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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 일보의 고리 1호기 폭발사고 '소설'.
게시물ID : sisa_5316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피터제길슨
추천 : 6
조회수 : 157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19 23:25:04

소설의 시작

20XX년 7월 어느날,

고리 원전 1호기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한다.


한 시간 뒤, '고리 원전 1호기, 방사능 물질 일부 누출'이라는 속보가 뜨고, 이어서 원전 주변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대피훈련하던 화면과 함께 '고리 원전 1호기, 인근 주민 전원 대피'라는 방송 자막이 등장한다. 가끔씩 발생하는 그런 사고겠지.

몇 시간 뒤, '주민 전원 대피'는 오보인 것으로 밝혀진다.

이어지는 언론사 속보,

'전체 교류 전원 상실, 원자로 자체 이상은 없어', 'X대통령, 사고대책반 구성하여 신속 대응 지시', '대책본부, 반경 3km 피난, 3~10km 옥내 대피 지시', 'X대통령, 특공대 투입하여 주민 대피 지시', '동해안 50km 해역 지진파 감지', '고리 원전사고 대공용의점 수사', '일부 지역 심각한 오염 가능성, 추가오염 우려', '원전 인근, 일부 주민 사상자 발생', 'X대통령, 긴급사태 선언, 군병력 투입'


방송은 현장에 수용된 주민의 가족들을 인터뷰하며, 피폭되어 사망한 시신을 화면으로 보여준다. 어떤 언론사는 트위터를 통해 취재를 하려다가 발각되기도 한다.

트위터 상황,

' 부산 사는데요. 대피 방송 없었는데요. 어째야 하죠?', '대피하려고 나왔는데 차가 엄청 많아요', '군인들이 길을 통제하고 있어서 밖으로 나갈수가 없네... ㅆㅂ', '출장왔는데 이게 뭔일이래... ㅆㅂ', '30분 째 전화가 안 터짐', '아, 배고프네. 오늘은 뭘 먹지'

일베 상황

' 놈현이 고리 원전 1호기 수명연장했다', '종북좌빨들이 원전 터뜨린 거 아냐?', '방사능 오염된 것들아, 기어나오지 말고 거기서 죽어', '아,ㅆㅂ 주식 폭락하겠네. 방독면 회사 주식이나 살 껄...', '우리집은 안전함...ㅋㅋ'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는 것 같다.

주식이 폭락한다. 싸이드카, 써킷브레이커. 다 소용없다. 외국 투기꾼들이 주식을 팔아치우고 국민연금은 주식을 사들인다. 외국 투기꾼들은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며, 정부는 외환시장에 개입하지만 환율은 급등한다.

사 고 하루가 지나고 정부대책회의를 통해, 장관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가 원전에서 10km 떨어진 지점에 구성된다. 물론, 반경 10km 이내의 주민은 아직 대피하지 않은 상황이다. 사고대책본부는 언론사 브리핑을 통해 원자로 자체의 이상은 없으며 사고 원인과 인명피해를 아직 조사하고 있다는 공식발표를 한다.

방 송에서는 지역주민들이 군용트럭을 타고 대피하는 장면과 함께 군 헬기 10대를 현장에 급파했다는 내용이 나오지만, 투입된 군은 오염물질의 확산을 막겠다며, 길을 막고 방사능 피폭량을 체크하며 주민을 통제한다. 하늘에는 방송사 헬기가 있을 뿐이다.


그들은 방사능에 피폭된 주민들에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지시를 내린다.


그림14.jpg


자 신들의 차를 이용해 피난 온 주민들은 체육관에 격리 수용되고, 원전 인근 주민 중 일부의 급성사망이 확인되기 시작한다. 대책본부와 언론의 사망자, 피난민 숫자가 수시로 바뀌지만 사실 그게 별 의미는 없다. 이미 사망자는 수백 명을 넘었고, 피난민 중에서도 중환자들이 많다. 사망한 시신은 방사능에 심각하게 오염되었으므로, 방사성 폐기물과 함께 '처리'된다.


주민들의 피난을 위한 버스는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에 대해 정부, 발전소, 보험사간에 협의를 하느라 며칠이 지나서야 마련되었다. 그렇다고, 격리 수용된 주민들을 위한 특별한 치료나 상황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그림1.jpg


사고 발생 일주일 후,

사고 당시에 있었던 상황일지, 본사와의 통화내역, 119 교신내용이 공개된다. 물론, 공개된 5분짜리 교신내용의 음질은 21세기 전화통화 품질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대책본부의 1차 조사결과가 발표되는데, 어느 지진연구소의 지진파 검출 자료를 근거로 동해안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충격이 있었으며 그로 인해 지진해일이 발생하였다고 추정한다.


방송사는 그 원인이 지진인지, 북한의 미사일에 의한 충격인지는 좀 더 조사를 해봐야한다는 보도를 한다.


생명보험, 손해보험사는 이 사고가 북한의 폭격에 의한 것으로 결론나는 경우는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이므로 보험금 지급을 할 수가 없으니, 정부의 조사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한다.


이에 대해 어느 '털복숭이 음모론자'는 전세계의 지진연구소를 뒤지며, 그날 지진이 없었다는 것을 주장한다.

대통령은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한다.

사고 발생 한 달 후,

사고반경 3km 이내에는 이제 사람이 없다. 아니, 산 사람이 없다. 30km 이내에는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출근한 직장인들과 피난을 포기한 노인들을 제외하면 모두 대피했다.


나머지 원전을 정상가동시키기 위해 근무자들은 목숨을 걸고 근무한다. 아니, 해고되어 쫒겨나느니 가족을 위해 그냥 근무한다.

화력발전소, 석유정제시설 등의 근무자는 직장의 해고압박과 각종 보너스를 위해 그대로 근무는 하고 있지만, 울산항으로 들어오는 유조선이 크게 줄어들어서 생산량은 크게 줄었다.

피 난간 이들은 특별한 피난처를 마련하지 못해, 친척집에 신세를 지게 되었다. 다시 '한 지붕 세 가족' 시대가 오는 것 같다. 다른 지역에 친척도 없는 사람들은 텐트를 치고 한 달 째 캠핑을 하며, 직장을 구하러 다닌다. 이제 힘든 공장이든 뭐든 돈을 벌 수 있다면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안 산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크게 줄어든다. 출입국 관리소에서 대대적으로 검거하러 다니는 것보다도, 원화가치가 너무 크게 하락해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중국, 일본 등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자리를 피난민이 채운다.


전국적으로 기름값이 너무 올라 수도권 버스와 지하철은 항상 만 원이다. 출퇴근 시간은 훨씬 길어졌고, 전기요금을 비롯한 각종 공공요금은 크게 올랐다. 8월이지만 전력난으로 인해 대형건물의 에어컨 사용은 제한된다.

각종 식료품의 가격이 올랐다. 마트에서는 처음에 방사선 검출기를 마련해 두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치웠다. 이젠 유기농이고 지랄이고, 국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중국산' 식료품을 먹어야 할 때가 되었다.

집값과 월세는 폭등했고 이제, 전세는 없다.

환율이 크게 올라 수출 대기업의 원화로 표시된 영업실적은 사상최대를 기록했지만, 그들의 달러는 외국에 있고, 경영난을 이유로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을 시행한다. 인력이 넘쳐난다.

군정보기관, 국정원, 경찰정보기관 등은 피난민들의 동향을 파악한다.

찜통더위를 겪던 어느 날, 전력수요가 최대가 되고 전국적인 제한 송전이 실시된다.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물이 나오지 않는다. 공장이 멈추고, 컴퓨터가 꺼진다.


사고 원인에 대한 오락가락하던 정부의 입장은 이제 사건 자체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줄었기 때문에 보도되지 않는다.


대신, 정전사태에 대한 보도와 함께 그래서 원전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는 인간들이 종편에 마구 나온다.

대통령은 한 달 만에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눈물을 짜내고 '한국수력원자력'을 해체하고 '원자력처'를 신설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태풍이 온다.


그림15.jpg


기상청에서는 부산에서 유출되는 방사능이 동해로 빠져나가지 수도권으로 올 일은 없으니 안심하라고 하지만, 시민단체에서는 이미 대전 인근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었다는 발표를 한다.

수도권에 방사능 공포가 확산된다. 정부는 사재기를 '엄정단속'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어차피 식료품 사재기 해봐야 이미 방사능에 오염되었기 때문에 태풍이 오거나 말거나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방송에서는 '일정 수준의 방사능은 인체에 무해하다'는 보도를 하고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은 '국산 농산물 먹기 운동'을 벌인다.

이번 태풍은 부산, 울산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갔으나, 다음 태풍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강원도 일대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되었다고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공식적인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사고 발생 두 달 후,

지난 한 달 간의 주식 방어, 환율 방어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외국인 비율은 크게 줄어들었고, 환율은 폭등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정부는 이제 환율에 손을 댈 수 없는 정도에 있는 것 같다. 외환보유고가 바닥났고, 일본과 미국의 통화스왑으로 버티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사고 관련자에 대한 처벌 요구, 살인적인 물가, 낮은 임금 등으로 인해 시위가 계속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조직되지 못하고 경찰력은 막강하다.

몇 번의 태풍이 지나갔고 이제, 수도권에서도 방사능이 검출된다.

이 와중에 북한은 미사일과 핵실험을 하겠다고 한다.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부산항으로 들어올 예정이던 미군 항공모함은 이제 일본에 정박해있는데, 유사시 부산항으로 들어오려던 미군의 작전계획도 수정되었다.

이런 영향이었는지, 원전사고 피해자에 대한 온갖 막말을 하던 정당이 크게 이기는 선거를 경험하게 된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며, 사람들은 국제체육대회를 위한 거리응원을 하며, 졸라 좋아한다.


그렇게 몇 개월 후 겨울이 다가온다.


써놓고 보니 이게 다 뭔가 싶다.


dog.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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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www.ddanzi.com/ddanziNews/256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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