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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이야기. 그리고 최순실
게시물ID : sisa_8258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둥글이8
추천 : 15
조회수 : 140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12/28 13:38:02

교도소.jpg

최순실 독방 이야기가 언론에서 연일 다뤄지는데 이에 많은 상념이 떠오른다.

나는 지금껏 교도소를 세 번 갔다왔다. 제주교도소, 군산교도소, 대구구치소. 그 수감생

활을 통해 전국의 교도소들이 수용인원을 초과해서 그야말로 바글바글 대는 현실을 체

험할 수 있었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 특히나 ‘법에 따른 엄중처벌 원칙’이 세워졌다. 이 때문에 별 사건

도 아닌 사건에 대해 끄떡만 하면 구속하고, 실형을 선고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다. 과

거 조현오 경찰청장 시절 ‘성과주의 수사’를 도입하니 일선 경찰들이 승진하려고 일부러

없는 죄를 만들고 고문자백하게 만드는 등의 많은 물의가 따랐던 것 처럼, 박근혜가 ‘법

에 따른 엄중처벌 원칙’을 세우니 검사와 판사 놈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사람들을 구속

시키는데 혈안이 되었던 것이다. 그들에게는 그게 성과가 되어 승진점수에 반영되기 때

문이다. 하여 전국의 교도소들이 만원을 넘어 최대 150%까지 수용인원이 늘어났다.

이렇다보니 실질적으로 수감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되어야할 0.78평의 공간이 작위적으로

축소 조정된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었다. 법무부에서는 교도소 공간과 교도관을 늘릴

재정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안그래도 과거에도 수감실에 누우면 발디딜틈이 없

이 좁은 상황인데, 150% 수용인력 상태다보니 밤에 잘 때는 옆으로 누워 자다 시피 해

야하는 상황이다. 여섯평 남짓한 공간에서 열 댓명이 하나의 화장실을 공유하며 생활해

야 하는 것은 그야 말로 끔찍함 자체이다. 선풍기가 하나 있다 하지만 여름에는 실내온

도가 30도 이상으로 오를 만큼 덥고, 겨울에는 난방이 되지 않아 춥다. 좁은 공간에 사

람들이 몰려 있다보니 예민해질 수 밖에 없는데, 그 안에 인간적 갈등이 빚어질라치면

지옥이 따로 없을 상황이다.

하여 대부분의 수감자들은 ‘독방’을 선호한다. 한 평 내외의 좁은 공간이기는 하지만, 혼

거방에 비해서는 상상할 수 없는 천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방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서 100명 중에 두세명꼴로 독방을 배당받을 수 있을 따름이다. 하여 이 방은 조폭 우두

머리나 공안사범 등에게 주로 배당되고, 개중에는 일부러 자해를 하고 ‘징벌’을 가장해

서 이 독방으로 끌려오는 경우도 있다.(물론 같은 독방이기는 하지만, 징벌로 오는 이들

에게는 생활의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다보니 보통 이러한

특혜를 받는 독방에는 두 명씩 들어가곤 한다. 하지만 그것도 감지덕지할 따름이다.

그런데 1.5평이나 되는 널찍한 VIP 독방에 최순실이 생활을 한다니. 그것도 병자도 아

니면서 여느 수감자와 다르게 온돌 판넬까지 깔려 있다니.(일반 수감실에는 일체 온돌

이 되어 있지 않아 겨울철 교도소 생활은 그야말로 얼음지옥과 같다.)

그렇더라도 최순실이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하루 한 시간 운동

과 신문 잡지를 구해서 볼 수 있는 것은 ‘모든 수감자의 권리’이기도 하기에 그 자체를

특혜로 문제 삼을 일도 없다. 그 안에 갇혀 있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더군다나 수시로

포승줄에 묶여 검찰에 수사를 받으러 오가는 것이 큰 스트레스 꺼리일 것이기 때문이

다. 앞으로도 몇 달간 이 검사 저 검사에게 불려 다니면서 취조를 당하면서 머리가 하

얗게 새어갈 것이다.

한편으로는 짠한 마음도 든다. 최신실과 정유라는 종종 의견이 맞지 않으면 싸웠다고

한다. 언성을 높이며 싸울 때 최순실은 정유라에게 “대학도 못나온 무식한 년”이라며 욕

을 들었단다. 절대권력을 휘두르며 한나라를 쥐락펴락 했지만, 딸 앞에서는 순한 양이었

단다. 그러니 그 딸을 위해 삼성 등의 대기업을 털어 승마장을 만들어 주려 했던 것이

다. 하여간 그 딸바보 최순실은 국조위원들이 딸에 관한 얘기를 물을 때마다 흐느껴 울

었다는데, 나라를 망쳐먹은 주역이기는 하지만 딸에 대한 애정은 짠하다. 평생을 챙겨주

고 얼러주고 달래주며, 주고 싶은 것 있으면 남의 것 까지 뺏어서 다 줘도 아깝지 않던

그 딸 인데... 위치 파악은 커녕 신상 정보도 단절된 체로 신문 등에 ‘정유라 체포 임박’

이라는 문구를 살피며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 위기 모면을 위해 거짓 증언 하지 말고

진심으로 국민 앞에 사과하고 새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중에 교도소 출소해서

남은 평생 국민에게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면서 딸과 오붓한 행복의 시간을 가졌으면 싶

다.

또 한편으로 교도 소장이 최순실에게 ‘귀빈대접’을 하고 있고 그 앞에 경비까지 세워 놓

은 것에 대해 한편으로 국민의 한사람으로 불만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이해되는 측면

이 없지 않다. 최순실 같이 평생 호가호위 하다가 구속된 이들은 그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는 급격한 우울증이 동반되고 자살충동으로 이어진다. (실지

로 교도소 내 자살은 흔한 일이다.) 문제는 최순실이 자살을 하면 박근혜의 모든 혐의

는 최순실에게 독박 씌워질 것이다. 아마 이 때문에 현재 '최순실의 자살'을 가장 간절

히 염원하고 있는 것은 박근혜 측일 것이다. 이 때문에 나는 작금의 특별한 상황을 고

려해서 서울구치소장의 일련의 조치에 대해 크게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 그림은 과거 모 교도소 독방에 수감 중에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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