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합리적 처우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선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의 농성이 30일째에 접어들었다.
장기간의 농성에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 노상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버티는 노동자들의 수는 500명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17일 연합뉴스가 농성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불합리한 임금 체계가 자신들을 생계유지조차 힘든 상태로 내몰았다고 입을 모았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은 전자제품을 수리하는 건당 서비스 수수료 형태로 임금을 받는다.
2008년 이전까지는 그럭저럭 상황이 괜찮았다.
삼성전자서비스가 '바지사장'격인 협력업체를 중간에 두고 사실상 서비스 기사들을 직접 관리하면서 적정한 임금 수준을 보장해 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해 대법원이 현대미포조선이 생산공정을 떼어내 용인기업에 맡긴 것을 두고 사실상 직접고용에 해당하는 '위장도급'이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비슷한 논란에 휘말릴 것을 우려한 삼성그룹이 협력업체에 대한 간섭을 줄였고, 아이러니하게도 이것이 처우 악화로 직결됐다는 것이다.
박성주 부지회장은 "협력사 사장이 알아서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뀐 뒤로 (임금 수준을 결정하는) 건당 수수료가 계속 깎이기만 했고, 협력사들이 우리에게 와야 할 돈을 일부 떼먹는 상황도 생겼다"고 말했다.
일부 협력업체의 무분별한 인력증원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경상도권에서 8년째 수리기사로 근무 중인 P씨는 "50∼60명이었던 센터 인원이 2008년 이후 한때 100명까지 급격히 늘면서 기사 1인당 배정되는 수리 건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월급이 아니라 건당 수수료 형태로 임금을 지급하다 보니, 회사 입장에선 직원을 늘려도 인건비 지출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P씨는 "이대론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호소했지만 사장은 '일할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고 맞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P씨가 근무하던 센터에선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퇴직하자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왔고, 결국 절반가량이 퇴직했다.
견디다 못한 직원들은 지난해 7월 노동조합을 결성했지만 회사 측에선 노조원에게는 일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결국 작년 10월 31일 천안센터 조합원 최모(32)씨가, 지난달 17일에는 부산양산센터 분회장 염모(34)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삼성그룹, 협력업체 간 협상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잇따른 대형 이슈의 그늘에 가려 사회적 관심도 높지 못하다.
박 부지회장은 "정말 오랫동안 힘들고 배고프다고 이야기해 왔지만 삼성과 협력업체는 기다리라고만 했다"면서 "우리의 요구는 최소한의 고정급이 있어서 일이 많든 적든 생계유지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1&aid=0006964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