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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불가하다. 그것은 믿음의 문제이다.
게시물ID : religion_82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학덕후
추천 : 3
조회수 : 73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2/05/05 17:07:34
*)이 글에서 사용되는 신이라는 표현은 '초월적인 완벽한 절대자'라는 의미입니다. 기독교의 인격신을 대입하자면 너무 논의가 복잡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적인 부분이 나올 것인데, 그 부분들은 그냥 이야기를 쉽게 하기위해서 마구잡이로 편집하고 요약한 부분입니다. 전문성이 없다고 보시는게 옳습니다.

제목은 일단 세게 잡았습니다.
이 글은 종교 게시판에 올릴 계획으로 쓰여졌습니다만, 본래 철학게에 어울리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원래 종교 문제 자체가 완전히 감성적으로 흐르는데 여기는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우선 단순한 이야기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신이 존재한다.'는 명제를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이 사실을 알고 종교에 관해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꽤나 많은 의미없는 토론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유신론자들이 무신론자들을 설득할 때 생기는 대화들이 완전히 무가치하다는 의미거든요. 엄청 오소독스한 대화들이죠.


유신론자 : 신을 믿으세요.

무신론자 : 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세요.

유신론자 : 종교라는 것은 믿음에서 출발하는 겁니다.

무신론자 : 그런 비합리적인 말이 어디있죠? 존재한다는 것조차 증명할 수 있는 당신의 신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다는 말이에요? 

유신론자 : 신께서 존재한단 증거는 이 세상 자체입니다. 왜냐하면 이 세상을 그 분이 창조하셨거든요. 당신은 낙타 발자국을 본 것만으로도 이 주변에 낙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무신론자 : 그것만으로는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지요. 제가 낙타 발자국만 가지고도 낙타의 존재를 아는 것은 낙타가 낙타 발자국을 만든다는 것이 증명되었기 때문이에요. 신이 이 세상을 만들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가 있나요?

유신론자 : 신 이외에 무엇이 이 세상을 만들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기록된 경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경전의 존재를 통해서 신의 존재를 알 수가 있습니다.

무신론자 : 경전은 신이 쓴 것이 아니잖아요. 신이 직접 쓴 경전이 있다면 그것을 가지고 와서 정확히 증명해보세요. 그것을 할 수가 없다면 신은 없는거죠.

유신론자 : 신에 대한 확신은 믿음으로 시작되는 겁니다. 의심을 가지고 증명해야 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저 따라야 할 이야기지요,



여기서 보통 두 사람의 대화는 무한의 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굉장히 당연합니다.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한데, 무신론자는 증명하라고 하고 유신론자는 증명하려고 하거든요. 여기서 불가능을 요구하는 쪽이나 불가능을 해보려고 시도하는 쪽이나 마찬가지로 무가치합니다.

우리의 이성이 판단할 수 있는 것은 표상과 개념들이고, 이 표상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으로만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우리가 사과를 본다면 사과라는 것을 표상할 수 있지요. 그러한 것들은 충분히 증명 가능합니다. 꽤나 유명한 짤방처럼 "나에게는 야구공이 있어. 여기 보여줄께" 이런 식으로 증명 가능한 문제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증명 불가능한(정확히 말하자면 표상할 수 없는) 사실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칸트식으로 이야기하면 '선험적'이라고 합니다.

'신이 존재한다.'라는 명제는 본질적으로 선험적입니다.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증명 가능하지 않습니다. 존재한다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모두 증명 불가합니다. 그렇기에 유신론자들이 말하듯 신앙은 증명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입니다. 

어떤 분은 이 시점에서 이렇게 말씀하실겁니다. "무슨 소리야 증명할 수 없는 것은 없는거지."
만약 '거대한 스파게티 괴물'이 있다고 주장한다고 가정하고, 이 괴물은 무색 무취에다가 질량조차 없어서 우리가 경험할 수 없다면 그 괴물은 증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없단 말일까요? 그렇다면 종교란 '거대한 스파게티 괴물'과 '투명한 핑크 유니콘'들도 모두 있는 것으로 말할 수도 있고 아무런 가치도 없는 난잡한 지적 유희에 불과할텐데?
법정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면 그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을 증명할 의미는 그렇게 주장한 변호사 측에 있습니다. 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거든요. 이런 식으로 선험적인 것은 모두 없다고 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은 선험적인 것들을 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상식이라고 말할 수도 있고 흄 식으로 습관이라고 말 할 수도 있는 것들입니다.

대표적으로 수학적 공리들이 그렇지요.
우리는 '1=1'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삼각형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도 증명할 수 없지요. 플라톤의 비유처럼 우리가 현실에서 삼각형을 그리면 그 삼각형은 수학적 삼각형이 아닙니다. 각도도 정확하지 않고 무엇보다 선에 두깨가 존재하니까요. 수학적 공리들은 본래 머릿속에서 존재하는 선험적인 것입니다.

또 흄이 말했듯이 인과 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그렇습니다.
도대체 당구를 칠 때에 어떤 공이 다른 공에 부딪쳐서 그 공을 움직이게 했다고 합시다. 그런데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가 있지요? 그저 우연히 그 공이 그 지점까지 가고 그 지점에 있던 공이 우연히 움직였을 수도 있는데요?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모두 우연일 수도 있는 노릇 아닙니까? 태양이 동쪽에서 떠오른다는 것은 어떻게 증명할 수 잇을까요? 매일 그렇게 떠올랐지만 당장 내일부터 서쪽에서 떠오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저 지금까지 우연히 동쪽에서 떠올랐을 뿐이지요.
모든 물리법칙과 우주 상수가 그저 우연히 그러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데카르트가 집중했던 문제인 '나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문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무엇을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그저 악마가 만들 허상일지도 모르는 것이지요. 영화 매트릭스처럼 우리는 모두 기계 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험적인 부분을 우리는 참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증명할 수도 없는 명제들인데 말이죠.
그 이유는 그러한 명제들을 믿는 것이 상식이고, 습관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문제는 단순해집니다. 왜 신을 믿는 것을 상식의 범주 안에 넣아야 하는가. 그래야하는 당위성이라도 있는가?


제 생각에는 우리가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인 진, 선, 미 중에서 진을 밝혀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다음 기준들인 선과 미가 튀어나와서 판단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서 그것이 진짜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하다면,
1.그것을 믿는 것이 아름다운지?(좋은지?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2.그것을 믿는 것이 옳은지?
이러한 2가지 기준으로 판단해서 상식 안에 포함할지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수학만 생각해보기로 합시다.
수학이 있다고 믿는 것은 아름다움을 보장해줍니다. 왜냐하면 수학은 아름다우니까요. 피보나치 수열과 황금비, 수많은 공식들. 누가 아름답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분명 우리의 감각은 그것을 아름답다고 느끼고입습니다.
그리고 수학을 믿는 것은 우리를 옳게 행동하게 해줍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원할 때에 달로 보내 줄 수도 있고 무엇을 행하게 할 때에 바른 길을 찾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두 가지 기준이 충족되었기 때문에 수학을 상식으로 인정하고 믿는 것입니다.


그럼 "신이 존재한다."라는 명제를 상식의 범주 안에 집어넣어야 할까요?
과거 중세에는 분명 그래왔습니다. 그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왜 지금 현대에서 우리가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어야만 하는 걸까요?
아까 수학을 믿어야하는 두가지 기준을 이 명제에도 적용해서 충족시켜줄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1.신앙을 갖는 것은 아름다움을 감각으로 느끼게 해주는지?
2.신앙을 갖는 것은 우리의 행동을 옳게 해주는지?

이 두가지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겠고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니까요. 신앙을 통해서 지극한 쾌락을 얻을 수도 있고, 십자군처럼 제노사이드를 할 수도 있으니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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