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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689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왕양명★
추천 : 4
조회수 : 114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15 01:35:38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요새 시험이라고 건물 24시간 개방하잖아 그러다보니 가끔 새벽까지 있는 애들이 겪었다는데, 새벽에 알동 복도에 주인 없는 발소리가 들린대"
"주인 없는 발소리?"
나는 친구의 말을 들었을 때 언뜻 무슨 소리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주인 없는 발소리가 무슨 소리야?"
내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묻자 친구는 씨익 웃으며 내가 겁에 질릴만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니까 말이야... 너 내 친구 중에 은미알지?"
"응 얼굴은 친하진 않고"
"그래 걔가 겪었다는데 걔 말고도 여럿이 경험한 일이야
그러니까 은미가 어제 벼락치기 한다고 열람실에서 핫식스 먹고서 공부를 빡세게 했다나봐
근데 새벽 3시 쯤 되니까 약빨도 떨어지고 졸리더래
그래서 잠도 깨고 환기도 할겸 해서 열람실을 나와서 화장실을 다녀왔대
근데 화장실에서 나와서 다시 열람실로 가는데 발소리가 들려오더래
또각 또각 하고 구두신고 걷는 듯이 말이야
그래서 자기 말고 누가 또 이 시간까지 남았나 싶어서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봤는데 아무도 없더래
이상하다 싶어서 다시 열람실 가려니까 걔 발걸음에 딱딱 맞춰서 또각또각 소리가 들렸대
그쯤 되니까 얘가 무서워서 열람실까지 빨리 뛰어 갔는데...
글쎄 그 소리가 또각또각또각또각 하면서 같이 따라 뛰더래"
친구가 얼굴을 슥 들이밀며 그런 얘기를 하자 나는 소름이 쭈욱 끼치며 온 몸에 닭살이 우수수 올라오는 느낌을 받았다.
"아...시발 오늘 그냥 집에서 공부해야지"
"크크크크크 겁쟁아 쫄았냐? 남자놈이 그럴거면 떼라 떼 크크크크"
친구놈은 지가 무섭게 만들어 놓고는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나를 조롱했다.
내심 자존심이 상한 나는 가슴을 쭉 피면서 내 말을 취소했다.
"아냐 그냥 농담한거다. 학교에서 공부 한다 구두소리 한번 들려보라고 해보시지!"
나는 그렇게 당당한 척 학교에 남아서 공부하겠노라 떠벌렸다.
그리고 나는 지금 그 말을 후회하고 있다.
새벽 1시 무렵부터 슬슬 배가 아파왔으나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나는 혼자서 화장실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친구는 12시 부터 정신을 놓고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이 녀석을 깨우면 이 떠벌이는 내일 모든 지인들에게 내가 겁쟁이라고 소문을 낼 것이 뻔했다.
그렇게 참고 참다보니 어느새 시간은 새벽 2시가 되었고 더 참다가는 인간의 존엄성을 잃을 것 같았기에 결국 나는 혼자서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가는 동안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나는 안심하고 볼 일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다시 열람실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나타났다.
또각 또각
구두가 복도를 밟는 소리가 적막한 학교의 복도를 울리기 시작했다.
나는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끼며 그자리에 굳어졌고 그 소리는 점점 커지며 내 쪽으로 다가왔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그리고 구두소리가 멈춘곳은 내 등 뒤였다.
등 뒤로 차갑게 식은 땀방울이 타고 흐르며 서늘한 감각을 전해왔다.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은 심정으로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았다.
친구의 말대로 발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내가 걸음을 옮기면 그 소리도 역시 따라올 것이라는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면 귀신이 쫒아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다.
설마 남자화장실까지 쫒아오겠느냐 싶었던 나는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또각또각또각
그러나 화장실까지도 그 소리는 나를 따라왔다.
화장실에 들어온 나는 기절할 듯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온 스스로를 원망했다.
화장실 거울에는 발소리의 주인이 비춰지고 있었다.
긴 머리에 분홍색 정장을 입은 아주 창백한 여자가 무표정한 얼굴로 내 등뒤에 바짝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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