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쳐 버릴 줄 알았죠. 그냥 그대로 날아가 버릴 줄 알았죠. 늘 바쁜 그대의 발걸음, 세상을 향한 노력, 그 아름다운 멜로디. 까치 발 섞인 종종걸음으로, 쫓아가려고, 따라가려고 부단히도 애썼지만, 곁에 서기엔, 옆에 있기엔. 내 미운 마음이, 내 아픈 세상이 너무 더디어 함께 꿈꿀 수 없었죠. 그래서 버렸죠. 그래도 좋았어요. 상냥한 당신의 미소. 아름다운 그 눈동자. 멀리에서, 그저 멀리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했거든요. 그런데 난, 나란 놈은 정말 구제불능인가 봐요. 자꾸 또 욕심이 나요. 자꾸 미련이란 가지가 흔들려 내 마음을 어지럽혀요. 진한 담배 연기 벗 삼아 가슴을 달래어도, 독한 술을 치료약 삼아 심장에 들이부어도. 그때뿐이래요. 가슴은, 그 속의 내 미친 심장은 이래도, 저래도 당신의 사랑을 꼭 갖고 싶데요. 어떡하죠?! 포기했었는데, 이미 다 던져 버렸었는데. 당신을 향한 내 열정, 소망, 말도 안 되는 사랑. 다 버렸다고 생각했었는데. 나, 다시 기대해도 될까요. 하- 나 참 바보죠. 답은 이미 정해졌는데. 내 마음은 이미 날개가 달려 새처럼 날고 있는데. 이제 일어서야죠. 안 그래도 더딘 가슴. 열심히 재촉해 바삐 쫓아가야죠. 힘껏 따라가야죠. 잡지 못한대도, 평생 그림자처럼 누가 알아주지 못한데도 사랑인걸요. 그 끝이 한줄기 눈물밖에 없다 해도. 평생을 구멍 난 양말처럼 초라한 인생 속에 묻힌다 해도, 그렇게 마냥 불쌍해진다 해도 그래도 사랑인걸요. 바보 같아도 미련해도 이게 내 사랑인걸요. 그러니 어떡해요. 다시 일어서야죠. 그래서 얼른 이렇게 다시 사랑을 시작해야죠. 하-, 가슴속에 다시 예쁜 새가 날아 올라 노래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