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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신꿍꼬또
게시물ID : panic_821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튀김소보루
추천 : 1
조회수 : 16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03 12:3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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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사르르 잠이 들던 차에 눈꺼풀이 번쩍이며 올라갔다.
잠과 밤의 경계에서 희미하게 들린 소리가 귓가로 파고들자, 더위와 싸워가며 다독여논 잠이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댕댕댕"
유리잔에 쇠붙이를 부딪히는 소리.
어린아이가 장난을 치며 내는 그것, 술에 취한 이들이 무반주로 노래를 시작하는 신호가 정확히 집 안에서 들렸다.
오싹했다. 바람이 낸 것일 수도 있다. 우연히 맞닿은 두 사물이 만들어낸 별 것아닌 소리일 확률이 더 컸다.
혼자 사는 집에 누군가 들어왔을리는 없고.
확인하러 부엌까지 나가보는 일은 잠을 쫒는 꼴이 되버릴 것 같아 불쾌한 감상을 흩어버리곤 다시 잠에 들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댕댕"
같은 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그 순간 내 동공이 얼마나 확장되었을지, 온 신경이 어느 정도로 날카로워졌는지는 거울 앞에 선 것처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뭐야. 아 씨발 진짜 뭐야. 뭐지?'
핸드폰을 켜니 새벽 3시였다.
누군가 들어왔을리는 없다.
사람일리가 없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처음에 들은 건 실제 소리일거야. 분리수거날 버리려고 세워둔 맥주병에 뭐가 부딪힌 거겟지. 분명한건 다시 깨기 전까지 잠이 들었단 거야. 예민해진 신경이 꿈 속에서 불쑥 떠오른 걸꺼야. 그래. 꿈이야. 귀신꿈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아무튼 기분나쁜 꿈을 꾼거야.'
잠에 들 수 없었다. 다시 자보려 했지만 이미 날카로운 쇠붙이처럼 곤두선 신경은 나른한 육신의 다독임마저 완강하게 거부했다.
'내일 월요일인데. 씨발 다 잤네.'
화가 났다. 그게 뭐라고 곧 서른 줄에 든 남자가 벌벌 떨고 있는 꼴이라니.
핸드폰을 켰다. 불을 키면 완전히 못 잘 것 같아서. 찝찝한 기분을 달래 줄만한 것이 필요했다. 자다 깨버려서 목이 마르지만 굳이 부엌에 갈 필요가 있을까. 아까 들은 그 소리가 뭐든 간에, 굳이 방에서 나갈 필요는 없었다. 잘 수 있을 것이다. 잠이 곧 들거야. 이것저것 보다보면 곧 다시 잘 수 있을거야. 예민해진 신경을 다른 것으로 돌리고나면... 댕댕댕댕댕댕댕 댕댕댕댕댕댕댕댕댕댕댕댕댕댕

*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에요. 아침에 일어나 보니 뭐가 낸 소리인지는 모르겠어요.
  
출처 어젯밤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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