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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나만이 널 사랑해
게시물ID : panic_822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위아저씨
추천 : 1
조회수 : 72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04 18:4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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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벌써 일주일째, 영준은 오늘도 민희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동호회 모임에서 만나 6개월간 연애하던 철호와 수경은 열흘 전 헤어졌다. 민희는 평소 노는 걸 좋아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인 영준이 늘 불만이었다. 영준은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기 보다는 현재에 충실하고 현실을 즐기는 성격이었다. 결혼을 염두해두고 연애를 시작했던 민희에게 영준은 신랑감으로 부적절한 것이었다. 

영준은 민희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영준은 다소 과격하고 거친 사람이었지만 민희 앞에서는 한없이 착하고 배려가 깊은 남자였다. 영준은 평소 민희에게 "세상 모두에게 화내더라도 너한테만은 화 안 낼거야"라고 말을 했다. 영준은 그 말을 성실히 지켰다. 

민희가 영준에게 반했을때는 단순히 영준이 오직 자신에게만 잘해준다는게 전부가 아니었다. 민희는 거칠고 과격한 언행의 영준을 보며 사실은 그가 마음이 여린 사람이고 그것을 감추기 위한 행동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연애는 매우 평범했고 이별 또한 여느 연인들처럼 평범했다. 아마 두 사람을 제외한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이들의 이별은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꺼리일 것이다. 


영준은 민희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지만 민희에게 찾아가진 않았다. 그저 불빛이 닿지 않는 전봇대 뒷편에서 귀가하는 민희의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영준은 그저 민희가 아무 일 없이 집으로 들어가는 걸 바라보며 그녀가 잘 지내고 있는 모습에 마음을 놓고 있었다. 

언제까지 영준이 이런 행동을 할 지는 영준 자신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그저 지금 당장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어느날 그런 영준의 마음이 크게 요동칠 일이 일어났다. 


여느때처럼 같은 전봇대 뒤에서 민희의 짚 문 앞을 바라보던 영준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집으로 들어오는 민희를 보게 됐다. 그런데 민희의 옆에는 함께 걸어오던 다른 남자가 있었다. 연인같은 다정함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최소한 썸타는 분위기의 풋풋함은 누구나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건 누가 봐도 이제 막 연인으로 발전하려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영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영준은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며 불같은 배신감에 휩싸였다. 그럴만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영준은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다. 누가 와서 잡아줘야 할 상황이지만 영준의 이런 상황은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른다. 

영준은 이성을 잃으려는 순간 놀라울 정도로 냉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냉정은 민희의 상황과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려는 이성적 사고가 아니었다. 민희에게 어떻게 복수할지 타이밍을 엿보는 계산적 사고였다. 어쩌면 그것은 냉정이 아닌 차가운 광끼였을지도 모르겠다. 


영준이 민희의 집 앞에 찾아온지 2주째 주말이 됐다. 지난번 이후 그 남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 영준은 다소 방심하고 있었다. 순간을 사로잡던 차가운 광끼도 누그러지는 듯 했다. 그날 밤, 아니 새벽이 다 지나가도록 민희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혹시 민희가 집에서 안 나온건지 싶어 민희의 방 창문을 바라봤지만 불은 계속 꺼져있었다. 영준은 민희가 외박을 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잠자던 광끼가 일주일만에 다시 살아났다. 

해가 뜨고 오전이 되자 민희는 지난주 그 남자의 배웅을 받으며 집에 돌아왔다. 영준은 밤새도록 전봇대 뒷편에 숨어있다가 해가 뜨자 조금 더 외진 곳으로 숨어 민희의 집 앞을 지켜봤다. 아마 잠복근무하던 경찰도 이 정도로 끈질기지는 못할 것이다. 문득 영준은 자신이 형사가 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홀로 웃음을 지었다. 아마도 그 짧은 순간, 영준의 안에 있던 선량한 자아가 모습을 내민 모양이다. 민희가 그 남자와 외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영준은 돌이킬 수 없는 결심을 한다. 그 순간에도 영준은 놀랄만큼 차분하게 분노와 광끼를 계획하고 있었다. 


다음날 밤, 영준은 민희의 집 앞에서 민희를 배웅해주고 돌아가던 그 남자를 뒤쫓았다. 영준의 한 손에는 굵은 전선이 들려 있었다. 그 남자가 외진 주차장 앞을 지날때, 영준은 뒤에서 그를 덮쳐 전선으로 목을 졸랐다. 영준은 있는 힘껏 남자의 목을 조르며 조명이 없는 주차장으로 그를 끌고 갔다. 늦은 새벽, 골목길 조명이 꺼진 외진 주차장에는 끔찍한 살의를 가진 남자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남자는 있는 힘껏 발악했지만 쉽지 않았다. 

영준의 계산은 치밀했다. 한 여름에도 긴 팔 후드티를 입어 남자의 손톱에 자신의 혈흔이나 피부가 묻을 것을 방지했다. 물론 주변의 CCTV와 블랙박스는 그의 얼굴을 확인하지 못했다. 모자에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가린데다가 어두운 밤 골목길에서 더 어두운 주차장에서 범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영준은 살인을 마치고 다시 왔던 길로 나가지 않았다. 영준은 CCTV와 블랙박스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입고 온 옷을 벗어 가방에 담고 반대쪽 다세대 주택 쪽 담을 넘었다. 그리고 약 10분 정도 숨어있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전혀 다른 복장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 지형지물을 고려한 영준의 계획은 경찰수사를 미궁으로 빠뜨리기 충분했다. 적어도 영준 본인의 생각에는...


민희는 다음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제 막 사랑을 싹 틔우기 시작한 남자가 자신을 바래다 주고 돌아가는 길에 살해됐다. 민희는 중요한 참고인으로 경찰조사를 받았지만 증언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그리고 슬픔에 멍해져 증언할 정신도 없었다. 경찰은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를 확보했지만 용의자를 특정하기 쉽지 않았다. 수사는 장기화 될 조짐이었다. 

민희는 멍한 표정으로 남자의 장례식장을 지켰다.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남자의 부모님에게 자신을 소개하는게 이런 상황이라는게 민희는 죽고 싶을만큼 괴로운 상황이었다. 그 괴로움에 울다 지쳐 벽에 기대 앉아있을 즈음, 민희에게 한 통의 문자가 도착한다.

「널 사랑하는 사람은 나야. 나만이 널 사랑할 수 있어」

영준에게서 온 문자, 민희는 정신이 반쯤 나간 와중에도 그 문자가 심상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민희가 영준과 만나는 동안 영준의 폭력성에 대해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 폭력성의 칼날이 자신을 향하리라는 의심은 절대 해본 적이 없었다. 영준은 세상 모두에게 날카로워도 민희에게 만큼은 진심으로 다정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희는 심상치 않은 기운에 영준에게 전화를 건다.


영준은 자신의 휴대전화로 걸려온 번호를 확인한다. 발신자가 민희임을 확인하지만 영준은 전화를 받지 않고 배터리를 뽑아버린다. 배관공 복장을 한 영준은 민희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민희의 집에는 민희의 어머니와 당뇨병으로 몸이 불편한 민희의 아버지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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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이야기는 픽션이며 이야기 속 인물의 이름이나 상황 등은 모두 창작된 것이며 실제와 겹치는 일이 있을 경우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 





흠...이번건 좀 별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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