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여든 명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강 선착장안 식당에서 식도락을 즐기려다 폭우로 급격히 강물이 불어나는 바람에 한꺼번에 목숨을 잃어버릴 뻔했다. 긴급히 출동한 119구조대가 아니었더라면 멀리 관광온 이국의 땅에 그냥 묻힐 뻔한 것이다.
3일 밤 10시50분쯤 서울 합정동쪽 한강변에 있는 잠두봉 선착장. 지하1층 지상2층짜리 바지선으로 만들어진 이 선착장안 2층 중국식당에는 긴장한 얼굴의 88명의 중국인과 가이드 3명이 중국어로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1시간전만 해도 이들은 식당 테이블에서 맛있는 음식과 술잔을 기울이며 왁짜지껄 떠들며 파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바깥에는 신고를 받고 긴급출동한 119구조대가 안전로프를 이용해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로프를 통해 한 명씩 관광객을 안전지대로 옮기려던 구조대의 계획은 쉽사리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소방구조정까지 동원됐다. 20~30명이 탈 수 있는 소방구조정은 바쁘게 움직였다.
이들 관광객이 이처럼 폭우로 물이 급작스레 엄청나게 불어난 한강 한 가운데 고립된 것은 '자업자득'이라 다름 없었다. 화교인 이 식당 주인은 이날 저녁 시간에 예약한 이들 관광객이 입장하려 하자, "폭우가 쏟아져 상류에서 급속히 불어난 물이 도달할 경우 침수될 수 있다"며 "절대 입장할 수 없다"고 만류했다.
하지만 이들은 막무가내였다. 관광 가이드는 주인과 승강이까지 벌였다. 도저히 이들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주인은 '인명사고가 나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고 들여보냈다.
중국인 관광객 일행은 10여m의 간이 다리를 건너 이 곳 선착장 2층 식당으로 즐겁게 들어왔다.
하지만 즐거운 관광 분위기는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비명'의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해가 지기 전 선착장에 들어갔을 때 건넜던 다리는 온데간데 없고 한강 물은 어른 키만큼 차오른 상태였기 때문이다.
바지선이라 물에 가라앉지 않은 선착장 건물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급해진 가이드는 "한강 물이 차 뭍으로 나갈 수가 없다"며 119에 구조 요청 신고를 했다.
출동한 이후 1시간여가 지난 끝에 구조를 마친 구조대원들은 비와 땀으로 범벅돼 있었다. 한 구조대원은 "이런 폭우에 이미 고수부지가 잠기고 있고 기상당국의 경보까지 발동된 상황에서 왜 이런 곳에서 저녁을 먹겠다고 우겼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마포소방서측은 "한달 전쯤 해놓은 예약을 취소할 경우 위약금 등 금전적인 문제가 발생할 것 같아 가이드가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출처=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soc&arcid=0005122152&code=41121111&cp=nv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