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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panic_691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왕양명★
추천 : 28
조회수 : 397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6/21 00:50:06
"선생님! 혁이 또 싸워요!"
교무실에서 잠깐 에어컨 바람을 쐬며 시원함을 즐기던 내 기분은 8세의 어린이의 고발에 의해 바닥에 떨어져 버렸다.
혁이는 반에서 가장 사건사고에 많이 휘말리는 아이였다.
항상 조용하고 있는듯 없는듯한 성격의 아이였으나 항상 이렇게 사건사고의 주인공이 되는 이유는 다른 아이들이 혁이에게 가지는 적대감에 있었다.
이상하게도 조용하고 얌전한 혁이를 반의 모든 아이들이 싫어했다.
싫어했다기 보다는 두려움 혹은 이질감에 대한 적의 였다는 것이 적절했다.
나는 예전에 이 문제 때문에 반의 아이들에게 왜 혁이가 싫은지 물어보았다.
그때 내가 아이들에게 받은 답변은 단 하나였다.
'선생님 혁이는 웃지 않아요'
웃지 않는 아이라 사실 조금은 아이들의 마음에도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이 이십대 후반의 나이인 내가 보기에도 혁이는 메마른 구석이 있었고 가끔 그 차가운 눈동자를 보면 소름이 끼칠 때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반에서 일어났다는 싸움의 현장으로 몸을 옮겼다.
반의 뒷 문을 열고 들어가자 3명의 아이들이 부어오른 뺨이나 코피가 나는 코를 잡고 울고있었고 혁이는 아직도 다른 아이의 배 위에 올라타 무표정한 얼굴로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이녀석들! 지금 뭐하는 짓이야?!"
나의 고함소리에 찔끔한 구경꾼 아이들은 슬그머니 자리를 옮겨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혁이는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째려보면서 여전히 주먹을 아래에 깔린 아이의 얼굴에 꽂아 넣고 있었다.
"혁이 너 그만 안 둬?!"
나는 그런 혁이에게 다가가 혁이를 맞던 아이로 부터 떼어 내었다.
맞은 아이는 코피를 흘리고 입술은 터져서 불쌍한 몰골을 하고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화가 나서 혁이에게 쏘아붙였다.
"혁이 너 왜 친구를 이렇게 때렸어?!"
그러나 혁이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가방을 챙겨서 교실을 나가버렸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행동이라고 이해하기에는 꽤나 거친 행동에 나는 상당히 놀랐으나 다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피해 아이들의 부모들로 부터 상당한 항의 전화를 받았고 학교에서의 징계도 피할 수 없었다.
혁이는 그날 이후로 한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일주일이 되어갈 무렵 나는 혁이의 집에 직접 방문을 했고 혁이와 혁이의 부모님을 만날 수 있었다.
혁이의 어머니는 아주 마른 체구의 여성으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아이의 엄마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노쇠한 모습이었다.
마치 할머니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몰골이었다.
그녀는 울면서 혁이를 용서해 달라 혁이를 부탁한다고 매달렸고 나는 알겠다고 앞으로 가정교육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써달라는 당부의 말을 끝으로 가정방문을 끝냈다.
가정방문 이후 혁이는 다시 학교에 나왔고 여름 방학이 시작할 때까지 조용하게 학교 생활을 했다.
여름 방학이 끝나갈 무렵 학교 근처의 동네가 떠들석 해졌고 나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그 소식은 동네에 아동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으로 유괴된 아이들이 모두 우리반 아이들 이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괴된 아이 중에는 혁이도 끼어있었다.
나는 실종된 아이들의 집에 찾아가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아이들이 정확히 어디서 유괴가 되었는 지 언제 유괴된 것인지 알고자 했으나 정확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찾아간 집은 혁이의 집이었다.
혁이의 어머니는 이전보다 더욱 수척해진 얼굴로 나를 맞았고 그 모습에 나는 그녀가 너무 불쌍하고 안되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혁이의 어머니와 혁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자리를 뜨려던 순간이었다.
"선생님...혹시 혁이를 찾는다면 그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실수 있나요?"
"그럼요 혁이도 제 반의 제자인걸요 혁이가 보고싶네요"
혁이 어머니가 내 대답에 만족스러운지 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녀를 보고 마주 웃어주고는 등을 돌렸다.
"어? 혁아...?"
놀랍게도 몸을 돌리자 정면에 혁이가 서 있었다.
내 놀란 부름에도 혁이는 여전한 무표정으로 차갑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퍼억
놀라움에 머리속이 꼬여버린 상태인 내 뒤통수에 묵직한 고통이 느껴졌고 나는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다시 눈을 떳을 때 나는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을 수 없었다.
내 주위에는 신체가 조각조각 분해된 아이들의 잔해가 널려있었다.
공포에 질린 한 아이의 얼굴이 내 눈에 들어와 박혔다.
그 아이는 목 아래 부분이 없었다.
"으...으으으..."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는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신음소리를 들었는지 혁이의 어머니가 천천히 나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깨어나셨군요, 혁아 선생님 일어나셨어"
어미의 부름에 혁이는 얌전히 다가와 제 어미의 옆어 섰다.
"혁이 어머니, 혁아....무슨 일이야.....?!"
내 질문에 대답한 것은 혁이의 어머니였다.
"선생님께서 혁이를 행복하게 해주신다면서요...혁이는 이렇게 할때 가장 행복해요"
혁이가 칼을 들고 내 앞에 섰다.
그 얼굴에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환하고 밝은 미소를 지은채 행복에 겨운듯 몸서리쳤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혁이의 낭랑한 목소리를 끝으로 목에서 날카로운 쇠의 감촉이 느껴졌다.
내 몸에서 솟아오르는 붉은 액체 사이로 행복해 보이는 혁이 모자의 얼굴을 끝으로 온 세상이 검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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