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다큐를 만들던 사람인데, 일단 첫 10분 보자마자 이분이 이거만드시는데 한 1년 걸렸겠다 싶었는데
마지막에 진짜 1년 걸렸다고 하시네요.
진짜 보통 수고가 아닙니다. 그 노력과 열정 그리고 선의에 먼저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노력의 양과는 별개로 정말 아쉬움이 많이 남았네요.
코미디언 루이CK가 이런말을 하죠. "아이들은 정말 열심히 그 쇼를 만들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쇼가 재밌어지진 않았어요"
보고나서 가장 먼저, 이 작품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다큐라기보다는 본인의 아픔을 풀어내는 의식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2014년 4월 16일은 너무 아팠고, 저 역시 나름대로의 의식을 치러내고 나서야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었으니 그 마음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러나 굳이 이 이야기를 요약없이 8시간이 넘게..
그것도 나레이션도 없이 자막으로만 전달한 것은 보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좀 부족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하시는 것이 세월호 특조위 2기 출범인 것으로 이해했는데,
그렇다고 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보고 공감할 수 있는 포맷으로 만드셨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이야기의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이야기에 군더더기를 빼고, 성우를 섭외해 나레이션을 넣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본인은 확신에 차서 "진실을 보았다"고 외친 그 근거들도 충분히 검증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도리어 성급하게 "진실을 보았다"고 외치는 바람에
역공의 빌미가 제공되고 다른 정당한 가설들도 음모론으로 낙인찍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건 기우일까요?
본인 머릿속에서 이야기의 정합성이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여러 사람들에게 검증을 받았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돌이켜보니 30분짜리 다큐 하나를 만들기 위해, 교수, 전문가, 정치인, 기자 등 50명 정도 인터뷰를 했더군요.
그럼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하면, 인터뷰를 해나가는 동안에 처음에 그려졌던 이야기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처음엔 몰랐던 팩트들이 추가되며 최초의 가설이 부정되고, 정-반-합을 거쳐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나는 과정이 무수히 반복됩니다.
어쩌다보니 정해진 데드라인에 맞춰 그 시점까지의 최선을 공개할 뿐이지, 사실 다큐라는 것에 완성이 있긴 한가 하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1년간 고생하신 분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본인의 자기만족을 위해 만든 작품이 아니라고 한다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가 몰렸던 만큼, 좀 더 신중하게 "진실을 보았다"는 결론을 내렸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가 파파이스 김감독과 소통을 통해 인텐션에 본인의 자료들을 반영하는 방법도 있었을텐데
공개적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로 다큐를 공개하는 바람에 세월호 진실을 원하는 사람들 사이에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킨 것 역시 아쉽습니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정보를 처음부터 투명하게 공개했다면 인텐션이나 세월X 같은 다큐들을 만들어질 필요도 없었을 것입니다.
요약하겠습니다.
1. 엄청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2. 시청자를 위한 배려가 아쉽다.
3. 가설 검증이 아쉽다.
4. 인텐션팀과의 협업이 아쉽다.
5. 진짜 나쁜 놈들은 진실을 은폐한 놈들이다. (기춘이, 병우 등)
6. 세월호 특조위 2기 출범 강력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