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최종엔트리를 바탕으로 내야수 '주전/ 백업가능 선수들'을 살펴보자면 아래와 같을 겁니다.
1루 박병호 / 오재원
2루 오재원 / 김민성, 김상수
3루 황재균 / 김민성, 강정호
유격 강정호 / 김상수, 김민성, 황재균
내야 주전을 꼽으라면 어렵지 않습니다. 1루 박병호, 2루 오재원, 3루 황재균, 유격 강정호겠죠.
문제는 백업으로 뽑힌 선수들인데요, 내야 백업을 위해 김민성과 김상수가 뽑혔습니다. 두 선수의 엔트리 승선 이유는 다를텐데요, 김민성의 경우엔 3루를 기본으로(지금 주전 3루수로 뛰고 있으니) 2루와 유격수까지 대수비를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유틸 선수입니다. 김상수의 경우엔 2루를 볼 수는 있지만 그건 아주 후순위 옵션일 뿐이고, 유격수비 백업만을 본다고 생각하는 편이 옳을겁니다.
지금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바로 김상수의 유격 백업 선수선발인데요, 여기에 대해 약간의 변명을 해 볼까 생각합니다.
먼저 현재 리그 내야수 중에 가장 핫 한 선수의 한명인 서건창이 빠진 것과 김상수의 선발을 엮어 문제시 하는 의견이 많은데요, 제 생각엔 서건창의 엔트리 탈락은 김상수와는 사실 별 관련이 없다고 보입니다. 타격에 있어서는 김상수를 한참 앞지르고 주루에 있어서도 김상수에 근소한 차이로 뒤진 도루갯수를 자랑하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고 할지 모르지만(사실 서건창이 김상수보다 도루성공률에서 밀리고 있긴 하지만 그건 한참 앞지르고 있는 타율로 충분히 커버되고도 남는 수준이긴 합니다) 전 서건창이 빠진 것은 이번 엔트리 선발이 각 팀별 미필 선수들을 골고루 선발하기 위한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결정된 사항이라 봅니다. 물론 그간 류감독이 군미필 여부와 상관없이 성적으로만 뽑겠다고 말을 해왔기에 최종엔트리 발표에서의 이러한 입장 변화가 충분히 비판받을 만한 상황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각 팀간 균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죠. 이미 넥센의 선수들이 많이 선발된 상황에서 군필 서건창이 한자리를 더 차지하게 되면 다른팀 미필선수 자리가 하나 부족해지게 되니 형평성 차원에서 잡음이 나올 수 밖에 없겠죠.
즉 서건창의 엔트리 탈락은 구단간 군필/미필 선발 형평성이라는 어른의 사정때문에 군필인 서건창이 제외된 것이지 김상수가 선발되지 않았더라도 결과는 딱히 다르지 않았으리라 봅니다.
김상수가 선발되는 과정에서 비교/대조 과정을 거친 선수들은 오히려 현재 리그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중인 이들이라 봅니다. 투수력 보강을 위해 내야 엔트리 수가 더 줄어들었기에 주전 내야수 4명을 제외하면 백업은 딱 두명 정도가 한계였을 겁니다. 류감독의 선택은 최대한 많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내야 유틸 1명과 유격수를 전문으로 백업할 수 있는 백업 유격수 1명, 이렇게 둘을 데려가는 것이었죠. 이는 본인이 유격수 출신 감독인데다 유격수 포지션을 워낙에 강조하는 본인 성향이 그대로 적용된 결과입니다. 유격수 백업을 위해서는 '유격수도 볼 수 있는 타 포지션 내야수'보다는 '타 포지션도 볼 수 있는 전문 유격수'가 꼭 필요하다...라는 생각이었겠죠. 이건 감독 본인의 성향일 뿐 이것만 가지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멀티 포지션 가능한 유틸 2명을 데려가느냐, 유틸 1명에 전문 유격 백업 1명을 뽑느냐는 정답이 없이 감독의 선택에 따른 것이니까요. 게다가 김민성이라는 2,3루 모두 훌륭하게 커버 가능한 유틸요원이 있으니 더더욱 그런 선택이 가능해진거죠.
다만 그렇다면, 어째서 전문 유격수 중에 하필 김상수냐, 하는 문제가 남겠네요. 현재 리그 9개팀의 주전 유격수 중에 탑은 단연 강정호입니다. 이건 부정할 사람이 없죠. 홈런2위의 강력한 파워, 3할 중반대 타율의 정확성, 거기에 유격수 본연의 역할인 수비능력도 리그 상위권이니 감히 대적할 선수가 없죠. 그러기에 대표팀 주전 유격수는 당연히 강정호일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유격수 백업으로 거론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선수들은 손시헌과 김상수 정도가 남습니다. 타격과 수비지표는 손시헌이 근소하게 앞서지만 도루에 있어 앞도적으로 앞서는 점 때문에 김상수가 손시헌 대신 선발된 것이 아닌가 생각되네요. 어차피 손시헌이건 김상수건 유격수 전문 백업으로 간다..라고 한다면 타격과 수비능력에서 아주 압도적 차이가 나지 않는 이상 도루 1위를 달리는 주루 능력에 크게 가산점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대주자로도 요긴하게 쓸 수 있으니까요.
작년 WBC때 유격수만 3명 뽑아가는 이해못할 선수 선발과, 쟁쟁한 선수들을 두고 굳이 김상수를 데려간 것에 대해서는 저 또한 잘못된 선수선발이라 생각합니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고 돌아오면서 부적절한 SNS상에서의 언행을 보인 것 역시 매우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라 생각하구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에서 김상수의 선발까지 같은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자면 어차피 내야 백업이 딱 두명밖에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2,3루를 모두 훌륭하게 커버할 수 있는 김민성이라는 카드가 있는 이상 나머지 한명을 유격수 전문 백업+준수한 대주자 능력을 기준으로 뽑는 것은 충분히 납득이 가능한 선택이라 봅니다. 더구나 감독 성향이 유격수 자리를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뭐 그렇다고 지난 wbc처럼 막 유격수 3명씩 뽑아가는 희안한 선발도 아니구요. 김상수는 손시헌과의 경쟁에서 타격/수비력에서 근소하게 밀리지만 압도적인 도루 성적 때문에 선택된 겁니다. 서건창의 경우엔 오재원과의 주전2루 경쟁에서 오재원이 1루도 볼 수 있다는 장점+서건창이 이미 군필이라 팀간 미필선수 선발에 대한 형평성 문제 등이 엮여 아깝게 탈락된 케이스구요.
결국 이번 엔트리 발표에 대해 문제시 될 부분은 애초에 '군필/미필 여부와 상관없이 최고의 성적으로만 뽑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팀간 미필 선수들을 적당히 섞어 뽑는 방향으로 선회한 부분이라 봅니다. 류감독 입장에선 그간 국제대회에서 영 신통찮은 성적을 내왔기에 당연히 최고의 선수들을 뽑아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겠지만 9개 팀이 리그 경기를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데 어느팀은 핵심선수 많이 뽑아가 부려먹고 어느 팀은 적게 뽑아 리그 경기 운용에 여유를 가지고 이러는 것도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고, 군필 미필 선수들 형평성 문제는 더더욱 말이 많을 수 밖에 없기에 류감독 본인 욕심만 채울수는 없었을테니까요.
류감독 외 선수 선발에 참여한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엔 9개 프로팀들 간 형평성은 당연히 고려할 수 밖에 없는 대상이기에 어쩔수 없는 일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나은 선택을 할 수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은 야구팬으로서 당연히 들 수 있는 것이겠지만 그걸 몇몇 선수들에 대한 비난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