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인간이 태어난 지 몇 년이나 지났다. 인류는 말라가고 있다.
노인들의 자리를 아이들이 채우지 않는 이상 인류는 머지않아 멸종할 것이라고 다들 예상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클론이나 인공 장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피할 수 없는 멸망을 지연시키려 노력했지만 이 모든 것은 시간벌기일 뿐이었다. 새로운 인간은 없었다. 인류는 이미 멸망했다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운명의 날이 밝았다. 십 년 만에 처음으로 임신한 것이다. 분만은 전 세계에 중계되었고 모든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 순간만큼은 온 인류가 같은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의사가 아기를 꺼내는 순간엔 모두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들은 아기가 첫 울음을 터뜨리는 때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지만… 아기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온 세상이 아기와 함께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