(활 시위에 거는 부분)는 소형 줄로 갈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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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깃은 보통 120도 각도로 3개를 붙입니다.
기성품 중에 정확히 120도로 붙일 수 있게 해주는 플레칭 머신이라는 것도 있습니다만, 저는 그런 걸 살 생각도 없습니다.
(애초에 완성품 화살깃을 붙이는 용도.)
그리고 제게는 손이 있기 때문에,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대략 120도 각도로 종이테이프를 붙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사족이지만, 화살깃은 세 개의 균형만 맞는다면 어느 정도 찌그러지거나 해도 별 문제는 없는 것 같습니다.
초창기에 화살깃 2개 짜리 화살을 만든 적이 있는데, 이렇게 하니까 화살의 좌우탄이 너무 심하더군요.
네개는 너무 많고요.
세 개가 가장 적당하고 안정적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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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가게 앞의 공터(저 앞 골목은 막혀서 사람 왕래가 거의 없습니다.)에 나와서 습사를 해봤습니다.
거리는 대략 10~12미터.
기존의 8mm 화살이라면 500밀리 짜리 맥주캔도 맞출 수 있는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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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동영상인데, 우연찮게 비둘기를 발견해서 뜻밖의 사냥을 하게 되었습니다.(1분 19 초)
과녁은 200발이나 쏘고 난 뒤에 10만원 짜리라는 걸 알게 된 알집매트입니다.(누군가에게서 얻은 것)


여러분도 즐겁고 행복한 DIY 하시기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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