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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복지인가? - 의료민영화와 무상의료에 대해서
게시물ID : sisa_5316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ErJo
추천 : 0
조회수 : 593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4/06/20 00:41:44
원문보기  -->  http://m.blog.naver.com/knowist/140207891424

페친분께서 운영하는 블로그에 올리신 글입니다. (블로그에 좋은 글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의료자법인 영리화 허용 반대(의료민영화라는 용어는 잘못된 용어입니다) 및 원격의료 반대 입장이면서, 무상의료에는 더욱 더 반대하는 입장에서 좋은 글이라 생각되어 퍼왔습니다.

오유에는 무상의료를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으시지요.

무상의료를 이야기하기 전 한번쯤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라 생각합니다.

의료인이 아닌 분들과의 진지한 대화 및 토론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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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보호는 '안전그물'이다. 위태로운 삶의 외줄에서 혹시 추락하더라도 다치지는 않게 해주는 것. 하지만 한번 떨어지면 그 외줄에 다시 올라타는 것은 쉽지 않다. 중간에서 떨어졌다면 끝나는 부분까지 그물 위로 엉금엉금 기어서 나와야 한다. 그물에 떨어질때의 순간적으로 아찔한 느낌은 덤이다.

반면에 놀이동산으로 놀러온 사람들의 마음가짐은 유격훈련을 받는 군인과 다르다. 휴일을 즐기러 놀이동산에 돈을 내고 온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설령 우리가 손을 놓거나 무서움에 정신을 잃어도 절대로 추락하지 않도록 해주는 '안전바'다.

수입이 월 500만원인 가정을 생각해보자. 그들의 평소 씀씀이는 월 300만원이고, 최소한 인간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는 법정 최저생계비가 월 100만원이라고 가정하자. 나머지 200만원의 여분은 일단은 저축을 하고, 특별한 경우 모아둔 돈으로 자동차를 사거나 여행을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족 중의 한명이 갑자기 중한 병에 걸렸다. 국가는 언제부터 이들을 도와줘야 할까?

1. 병원비가 200만원이 든다(여분 300만원). 이 가족은 저축을 하거나 자동차를 사거나 여행을 할 수는 없겠지만, 평소의 생활을 그대로 유지할 수는 있다.

2. 병원비가 300만원이 든다(여분200만원). 이제 이 가족은 평소보다 빠듯한 생활을 해야 한다. 가치관에 따라 가장 덜 중요한 항목부터 삭감시키기 시작한다. 외식의 횟수를 줄이고 헬스클럽이나 자녀의 학원을 끊는다.

3. 병원비가 400만원이 든다(여분 100만원). 법적으로 인간의 품위를 유지하며 생활하는 최소한의 한도다. 

4. 병원비가 450만원이 든다(여분 50만원). 이제 쌀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5. 병원비가 500만원 이상이 든다(빚). 어떤 수를 써서라도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다. 

우리가 어떤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을 때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이 나왔다면, 우리가 상황을 비현실적으로 단순화해 생각한 것이다. 마치 닭이 알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는지 예측하는 공식을 만들었는데 '진공 상태의 구형 닭'에게만 적용된다는 물리학자의 우스개소리처럼. 지나치게 명쾌한 답은 지나치게 속 편하게 생각한 답이다. 우리가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에 현상의 본질이 숨어있다. 우리가 어느 구간에서 고민하기 시작하는지를 스스로 관찰하면 복지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깨달을 수 있다. 각자의 생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스스로 고민이 되는 구간을 찾아보도록 하자. 

우선 가장 극단적인 한쪽에서 출발하자. 무정부주의자는 이 가족이 사채를 써서라도 병원비를 마련해야지, 국가가 신경쓸 의무는 전혀 없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평균적인 시민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이렇게까지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병원비가 400만원이 들 때부터 지원해줘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법정 최저생계비가 100만원이므로, 국가는 최소한 이 정도의 수입은 보장해줘야 하는 논리다. 최저생계비는 인간이 인간답게 생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금액이므로, 이 생각은 야경국가론에 해당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갈등을 느끼기 시작하는 구간은 병원비가 200만원과 400만원 사이로 들 때다. 조금 깊이 생각해본 사람들은, 도대체 왜 우리가 세금으로 이 가족의 헬스클럽 비용이나 학원비를 대줘야 하나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더 나아가 200만원보다 더 적은 병원비가 들 때에는, 이 사람들이 저축을 하거나 TV를 사거나 여행을 가는 비용까지도 우리들의 세금으로 대줘야 한다는 말인가? 일단 여기에 표식을 해두고, 반대쪽 끝까지 일단 가보기나 하자. 병원비 한 푼까지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사람들은 무상의료를 주장하는 의료사회주의자들이다. 더 극단적인 주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국가가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헬스클럽이나 러닝화, 배드민턴 라켓, 홍삼세트까지 세금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논리까지도. 사람들은 삶이 예측 불가능한 질병으로 크게 흔들리는 불확실성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질병이 없어도 자동차를 사거나 여행을 가지 못하는 서민들도,자신들보다 더 부자인 사람들의 여유를 유지시켜주는 수준의 복지를 찬성할 수도 있다. 부자가 질병으로 재산을 날려 평범한 서민이 되었다고 가난한 사람들이 기뻐하지는 않는다. 질병은 어찌됐든 우리 삶에서 경제적으로라도 열외였으면 하는, 공평하지 못한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매우 적극적인 복지를 찬성하는 사람들조차도, 우리의 세금으로 그 가족이 자동차를 사거나 여행을 가는 것을 도와줘야 한다는 주장에는 거부감을 드러낼지도 모른다. 두 경우는 언어만 다르지 본질은 완전하게 똑같은 주장인데도 말이다. 이렇게 말장난이나 분위기에 따라 흔들리는 의견은 진정으로 성숙한 의견이라고 보기 어렵다. 

위 사례는 무엇이 옳은지 결론내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우리가 어떤 주장을 펼치기 전에 그 본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이다. 정말로 간단한 사회현상이란 없다. 그런데 너무도 쉽게 '무상의료가 옳다'거나 '완전시장경제체제가 옳다' 라고 단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료복지 문제 뿐일까? 사회 전반에 극단적인 구호만이 난무하고 있는데, 그들이 자신의 확신만큼이나 치열한 고민을 거쳤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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