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속으로 피식 웃으며 '엄만 또 별 걱정을 다해~' 하며 집에 11시 10분쯤 도착. 집에 도착하니 엄마가 강아지 똥싸게 데리고 내려갔다 오라고해서 개 델꾸 내려와서 개가 똥눈거 치우고 올라옴.
그리고 티비앞에 앉아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는데, 소재가 대충 '성폭행 당한 뒤 살해된 여성이 교통사고로 죽은 척 위장되어 발견된 사건' 이었음.
그거 보는데 울엄마가 너 밤길 위험하니 도서관 갔다 집에 올 때 그 아래쪽으론 가지 말라고, 엄마가 도서관 아래쪽 지나가다 전단지를 봤는데 성폭행범이 풀려나서 그 근처에서 산다고 위험하니 밤길 조심하라는 전단지가 벽에 붙어있었다고 함.
헐... 나는 전혀 그런 사실도 모르고 여유롭게 밤길 걸어왔었는데....
그런데 그 때 갑자기! 누가 우리집 현관 도어락 비밀번호를 띡띡띡- 누르는 소리가 들림.
나랑 울엄마는 순간 멘붕! 밤11시반인데 누구지?! 아빠는 안방에서 자고 있고, 남동생은 군대 가서 올사람이 없는데?!?!
울엄마가 현관 잠금쇠 걸고 문 살짝 열고보니 어떤 남자가 위로 후다닥 올라감!! ᄃᄃᄃ
울엄마가 "너 강아지 데리고 나갔다가 들어가는 거 보고 누가 쫓아온거아냐?! 빨리 112에 신고해!" 라고 함.
나도 황급히 112에 전화해서 "누가 우리집 현관 비밀번호 찍더니 안열리니까 위로 올라갔어요ᅲᅲ" 하고 최대한 작은 목소리로 신고함.
그리고 경찰 오길 기다리며, 나랑 울엄마는 그놈이 밑으로도망칠까봐 현관앞에서 대기타고 있었음. 나는 카메라어플 켜고 밑으로 도망가면 얼굴 사진 찍으려고 불켜진 복도에 초점맞추고 있었음. (울집은 빌라라 엘레베이터 없어서 도망가려면 반드시 밑으로 내려와야함)
울엄마가 자고있는 아빠도 깨워서 상황 설명하고 경찰신고 했다고 하는데도 아빠는 술먹고 뻗어서 일어나질 않았음ᅲᅲ 결국 나랑 엄마만 피말리게 문앞에서 경찰오기만 기다림.
그렇게 5분쯤지났나? 왜케 경찰 안오지ᅲᅲ 싶은 순간에 경찰님들이 무려 세 분이나 줄지어서 발소리 숨죽인 상태로 올라오심. 나랑 울엄마는 문도 다 못열고 문틈에서 "누가 옥상쪽으로 올라갔어요ㅠㅠ" 하고 속삭임. 늠름한 경찰 3명이 위로 올라가니 용기가 나서 울엄마랑 나도 뒤따라 옥상 올라감.
그 때 현관문에 똑똑- 하고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서 문열어 보니 4층 아저씨가 저 때문에 죄송하다며 사과하심ᄏᄏᄏ 4층 아저씨 얼굴 제대로 본 거 처음이었음ᄏᄏᄏ 울엄마가 비밀번호 찍다가 자기집 아니면 죄송하다고 하고 가야지 왜 그냥 올라가서 사람 놀래키냐고 타박함ᄏᄏᄏ 아저씨는 죄송합니다 굽신굽신하시고 올라감. 아마 4층아주머니한테 사과하고 오라고 잔소리 들은 듯ᄏᄏᄏ
밤11시반에 난생 처음으로 경찰 신고해서 무려 경찰관님 3분이나 출동시킨 사건이 이렇게 허탈하게 끝남.
결론: 경찰관님들 항상 수고가 많으십니다!(꾸벅)
울동네 성폭행범 + 그것이 알고싶다 + GOP총기사건 등으로 심장이 쪼그라진 상태에서 겪은 일이라 공포게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