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정체를 처음 알게 된 건 내가 새 여자친구를 사귄 지 1주일 후였다.
'네가 날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문자와 함께 보내진 것은 뒤편에 어렴풋이 보이는 그녀의 치뜬 눈빛과 그 앞에 널브러진 토막난 여자의 시체. 그녀의 광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아버린 순간 내 눈엔 눈물이 고이고 입에선 낮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내 사람을 빼앗겼다는 사실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다리가 저려왔지만, 난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닫고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안 돼. 그녀를 죽일 순 없어.
나는 자제해야 했다. 어떤 것이 이성적인 판단인지 나는 알고 있었다. 하늘에 맹세코 그것은 겁 따위가 아니었다... 오, 신이시여.
그 후로도 내가 새 여자친구를 사귈 때마다 그녀는 계속해서 산산조각났다- 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은, 끔찍한 모양새를 한 시체를 보내왔다. 경계의 리미터를 최대한으로 높인 채 내 곁을 주시하며 맴돌고 있는 그녀의 시선을 느낄 때마다, 어딘가에서 서걱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을 때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 떨림을 멈출 수 없었다. 난 그녀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전부, 알 수 있었다.
아아... 하지만 난 그녀를 죽일 순 없어.
그녀는 내 소원을 들어주니까.
어질러진 집을 청소하며 난 욕지기를 중얼거렸다. 그녀는 늘 내 주위에 있었으므로, 처리가 다소 서투른 그녀를 위해서 나는 항상 남들보다 더 움직여야 했다. 피곤하고 고단했지만, 그것은 그녀를 만나기 전의 내가 해야 했던 일들에 비하면 수월한 일이었다.
곧이어 들려오는 띠링- 하는 문자 소리. '이제 그만 포기해.'
뭐라는 거야. 시작한 건 너였잖아. 휴대폰으로 몰래 GPS를 심어둔 그녀의 위치를 확인하며 웃었다.
난 너만은 죽일 수 없어.
너는 내 소원을 들어주니까.
오... 신이시여. 부디 이 희열이 멈추지 않기를.
소름을 쓰다듬으며 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