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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의 보은하던 고양이 만화.jpg
게시물ID : animal_921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뭐시기
추천 : 13
조회수 : 1066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4/06/20 21:50:14

고양이_루비_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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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멀게 느껴지는 따듯한 남쪽나라 살던 시절.
아침 더위에 일찍 일어나 찬물로 샤워하면 따듯한 온도감의 수건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필리핀의 아때(가정부) 리사의 작품이죠.

왜일까 날이 아무리 더워도 수건이 따듯하면 기분이 좋았었네요.
어떻게 일어날 시간에 맞춰 항상 막 갠 빳빳한 수건을 따듯하게 제공하는지 매번 궁금했습니다만
필리핀에 있던 일년여동안 잠깐 잠깐 생각만 맴돌고 물어보진 못했네요.
리사가 저 때문에 더 일찍일어나 준비하는것을 알게될까봐 무서웠거나
사실은 큰 관심이 없었겠죠.

남동생 2명을 학교에 보낸다고 수줍게 말하던 항상 분주한 리사는
어린나이만큼이나 적응력이 좋아 제법 그럴싸한 코리안스타일 브렉퍼스트를 만들어냅니다.
정원에서 야자숯 직화로 구어낸 라푸라푸 생선구이와 일본식 미소시루.

라푸라푸는 현지에 최고급 고급생선으로 대우받는만큼 맛이 좋습니다.
우럭이상의 탄력이 있고 적은 지방함량에 비해 압도적으로 고소하죠.
생선냄새는 같이사는 러시안블루 고양이 루비를 부릅니다.
얼마나 순했는지 빌리지안의 고양이들에게 제 밥그릇 빼앗기기 일수였던.

식탁의자에 앉아있는 제 발에 몸을 비비고 혀로 핥고.
뜨거운것은 못먹으니 라푸라푸 살을 크게 한점 땐 후 후후 식혀서 손에 올리고
루비입으로 가져가면 제 손바닦까지 먹어버릴 기세였습니다.
그때 루비혀의 까끌한 감촉도 기억에 남아요.

음식시중을 들던 아때가 지켜보는것을 보고 아차 했었습니다.
질좋은 라푸라푸 한마리는 오백페소(1.3만원)가 가볍게 넘어가고
리사의 보름 급여는 천칠백페소였죠.

보통은 리사가 장을 보지만 기사없이 직접 차에 올라
파워플랜트몰에서 여성용 나이키 반바지를 사고 오백패소를 봉투에 넣었습니다.
의외에 선물에 리사가 얼마나 좋아하던지.
리사가 생각하기에 이유없을 선물을 해도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았네요.

밥도 잘 먹었겠다. 정말 하루가 시작되었네요.
반년정도는 오늘은 뭘하고 놀지 생각에 가슴이 뛰어 좋았고,
나머지 반년은 아 어제와같구나. 여유롭고 평화로와 좋았습니다.

여유있는 마음은 행동마저 부드럽게 했는지
굳이 몸을 서둘지 않아 정원사가 손질해둔 깨끗한 정원을 느긋히 한바퀴 돌아봅니다.
손수 키친에 오실필요 없이 가져다 드린다는 아때를 말려
산미겔라이트 맥주와 고양이 캔을 한개 꺼내고 다시 정원까지 돌아가는 잠깐.
느긋히 걸음으로 정원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멀다고 습관처럼 산미겔라이트의 뚜껑을 날렸었죠.
뽕.

가정교사 까를로가 말하기를
싼미게라는 혀에 머금지 않고 바로 목구멍으로 그대로 붓는것이 제대로입니다.
꿀꺽 꿀꺽 꼴꼴꼴꼴
동감했습니다.

정원 구섞 그늘에는,
분주한 오전일과의 잠깐 휴식으로 리사와 운전수 라멜의 소근거림이 계속 이어집니다.
영어가 아닌 따갈로그어 대화인데 알아듣지 못해 오히려 좋았었습니다.
능-까-낭-강 식으로 들리는 리듬은 햇살가득 밝은 정원에 흐르는데
듣기좋은 소음일까 항상 몸을 나른하게 했네요.

몇달이고 반복된 오전의 맥주병 따는 소리는 고양이 루비를 달려오게 합니다.
방갈로 의자에 몸을 눕히고 정원의 햇살을 반만 뜬 눈으로 흐릿하게 쳐다보고 있으면
제 발에 부드러운 루비의 털이 느껴지네요.

야옹야옹 루비는 고양이 깡통을 저는 맥주를.
눈감으면 정원가득 이국의 꽃향기 떠오르는 그 시절과 귀여웠던 루비에게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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