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관련 오유 댓글마다 "그래도 밀양시민들은 새누리당을 선택한다"는 댓글이 자꾸자꾸자꾸 달려서 한 마디 해 보려고 합니다. 아 내일 시험인데...
1. 밀양 시장이 새누리당이면, 밀양 주민도 새누리당인가
김정일이 죽었을 때를 생각 해 봅시다. 김정일은 주관적으로 생각해도 객관적으로 생각해도 용서할 수 없는 독재자입니다. 하지만 미디어에 비친 북한 주민들은 어땠나요? 나쁜놈 죽었다고 침 퉤퉤 뱉고 가던가요? 아닙니다. 훌륭하신 지도자가 돌아가셨다고 울고 계시죠.
그러면 그 북한 주민들을 "저 김정일이 옹호하는 빨갱이새끼들" 하고 욕을 해야 맞을까요? 물론 아니지요. 그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 까지 북한 군사독재정권만을 보고 살았기에,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는것입니다. 한 마디로, 그들 또한 군사독재정권의 피해자입니다. 우리는 그들과 싸울 것이 아니라, 그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켜야 하는 것이지요.
남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 직선제 하게 된지 몇 년이나 됐나요? 노동조합 합법화 된 지는 몇 년이나 되었고, 경찰이 더 이상 고문을 하게 되지 않게 된 것이 몇 년이나 되었습니까? 학생인권조례 조차도 현재진행형인 나라입니다.
비교적 나이가 많은 세대에게는 군사독재가 '자연스러운' 것이고, 갑자기 찾아온 민주주의가 부자연스러운 것이지요. 새누리당 지지자는 우리가 물리쳐 없앨 사람인가요? 아닙니다. 함께 토론하고 설득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할 사람들입니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자면, 60% 이상이 이명박 대통령을 찍었으니 우리나라 국민 모두는 '아직 정신 못차린, 연대해서는 안될' 사람들인가요?
2. 밀양 시민이라고 모두 밀양 송전탑의 이해당사자인가
사실 투표는 불합리한 면이 없진 않습니다.
저는 평소에 뉴스도 열심히 보고, 어떤 정책이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가져올지, 그리고 문제는 무엇인지, 뭐 기타등등. 열심히 생각합니다. 투표권이 없었던 지난 지선, 총선, 대선때도 선거공보물 오면 제일 먼저 뜯어서 누가 나왔는지 공약은 누가 좋은지 열심히 찾아봅니다. 그런데 선거 공보물을 뜯지도 않고 버리는 집이 엄청 많더라고요. 씁쓸합니다. 그들의 한 표와 내 한 표가 같은 가치라니.
밀양 송전탑 사태의 피해자 분들은, 이제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분들은 많이 세어 봐야 백 명도 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밀양 송전탑 농성장에 가보신 분은 알겠지만, 밀양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한 번 타고 시외버스터미널로 간 다음 또 시외버스를 타고 가야 도착하는 시골 중 시골이기 때문이죠.
이 사람들이 모두 투표를 했다고 하더라도 많아야 천 표일겁니다. 그러나 밀양 시장 선거는 1만 표 차이로 결판이 납니다. 비밀투표의 원칙이 있으니 그 분들이 어떤 선택을 하셨는지는 몰라도, 어떤 선택을 하던 시장을 바꾸는 것은 무리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편의상 '밀양'이라 부르지만, 대다수의 밀양 주민들은 밀양 송전탑에 관심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나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니까요. 그러니 부디 이제 더 이상 밀양 송전탑 문제에 '새누리당 시장' '새누리당 도지사'를 끌고와서 비난하는 댓글은 안봤으면 좋겠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