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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겪었던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826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비공간합니다
추천 : 4
조회수 : 145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19 0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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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벌써 11년된 이야기네요

밤 중에 잠이 안와서 한 번 적어봅니다.

전 해병대 980기입니다. 2004년 8월에 입대했죠.

해병대는 자원입대를 하는데 매달 두 기수씩 뽑습니다. 저는 친구랑 같이 해병대에 지원했고 친구는 떨어지고 저만 붙어서 980기로 입대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는 해병대에 꼭 가고싶어 해서 이번에 떨어졌지만 다음에 지원해서 꼭 가겠다고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포항에서 훈련받고 2사단으로 자대배치를 받았습니다. 대충 적응하고 있을 때쯤 친구도 해병대에 합격해서 986기로 입대한다고 연락이 왔더군요

제가 8월 입대이니 아마 11월쯤 입대하겠다고 제가 훈련소에서 뭐가 필요하고 어쩌구 저쩌구 저의 짧은 노하우를 전수해주며 잘다녀오라고 했습니다.

12월에 100일 휴가에 나왔는데 이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겁니다. 

깜짝 놀라서 너 입대안했냐고 하니 신병교육대에서 다시 돌아왔다는 겁니다.

해병대는 입대하고 일주일간 가입소기간이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에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본인이 못하겠다고 생각되면 퇴소를 하는 제도가 있습니다.

보통 그때 당시 한 기수에 500명 내외인데 10%정도는 가입소 기간에 퇴소를 합니다.

친구는 그 기간에 퇴소를 한것이죠

한참 친구들 사이에서는 해병대캠프다녀온거냐고 놀림을 받았더랬습니다.

제가 왜 퇴소한거냐고 물어보자

친구가 그때 라식 수술을 하고 한 달이 채 안되었을 때인데 라식 수술한 사람 손들으라고 해서 손들었더니 퇴소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라식하고 한달정도면 훈련받는데는 큰 지장이 없을 거고, 거기서 라식수술한 것을 검사하지도 않는데 뭣하러 손들어서 퇴소당했냐고 했습니다.

친구는 자기도 왜 손들었는지 모르겠다고 손든 게 후회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나중에 다시 지원해서 꼭 해병대에 가겠다고 다짐하더라구요 ㅋㅋㅋㅋ

친구는 알바하러 가고 전 그 친구 어머니와 함께 식사를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친구가 꼭 해병대가야겠다고 하니 걱정스러워 하시면서 저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런데 이미 걱정하고 계신분께 너무 힘들어요 라고 말 할 수도 없고 그냥 다 사람사는 곳이죠 라고 대답하고 말았습니다.

또 친구가 고집이 엄청 세서 자기가 하고 싶은건 꼭 하고 마는 놈이라 제가 말려도 듣지 않을 거라고 다 컸으니 그냥 잘 할거라고 놔두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친구 어머니께서 엄청 심각하게 말씀하시는 겁니다.

자기 친척 중에 예지? 예언? 같은 걸 하시는 분이 있는데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 무당은 아니고 가끔 그런 것이 보인답니다. 집안 일 대소사나 누가 죽거나 아프거나 하는 것들을 많이 맞췄다고 하셨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시길 친구가 군대가는게 너무 불길하다고 절대 가지말라고 하셨답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친구를 말렸지만 친구는 고집을 부리고 해병대 입대했다가 가입소기간에 퇴소를 당한 것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해주시며 꼭 친구가 해병대가는 것을 말려 달라고 다시 한번 부탁하셨습니다.
전 어머니께서 아들이 군대간다고 생각하니 게다가 힘들다는 해병대에 간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많으신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대충 흘려듣고 말았습니다.
또 친구놈이 제가 이야기한다고 들을 놈이 아니란걸 알았고 말이죠

4박5일의 꿀같은 휴가를 마치고 자대복귀하여 뺑이치고 있을 때 엄청난 사건이 터집니다.

바로 이병이 100일휴가 일주일전에 구타를 당해 사망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해병대 악습 중에는 구타도 있는데 맞아도 멍들거나 티나지 않으면서 고통스러운 곳을 때리는 방법들이 많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급소죠. 그런곳은 살때려도 죽을만큼 아프니까....

그 이병도 목을 맞고 내출혈이 생겨 기도를 막아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소름끼쳤던 것은 그 이병이 986기였다는 것입니다. 바로 친구가 입대했던 그 기수였던 것이죠.

잘못했으면 그 이병이 제 친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과 친구 어머니께서 해주셨던 이야기가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친구나 친구어머니께는 친구가 전역할 때까지 이 이야기를 절대 꺼내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친구가 전역한 날 이 이야기를 전하며 어머니께서 아들걱정 많이 하시니 부모님 말 좀 듣고 철들으라고 훈훈하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이거 어떻게 마무리하지? 친구는 끝내 해병대입대해서 995기로 잘 갔다 왔고 잘 살고 있습니다.

친구가 그 때 당시 손을 들었던것은 어머니의 걱정이 친구를 지켜주었던 것은 아닐까? 진실 혹은 거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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