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작년에서야 오유를 알아 지금까지도 잘 눈팅하고 있는 오유인입니다.
제목에서 보시는바와 같이 저는 선거관리위원회 직원입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일선 구,시,군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럼 관리계장이란 사람은 뭘하는 사람인가 하면 후보자등록, 투표, 개표 등 절차적인 업무를 하는 관리계의 실무책임자입니다.
이렇게 글을 올리는 이유는 대통령선거부터 지금까지 선거관리 과정에 대한 오유인을 비롯한 네티즌들의 말씀에 조금이나마 현직 직원으로써 투표와
개표를 중심으로 어떤 과정으로 업무를 하는지를 설명드리고자 하는 차원에서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하나씩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전자개표기는 부정확하고 조작이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전자개표기라고 일컬어지는 장비의 정식명칭은 ‘투표지분류기’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투표지분류기는 은행권에서 수표를 분류하는
장비를 응용하여 만든 장비로 단언컨대 사람이 분류하는 것보다 정확하고 신속합니다. 이 장비에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개표상황표라는 것을 작성하
고 다시 심사집계부와 위원 검열을 거쳐 확정된 결과를 개표집계망에 입력함으로써 전국적인 개표결과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번에 보급된 2014년형 투표지분류기는 무선랜 기능을 처음부터 죽여놓았기 때문에 무선 접속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습니다. 또한
구형인 2010년형도 제어용 PC에서 모두 무선랜 드라이버를 삭제하는 조치를 하였습니다. 다만, 김어준 총수께서 언급하신 백도어(?) 이 부분은 제가
잘 모르기 때문에 설명을 못드리겠습니다... 그렇지만 실시간으로 올라가는 후보자별 득표수를 조작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걸 말씀드릴 수 있
습니다.
궁금하시면 개표참관인을 한 번 해보시면 왜 그런지를 알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개표장에서 사용하는 통신망에는 무선기능이 없으며 오로지 유선으
로만 통신합니다.
2. 일부 지역에서 지난 대통령선거의 투표지가 나온건 도대체 뭐냐?
이건 솔직히 저도 어떻게 된건지 궁금합니다.
투표소에 설치된 투표함은 여러 가지 단계를 거쳐서 그 자리에 놓여지게 됩니다.
직전 선거 종료후 투표함 정리 -> 다음 선거전 투표함 내,외부 세척 -> 선거일 전날 정도에 해당 투표함을 읍,면,동사무소로 송부(투표용지와 함께) ->
선거일 당일 새벽에 참관인에게 투표함 내부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시킨 후 봉인조치 -> 투표소에서 사용 후 개표소에서 봉인해제 후 개함.
이런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서 개표소에서 개함하게 되는데 어떻게 지난 대통령선거의 투표지가 발견되었는지가 의문스럽습니다.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할 수 있는데 첫 번째로는 위와 같이 여러 가지 절차를 거치면서도 투표함에 딱 달라붙어있던 투표지가 개함할 때 발견될 경우이고
두 번째로는 누군가 지난 대통령선거때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가지고 나갔다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고의적으로 그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은 경우입니
다. 이번 경우가 어떤 경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3. 경기도지사선거에서는 무효표가 왜 이렇게 많이 나왔나?
이번 경기도지사선거에서 백현종 후보는 6. 1. 사퇴하였으며 전국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통상 투표용지 인쇄는 5. 19 ~ 25 정도에 하였습니다. 아무리 늦
어도 선거일전 7일 그러니까 5. 28.까지는 투표용지 모형공고를 해야하기 때문에 인쇄가 100% 완료되었다고 봐야합니다. 또한 5. 30 ~ 31에는 사전투표
까지 했습니다. 즉, 사전투표에서 백현종 후보를 찍은 투표지는 모두 무효표가 된데다가 이미 인쇄해 놓은 일반 투표용지에는 별도로 사퇴의 표시는 할
수 없고 선거일 당일에 투표소에 공고문을 붙이는 것으로 대체합니다.
단순하게 계산을 해보면 백현종 후보자의 지지율을 보수적으로 잡아서 3%라고 보면 사전투표에서의 무효표는 이렇게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 선거인수 9,679,317 * 사전투표율(11. 49%) * 3% = 33,364 표 정도가 나옵니다. 실제로는 이것보다 더 나왔을 수도 있고 덜 나왔을 수도 있습니
다. 정말 단순하게 계산한 수치입니다. 후보자사퇴 전이었으니 백현종 후보를 찍은 표는 공고나 고지도 없이 그대로 무효가 되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6. 4 투표소에서 투표하신 분들 중에서 미처 후보자 사퇴 공고를 보지 못하신 분들이 찍은 표 또한 그대로 무효표가 되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무효표가 많이 나오니 안타까운 일이지만 일반 투표용지는 후보자가 사퇴했다고 해서 물리적으로 그 많은 투표용지를 다시 인쇄한다는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 외로도 여러 가지 무효사유가 있지만 오늘은 이쯤에서 접겠습니다.
사실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은 지방선거를 가장 힘들어합니다. 다른 선거와 비교해서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인데요. 더군다나 이번 지방선거는 사전투표도 전국적으로 처음 도입되어 여러 가지로 굉장히 힘든 선거였습니다.
그동안 선거관리 과정에서 일부 국민의 오해를 살 수 있는 일들도 벌어지고 해서 요 근래에는 굉장히 절차사무에 있어서 엄격하고 투명하고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게끔 여러 가지로 보완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 보시기에 아직도 미흡한 점이 많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선거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 조금이나마 알아주시기 바라며 기회가 되실 때 투표나 개표참관인 또는 개표사무원 등을 직접 해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시리라 생각됩니다.
흠.. 마무리는 ... ASK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