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로님의 말대로 조작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 점은 김지영 감독의 작업을 지켜보면서도 염두에 두고 보았구요.
AIS 데이타, 레이더 데이타 등등 모든 데이타는 튀는 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이러한 부분은 상시 발생하는 오류입니다. 김감독도 그러한 점들은 염두에 두고 작업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데이타를 무시한 후에도 조작이 들어간 부분이 있어보인다는 것이 김감독님의 판단인 것 같습니다. 일단 저는 조작을 하기 위해서는 너무 많은 사람들의 입을 막아야 하고, 쉽게 말해서 너무 많은 품이 들기 때문에 정 조작을 하고 싶다면 극히 작은 부분, 여러 사람이 일할 필요 없는 부분에서만 조작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로님 의견처럼 조작이 아예 없을 수도 있구요.
다만 자로님이 고의침몰론자, 혹은 조작론자의 의견을 깨기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은 아쉽습니다. 파파이스에서 방영된 내용을 찬찬히 복기하기라도 했다면 김감독 측에서 이미 폐기하거나 철회한 가설을 깨기 위해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일 필요는 없었을 것 같습니다. 김감독님은 파파이스에서 작업의 중간 과정들을 공개하면서 진행하였고, 작업에 진행되면서 초기에 공개했던 내용들이나 가설들에서 오류를 발견하면 철회하고는 했습니다. 다만, 앵커설에 대한 지적은 의미있다고 판단하며, 어쩌면 김감독님께서도 철회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로님의 작업은 일개 개인으로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한 엄청난 작업임을 인정합니다. 또한 논리전개 과정에서 적절한 과학적 접근론 방법을 견지했구요. 특히 많은 데이타를 분석하면서 통계적인 사고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지엽적인 에러에 집착하여 잘못된 결론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로님의 결론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조작이 없었다는 결론을 채택한다고 하더라도, 고의침몰 가설이 기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고의침몰을 숨기기 위해 조작이 필요하고, 조작이 없기 때문에 고의침몰이 아니라는 것도 선입견 있는 의견이 아닐까요? 고의침몰을 감추기 위해서는 증거를 조작할 필요 없이 증거를 없애버리면 되니까요. 가장 중요한 증거인 세월호 선체는 아직 바다 속에 있습니다. 그리고 인양과정에 필요하다는 핑계로 무수한 구멍을 내고 있습니다. 음모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증거물 훼손이죠.
자로님의 논리전개에도 문제는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레이다 데이타에 대한 과신입니다. 특히 좌초한 세월호와 함께 이동하는 괴물체에 대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인데, 레이다 데이터에는 여러가지 에코 데이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레이더에서 쓰는 전자기파는 빛과 마찬가지로 산란합니다. 세월호와 같이 큰 물체가 좌초하면서 주변에 발생한 파도에 의해 산란한 전파가 잡힐 가능성이 있으며, 순간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고스트 신호도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치 AIS 데이타에 오류가 있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이를 바탕으로 잠수함 설을 주장하기에는 너무 허약한 근거입니다. 앵커설이 논파될 수 있다면, 잠수함 설도 쉽게 논파가 가능하다는 것이죠. 덧붙이자면 많은 사람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잠수함이 세월호와 정말 충돌했다면 충돌한 잠수함이 성할 리가 없겠죠. 그리고 잠수함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세월호와 충돌했을 때, 선체가 순간적으로 45도까지 기울 수 있을지도 계산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팀의 작업이 공통으로 가리키고 있는 것은, 세월호는 외부의 영향에 의해 침몰했다는 점입니다. 김감독님은 그 외부 영향의 원인으로 앵커를 지목했고, 자로님은 미지의 물체 (아마도 잠수함) 와의 충돌을 지목했다는 점만이 다릅니다. 침몰 시점의 비디오 자료 및 생존자들의 증언을 따른다면 결국 이러한 결론에 도달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결국 두 가설 모두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제 3의 원인에 대해 심각하게 고찰해야 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