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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가 고등학교 시절 실제로 겪은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825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Colidon
추천 : 4
조회수 : 173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16 00: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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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친구가 고등학교 시절 실제로 겪은 이야기인데요, 친구가 오유 아이디가 없어 허락을 맡고 올려봅니다.

반응이 좋으면 본인이 직접 와서 겪은 일을 쓸 것 같네요. 그럼 즐감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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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자세히 써보지 않은 .. 
갑자기 생각난..친한 분들은 한 두번쯤 들었던 뭐 그런 이야기.

고등학교 3학년 때. 야자를 끝내고 집으로 오면 늘 12시가 되었다. 10시쯤 끝나는 야자를 마치고 친구들과 잠시 방황하다가 지하철을 타고 귀환하면 늘 그때 쯤이었다. (생각해보니..그때 부터 야근이......)
학교의 위치는 구의동이었고, 집은 고양시 외진 곳이였으니 말이다. 지하철로 1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를 통학했고 집에 돌아올때 쯤 나는 늘 녹초가 되었다.

12시쯤 되면 지하철 역에서 부터 집으로 오는 길에 개미새끼 한마리 없을만큼 외지고 한적한 동네였다. 게다가 개발 제한 구역을 가로질러 와야했기 때문에 300미터 쯤 되는 2차선 도로를 10분쯤 걸어 집으로 와야만 했다. 예전에도 지금도.. 그 길은 도심에서 벗어난 채로 희미한 가로등을 벗삼아 돌아오는길이라서 늘 멀고 무섭게 느껴졌다. 그날은 마침 서리가 내린 초겨울 즈음이라 교복 동복에 스웨터를 겹쳐 입고도 스산한 기운이 몸을 스며 들었다.

10대의 남성은 1Km밖의 이성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고 하던가. 
그 길을 걷다가 문득 여성의 기운을 느꼈다.긴 2차선 도로의 끝에 100미터 쯤 거리에서 교복을 입은 여성이 길에 걸터 앉은 걸 매의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가로등 바로 밑에 인도에 걸터앉은 옆모습이 굉장히 뚜렸하게 보였는데.. 멀리서도 굉장히 미인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라인이.....교복은 붉은색 계열의 짧은 세라복 타입이었는데 아직도 기억하기로 스타킹을 신고 있지 않은 듯해서 "워~ 춥지도 않은가!" 하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아..아니 정말 그런 감탄이었을 게다. 

아무튼 여성을 느끼게 되면 그 당시의 남자 아이는 몇가지 반응이 일어난다. 가슴이 괜시리 뛰고 시선을 피하게 된다. 역설적으로 시선을 피했지만 선명하고 잘보이게 되는 것도 있다. '아 나는 집에 가는 것뿐.' 이라고 속으로 되뇌이면서 괜히 땅을 보며 한참을 걸었다. 그 휑한 길 위에 나를 발견하고 괜히 무서워 하지는 않을까, 나를 지금 보고 있진 않나 별별 상상을 하면서....

한참을 걷다가 다시 여자아이를 찾아 시선을 돌렸을때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걸 보고 괜한 안도감을 느꼈다...
아 나를 의식하지 않는구나.. 아.. 근데 ..

위화감이 느껴졌다. 처음엔 확실히 알지 못했다. 

어라....

처음에 알지 못했지만 위화감은 소름으로 변했다. 설마 싶기도 하고..
정신을 차려야지 싶기도 해서, 여자아이를 응시하면서 집으로 가는 길을 계속 걸었다. 한참을.. 걸었는데.. 

분명히 나는 걷고 그 아이는 앉아있는데..

둘의 거리는 여전히 100미터쯤 유지 되고 있었다.

그때부터 현기증이 날 정도로 무서워 졌다. 아 다시 생각해도 무섭다. 
설마 움직이진 않을까, 확 달려들어 뛰어오면 어쩔까 노심초사하여 시선을 유지하면서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이 나오기만을 바랬다. 사람이 어두운 조명아래서 너무 집중해서 쳐다보면 잠시 시선이 흐려지기도 한다. 잠시 시선이 흐려진 사이. 앞에 앉아있던 아이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마치 증발한 것처럼..

숨을 거칠게 쉬는 것이 마치 앞선 200미터쯤을 전력 질주 한 듯 했다.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사방에서의 위협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털들이 마치 자석을 만난 철가루 처럼 일어서 있었다. 몸에는 식은땀이 엄청나게 나고 있었다. 겁에 잔뜩 질린 나는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30미터쯤 남은 그 길을 간신히 걷고 있었다. 제발 다시 보이지 않기를 바라면서

찰나의 순간 뒤에 2차선 도로 끝에

그 여자아이가 서있다. 

100미터 쯤 거리에서 가만히 서있는데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다. 
얼굴도 보이고 눈빛도 보일 정도였다. 마치 뱀을 만난 쥐처럼 꼼짝도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시선을 마주보고 있었다. 희미하게 표정까지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웃고 있는 듯 우는 듯. 내가 미친건지.. 이게 꿈인지 알수없게 아득해진다. 

한차례 바람이 불고 맞바람을 맞은 나는 남은 거리가 얼마 되지 않아 단숨에 뛰어갈 수 있는 거리라고 판단이 팍 하고 들었다. 뛰자. 정신은 뛰는데 몸은 굳었는지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다. 50미터 계주때 미끄러진 후 다시 일어나 뛰었을때 보다 어색하게 나는 집으로 튀어들어왔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사방에 불을 다켜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크게 음악(팝같은 음악이었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워낙 경향이 없었으니까)을 틀고 벌벌떨고 있었다. 
....집안의 모든 불이 곧 꺼졌고 나는 히스테리 부리듯 소리를 질러댔다. "이제 그만!!!!! 아악 무서워 !" 생각해보면 고3남자가 그러기 쉽지않다. 아무리 집안에 혼자라해도, 아무리 무서워도 말이다. 그러기를 1분여쯤. 불은 켜지지 않았고 음악은 계속 들려온다. 이러다 내가 죽지 싶어 불을 켜고 싶었다. 

두꺼비집을 확인하려고 차단기 뚜껑을 여는 순간
불이 다시 켜지고.. 음악은 꺼졌다.

차단기는 정상이었다. 심지어 뱅뱅 돌아가는 미터기를 한참 보게 된다. 

아무튼 상황은 종식 되었고. 평화와 적막은 .. 돌아왔다. 

적막.. 방으로 돌아와 구식 카세트를 다시 켠다.

그때야 보게 되었다. 
카세트 라디오의 전원 콘센트는 뽑혀있음을..

믿거나 말거나. 고등학교때 가장 무서운 추억.

출처 후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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