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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gomin_827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에휴Ω
추천 : 3
조회수 : 29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0/09/03 10:22:52


울 아빠 돌아가신지 4년.

아직도 아빠 친구들은 울 아빠를 나쁜놈으로 알고 있다.

그놈의 돈이 뭔지.. 우정은 또 뭔지..


생전에 그렇게 술도 좋아하시고 친구도 좋아하시고

정많고 따뜻했던 사람인데


내 아직 중학생때 아빠랑 아빠 친구들이 하던 계모임이 있었다.

한달에 20씩인가 30씩인가 모아서 나중에 자식들 결혼자금으로 쓴다며

한달에 한번씩 엄마랑 좋은 옷입고 나갔던게 기억나는데.


그러다가 아빠가 총무? 를 맡았다. 돈계산하고 하는거..

회비 모아서 은행에 적금붓고 그거 누구 차례 되면 빼서 나눠주고 하는거..

근데 아빠 친구 중에 한명이 아빠한테 그런 말을 했나보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자살을 할 지경이라고.

제발 그 돈좀 자기한테 땡겨달라고. 다른 친구들한테는 자기가 허락 받을테니

빼주기만 하면 된다고...


사람 좋은 울 아빠. 처음엔 어떻게 그러냐며 잡아뗐지만

자살한다는 친구 말에 맘이 흔들렸고

계하는 친구들 허락 다 받았다는 거짓말 티 팍팍 나는 그 말에 속은척

돈을 빼서 갖다줬다.


그날 난 아빠가 친구한테 돈을 갖다줄 때 아빠 차타고 

따라갔었기 때문에 잘 안다. 분명 돈을 갖다줬고 그 친구라는 사람은 받은거.

내가 그 집에 따라 들어가서 오렌지쥬스 받아 먹은 것 까지 다 기억난다.

아빠가 아무리 친구들 돈이라도 공금이니까 최대한 빨리 갚으라고.

그 말 한 것까지 기억난다.


근데ㅋ. 아빠한테 돌아온건 사기꾼새끼 친구 등쳐먹는 새끼라는 오명.

난 그땐 어려서 몰랐다.

한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좋은 옷 입고 나가서 외식하고 오던 엄마 아빠가

왜 안그러게 됐는지.

친구 만나서 술 한잔 걸치는걸 좋아하는 아빠가 

언제부턴가 왜 혼자 술을 마시게 됐는지.


그러다가 내가 고등학생이 됐고.

아빠는 주변에 친구 한 명 없었다.

웃긴건 정작 돈 떼먹은 그 친구라는 친구같지 않은 아저씨도

아빠를 모르는 척 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쁜새끼라고 욕하고 다닌거..ㅋ..


아빠는 그래도 자기 친구라고 말 못하고.

많이 힘드셨는지 결국 1000만원이라는 돈을 직접 마련해서

그 친구한테 갖다줬었다고 한다.

이걸로 니가 꿨던거 제대로 말하고 갚으라고 이렇게 살기 싫다고.

참 바보같은 울 아빠...

근데 그 아저씨는 그걸 또 먹고 모르는척 했다고 한다...

아빠는 결국 돌아가실 때까지 친구한테 두번이나 배신당한걸

아무한테도 말하지 못했다... 

빚때문에 쪼들리면서도 빚이 있다고 말도 못했다.

돌아가시기 전에야 엄마한테 말하셨다고 한다... 빚이 있다고...


그때 내가 그걸 알았더라면. 에휴..

그때 내가 좀 더 어른이었다면........


암튼 울 아빠 돌아가시기 전에 고생도 진짜 많이 했다...

일하다가 사고로 1년 넘게 입원을 해 있어도

친구라고 한 명 얼굴 들이밀지도 않고...

심지어 장례식때조차도 안왔다.

그 쓰레기도... 지가 한 짓을 알면 사람이 어떻게 그럴수가 있는지..


좀 더 크고 나서 엄마한테 이러한 사정을 모두 듣고 나서

진짜 원망도 많이 했다...

엄마도 속 많이 태웠을꺼다...

1년 동안 병원에서 직접 간병하고...

불어난 병원비때문에 식당 일이며 청소 일까지 하면서...

얼마나 아팠을까...


근데도 우리는 아무 말도 못했다. 

참 바보같은 우리 아빠. 돈 꿔줬다는 문서 하나 남기질 않았다.

각서 하나 받질 않았다.

돈이야 우리가 열심히 살면서 벌면 되지.

우리 엄마 남동생 나... 셋이 열심히 살면 되지.


근데 친구 등쳐먹는 새끼라는 오명을 가지고

돌아가신 이후까지 친구들이 등돌린 우리 아빠가 너무 불쌍해서.

친구한테 퍼줄꺼 다 퍼주고도 말못한 바보같은 우리 아빠... 불쌍해서...

그 친구라는 새끼가 너무 미워서...

에ㅔ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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