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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왜 새정치연합에 노사 협상 중재를 요청했나
게시물ID : sisa_5313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작은창문
추천 : 1
조회수 : 669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06/18 17:50:31
지난 6월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은 삼성에 강력한 메시지를 하나 던졌다. 이날 새정치연합 을지로위원회는 박영선 원내대표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조합 관계자들의 ‘공개적인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비공개 면담을 공개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새정치연합 쪽에서 비공개 면담에 앞서 모두 발언을 언론에 공개하고 삼성에 메시지를 던졌기 때문이다. 

비공개 면담에는 몇 가지 중요한 키워드가 있다. 첫 번째는 노조가 박영선 원내대표와 만나는 그 자체다. 삼성 본관 앞에서 수백 명이 모여 싸우는 노조와 박영선 원내대표가 직접 만난 것은, 새정치연합이 노사 교섭 결과를 주시하겠다는 일종의 신호였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초선 시절 삼성을 정면으로 겨냥한 금산분리법과 관련해 삼성으로부터 다양한 압박을 받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아 삼성에 가장 껄끄러운 상대이기 때문. 이번 비공개 면담 모두 발언에서는 “위장도급 문제와 무노조 경영에 따른 오랜 노사갈등 때문에 염호석 님께서 유명을 달리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굉장히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여기서 ‘무조노 경영’과 ‘염호석’은 중요한 키워드다.

또 다른 주요 키워드는 우원식 최고위원(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의 말에서 나왔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고 염호석 씨(삼성전자 AS 수리기사) 시신탈취 논란이 인 삼성의 ‘장례 절차 개입 여부’와 ‘국정감사’를 언급했다. 

비공개 회의에선 이 같은 키워드들이 조합된 얘기가 구체적으로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키워드를 종합해 보면 삼성의 시신탈취와 장례 과정 개입 정도, 무노조 경영 전반을 국정감사에서 총체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

애초 새정치연합은 을지로위원회를 중심으로 고 염호석씨 시신탈취 과정에 삼성과 경찰의 유착 여부를 중심으로 진상조사를 진행해 오고 있었다. 동시에 삼성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수차례 물밑 실무협상을 진행하다 지난 6월 2일에 결렬된 바 있다. 그 후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을지로위원회에 협상 중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13일에 박영선 원내대표를 내세워 삼성 측에 협상에 성실하게 임하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6월 14일에 다시 물밑 협상이 재개됐다.  

국정감사 앞둔 삼성, 새정치연합에 어떤 신호 보내고 싶었을까?

여기서 가장 의구심이 드는 지점은 삼성이 굳이 그 시점에 새정치연합에 협상 중재를 요청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점이다. 대부분 진행됐던 물밑 협상은 삼성이 원하면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노사 교섭에서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역할은 팽팽한 협상 줄다리기에 정치권의 보증을 통한 물꼬 트기 정도다. 그러나 당시는 정치권의 물꼬 트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노동조합 투쟁력이 위축되는 상황도 아닌데다 삼성이 협상안으로 내놓은 안이 수준이 높지 않아 당장 노조를 설득할 뭔가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협상 중재 요청을 통해 삼성이 새정치연합에 어떤 신호를 보내려고 한 것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일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경영권 승계가 당장 급한 상황에서 이를 위한 걸림돌을 하나하나 치우는 과정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일각에선 이번 협상 중재 요청이 삼성의 비둘기파(온건파)들이 사회적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던 반올림 측과 직접교섭에 나선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백혈병 문제처럼 경영권 승계 전에 털고 가야 야권의 공세를 미리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 백혈병 문제와 삼성서비스 노조와의 교섭은 규모가 다른 문제라 삼성 매파(강경파)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공존한다. 그런데도 삼성 측의 최근 협상 흐름을 보면 일정 수준에서 교섭을 빨리 마무리 지으려는 태도가 엿보인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다양한 채널을 종합하면 삼성 본사 앞에서 대규모의 노동자들이 집단 노숙농성을 벌이는 데 대해 삼성은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고 염호석 씨 시신탈취 과정과 유족 회유 과정에 삼성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추적하는 새정치연합의 진상규명 활동이 큰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이런 기류를 감지한 새정치연합은 중재하기보다 시신탈취 과정과 삼성 무노조경영 문제를 국감으로 가져가겠다고 압박하는 전술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13일 비공개간담회에서 박영선 원내대표는 “삼성 사람들은 자기들이 손해볼 짓은 안한다. 판단이 워낙 빨라 손해볼 것 같으면 끝까지 안 간다”며 “이 문제가 끝까지 가면 피 보는 건 삼성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잘 풀릴 것이라고 본다”고 자신이 겪은 삼성을 소개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새정치연합 원내를 중심으로 곧 있을 국정감사에서 환경노동위 차원의 성실 교섭 여부로만 끝내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인 셈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새정치연합이 삼성 관련 모든 상임위에서 삼성 문제의 핵심인 무노조 경영철학을 문제 삼고, 경영권 승계 과정의 불법성 여부까지 의제를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성이 도마에 오르게 되면 삼성 그룹의 임원 중 어느 선까지 국감장 증인석에 설지 알 수가 없게 된다.

을지로위, 유가족 회유와 시신탈취 삼성 개입 정도 조사 중
노사 협상결과 지켜보는 새정치연합

여기에 우원식 최고위원과 은수미 의원이 을지로위원회에서 제기한 삼성의 시신탈취 및 유가족 회유 개입 의혹이 안전행정위원회 등의 국정감사에서 조금이라도 드러나면 상당한 파괴력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이미 을지로위는 상당수 증언과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신탈취 현장에서 노조와 함께 대응했던 류하경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삼성전자서비스나 삼성(그룹)이 개입해 유족 측에 상당 금액의 합의금을 줘서 (노조의 뜻을 따르기로 했던) 친부의 마음이 돌아선 것은 확실하다. 직접 들었다”며 “삼성이 내려주는 돈 이외에 일체의 여유 돈이 없는 센터 바지사장이 큰 합의금을 제시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당연히 삼성전자서비스나 삼성 원청이 합의 과정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류하경 변호사가 지난 5월 30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을지로위 시신탈취과정 진상조사 중간보고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시신을 인도 받기 위해 출동하면서) 경찰에 도와달라고 한 (112 전화) 신고자도 파악이 안 되고 있다”고 밝힌 지점도 여전히 경찰과 삼성 관련 의혹으로 남아 있다. 은수미 의원도 이날 중간 조사 결과 발표문을 통해 “일부에서는 경찰이 112신고를 받기 이전에 (시신탈취) 진압을 위한 경력을 투입한 것이라는 진술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감에서 시신탈취 논란의 핵심 의혹인 경찰의 신속한 기동대 투입 문제가 다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경찰과 삼성 유착 관계의 중요 고리로 부각되고, 공권력도 좌지우지 하는 삼성의 반사회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각에선 당장 삼성과 노조와의 교섭이 진통을 겪으면서도 국감 전까지는 풀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의 중재 요청이 ‘교섭을 잘 마무리하면 국정감사에서 어느 정도 완급 조절을 해 달라’는 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의 한 관계자는 이 과정을 두고 “박영선 원내대표가 나왔다는 것은 협상에 힘을 실어주고, 삼성에게 협상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경고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노조와 삼성이 노사 협상 중에 있어서 협상결과를 보고 국정감사 대응 수위를 판단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사 협상 결과에 따라 새정치연합의 국정감사 수위 조절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시신탈취 과정과 유가족 회유 과정에 삼성 개입여부 문제가 쟁점이라는 것은 (을지로위) 의원들이나 삼성도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노조와 삼성의 협상 결과를 보고 노조와 협의해 결정하게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미디어충청, 참세상 합동취재)


http://www.cmedia.or.kr/2012/view.php?board=total&nid=79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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