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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본 이야기를 소설로 적어보았습니다.(01)
게시물ID : readers_136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키세료타♡
추천 : 1
조회수 : 31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6/22 17:45:00
 
<공책소설(가제)> 01
 
 
 
기람이가 죽은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이제는 텅 비어버린 내 옆자리에는 깨진 액자와 다 시들어버린 꽃 한송이만이 놓여있었다. 찬호가 기분 나쁘게 꽃을 놔둔게 누구냐며 반에서 난리를 피웠지만, 현우의 제제로 금방 소란은 식었다. 하지만 그때, 액자도 깨져버렸다.
물론 책상위의 꽃의 주인은 나였다.

기람이는 남과 어울리는것에 관심이 없었다. 아니, 그보다는 한발짝 떨어져서 관찰하기를 좋아했다. 유진이하고 잡다한 수다를 떨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기람이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우리를 노려본다던가 기분 나쁜 느낌이 아니었다. 설명하긴 어렵지만, 약간 냉철해 보이는 시선이면서도 우리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무언가를 끄적였다.
하지만 그것을 남에게 보여주는 일은 절대 없었다. 한번은, 찬호가 기람이를 괴롭히려고 공책을 뺏아갔다가 팔을 물린적도 있었다. 물론 그 다음날 기람이의 입술은 엉망진창으로 터져있었다.
하지만, 딱 한번 기람이의 공책을 본 적이있었다. 몰래 보려던 것은 아니었다.그냥, 공책이 바람에 넘어갔고, 기람이가 잠시 화장실을 간 사이였고, 주위에는 아무도 날 보지 않았다. 나는 그 공책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눈을 살짝 돌려 공책을 바라보았다. 단순한 시놉시스였다. 나는 그 속의 내용에 잔뜩 빠져버렸다.
여담을 하자면 나는 인터넷 소설, 판타지 소설 등 잡다한 소설들을 좋아했다. 게중에는 꽤 괜찮은 명작도 있었고, 때로는 말도 안되는 내용, 문체를 구사하며 기분을 망치게 하는 작품도 있었다. 하지만, 기람이의 것은 그런 소설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사실, 한장은 스스로 넘겨봤다. 이번에는 짧은산문이 있었다. 그리고 금세 그것이 소설이란 것을 알수 있었다.
문체도, 전개도 정말 좋았다. 너무 수수하지도 너무 화려하지도 않았다. 환상만을 넣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간단한 묘사로 축약하지도 않았다.딱 내 마음에 드는 보기좋은 소설이었다. 상당히 짧은 단편이었지만, 그안에는 기람이만의 세계가 담겨있었다.
나는 읽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것은 기람이가 본 시점의 나와 유진이의 이야기란걸. 몇번이고 다른 사람으로 묘사하려고 고친 흔적이 있지만, 확실히 유진이와 나의 이야기였다. 며칠전 했던 대화의 내용과 엇비슷했다. 그리고 그 전장의 시역시 기람이만의 이야기였다. '새빨갛게 물들어버린 살결. 새하얗게 굳어버린 내 모습.' 기람이 자신을 묘사했다.
고백하자면, 나는 사실 나쁜짓을 하나 했다.
기람이의 공책들을 훔쳐버렸다. 기람이가 죽은 다음날 학교에 제일 일찍와서 공책들을 가져왔다.
기람이의 사물함은 잠겨있지만, 나는 자물쇠의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공책을 훔치는 것을 부탁한것은 기람이였다. 기람이가 나에게 번호를 알려주었다. 3584. 3월5일, 8월4일. 기람이의 달력에 표시되어있는 날들 이었다. 무슨 날인지 모르지만, 기람이는 언제나 그날까지 얼마 남았는지 계산하면서 지냈다.
하나 더 고백하자면, 경찰들이 기람이의 공책들을 조사하기전에 내가 가져 올 수 있었던건, 아직 그 누구도 기람이가 죽은걸 몰랐기 때문이다. 기람이의 죽음은 단순한 가출로 정의되어있었다. 어른들은 기람이를 찾느라 바빴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이세상에서 기람이의 죽음을 유일하게 알고 있었다. 왜냐면 내가 그자리에 있었으니까.
 

왜 알리지 않았냐, 말리지 않았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약간의 변명을 해야 한다면,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은 우연이었다. 평소 기람이를 길에서 마주친다던가, 학교외의 장소에서 우연히 만난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날이 처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치 운명의 장난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말이다.
그날 나는 학교에서 쪽지시험을 망쳐서 학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 답을 미뤄쓴것은 생각도 못했다. 답답했다. 그래서 맑은 공기라도 마실겸, 학원수업을 땡땡이치고 학원건물 옥상으로 올라갔다. 공교롭게도 같은 건물의 맨 위층 오피스텔은 기람이의 집이었던것 같다.
내가 옥상문을 열자 난간에 위태위태해보이는 모습의 사람이 서있었다. 기람이었다.
"최기람? 야, 너 거기서 뭐해?"
"...뭐하긴, 기분전환이지."
"위험하니까 내려와."
"야, 나 지금 되게 기분 좋다? 조금전까지 되게 기분 안좋았거든? 근데 지금은 상쾌해. 나 조울증인가봐."
"알겠으니까, 일단 내려와 잘못하면 떨어져. 거기 위험한거 몰라? 작년에 여기서 장난치고 놀던 애가 사고로 떨어져서 죽었잖아."
기람이 답지 않았다. 평소에 세마디 이상을 하지 않던 애가 주절주절 말을 내뱉고 있었다. 내가 아는 기람이가 아니었다. 한발 물러나서 관찰만 하던 애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무언가를 실행할듯한 모습이었다.
"혜인아. 나 사람하고 대화 못하는거 알아? 하기 싫은게 아니라 못해. 이상하게 내가 말만 하면 오해가 시작되고, 일도 꼬여서 사람들하고 싸우게 되버리거든. 그래서 차라리 오해를 만들지 않도록 포기해버리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아예 사람과 어울리기를 포기했어. 그런데, 왜 이렇게 되버린걸까? "
"..."
"그래서 이제 근본적인 원인이 없어지면 되겠다싶어. 차라리 '내'가 없으면 오해가 안생기겠지?
지금까지 도망치고 싶어도 견뎠는데 이제 다 놔버리려구. 다만 한가지 아쉬운건, 내 공책들. 언젠가 다듬어서 세상밖으로 보내주고 싶었는데. 너도 본적있지? 다 알고 있어. 뒷처리도 제대로 않하고 그게 뭐야. 몰래 봤으면 티를 내질 말아야지. "
"기람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후회 안해? "
"어, 나 이제 도망치려고. 아무도 못찾게 도망칠거거든. 선생님도 못찾고 '그 녀석'도 못찾고... 나 찾아다니는 꼴 보면 정말 웃기겠다. 이미 나는 없는데 어떻게 찾으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려나.
맞다. 부탁하나 하자면, 내 공책좀 훔쳐줄래? 며칠, 시간을 끌테니까 그사이에 빼돌려주면 돼. 다른사람들이 그걸 읽는건 싫어. 그대신 너는 봐도 좋아. 내 첫독자로 너정도면 충분해. "
"어디있는데?"
"사물함. 비밀번호는 3584. 그안에 있는 공책들 전부 내 이야기야."
기람이는 그 말을 마치고 난간에서 내려왔다. 여기있으면 시간을 끌 수가 없다면서, 옥상문을 열었다.
"기람아. 있잖아... 방금 너 얘기 되게 잘했어."
"어, 그렇네?"
기람이는 처음으로 나에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웃는표정은 아니었지만 분명히 웃었다.
 
기람이의 시체가 발견된것은 그로부터 이틀 뒤였다. 기람이가 언제 죽었는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확실히 기람이는 그날 죽었을 것이다. 발견된곳은 바닷가였다고 들었다. 확실히 늦가을에 바다를 가는 사람은 거의 없고, 언제 죽었는지조차 알기 힘든 곳이다. 안 들키고 죽이에는 나름 최적의 선택지였다. 다만 기람이의 마지막이 많이 괴로웠을거란걸 생각하면 조금 안타까웠다.
나는 기람이의 부탁으로 그 다음날 아침 바로 공책을 빼돌렸다. 공책은 양이 조금 많았다. 내 사물함으로옮기느라 내 사물함속 물건을 꺼내서 책상위에 올려놓고 하루를 보낼 정도였다. 집에가서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버렸다. 그리고 1권으로 추정되는 제일 오래된 공책을 꺼내서 매일 갖고 다녔다. 아직 용기가 없어서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고혜인. 이꽃 치워라. 담임이 전학생 온다고 치워래. "
"전학생? 설마 지금 이자리에 앉힌다고? "
"찝찝하긴 한데 어쩌냐, 자리가 없는데. "
"...알겠다. "
찬호는 나에게 치워란 말을 남기고 다시 자기무리로 돌아갔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시든 꽃과 액자를 쇼핑백안에 집어 넣었다.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화장실에서 휴지를 떼와서 책상을 닦았다. 먼지가 묻어나왔다.
다 닦아내자 종이 울렸다. 조례시간이었다.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자리에 앉았다. 시끌 벅적한 교실이 갑작스레 조용해졌다. 곧이어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왔다. 옆에는 전학생이 있었다.
"조례 시작하기 전에, 전학생부터 소개 하겠다. 이름은 강유림. 유림아 인사해라. "
"안녕. 강유림이라고 해. 외국에서 살다가 저번주에 귀국 했어. 8년만에 한국 돌아온거야. 그래도 학교는 한인학교 다녀서 한국어는 잘하니까 별로 걱정 안해도 돼. "
전학생, 아니 유림은 이뻤다. 곧게 솟은 키에, 적당히 마른 체격. 남자들이 좋아할만한 얼굴. 목소리도 청명해서 듣기 좋았다. 성격도 좋아보였다. 교실 속 남자애들이 전부 '오오' 이러며 히죽거리고 있었다.
유림은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내 옆자리로 왔다. 유림은 나를 보며 잘 부탁한다고 했다. 나도 잠시 고개를 돌려 잘부탁한다고 대답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쉬는 시간에는 내 옆자리가 너무 시끄러웠다. 옆반부터 전 학년에서 내 옆자리의 주인을 보러 왔다. 나는 쉬는시간마다 내 자리를 뺏겨야 했다. 딱히 자리에 상관은 없지만 저러다가 누가 내 책상 안에 숨겨놓은 기람이의 공책을 누가 발견할까 약간 초조했다. 다행히도 아무도 내 책상속은 관심이 없었지만 만약 일어설때나 실수로 책상을 쳐서 책상속에서 떨어진다면, 그 뒤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림은 당장 책이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녀와 책을 같이 봐야했다. 유림은 종종 작은 목소리고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친하게 지내고싶다는 표시 같았다. 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학교 구경 시켜줄 수 있어?"
"점심시간에 점심빨리먹고 구경시켜줄게."
"이름 이쁘다. 혜인에서 혜는 은혜할때 혜 맞지? 인은 무슨 의미야?"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에에, 나중에 알면 나한테도 가르쳐줘."
"음, 집가서 물어보고 내일 가르쳐줄게."
"진짜? 잊어버리면 안된다? "
"알았어. 내가 그런거 잊어버릴 정도로 바보는 아니거든."
쓰잘데기 없는 이야기들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지금 시간은 맨날 자습이나 시키고 혼자서 이어폰키고 영화나보는 창재선생님의 시간이었다. 나로써는 피해볼 것도 없기에 계속 받아주었다. 유림은 생각보다 말이 많았다. 겉으로 보기에는 얌전하고 오히려 수줍어 할것 같았는데 거리낌없이 나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외국에서 살다와서 그런걸까.
"그런데, 이자리주인은 어딨어?"
"어? 그앤,..."
나는 그냥 전학간거라고 둘러 대려다가 말을 멈추었다. 어디있어? 무슨뜻이지? 보통은 어딨냐고 묻나? 전학갔다고 생각하고 다른것을 묻지 않나? 그리고 누군지 궁금한것은 몰라도 어딨냐니? 이름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 어딨는지 궁금한가?
"혜인아?"
" 그게, 나도 몰라."
얼버무렸다. 사실 거짓말도 아니었다. 나는 혜인이 어디서 죽었는지 모른다. 지금 어디에 묻혔는지도 모른다. 애시당초 시체가 발견되긴 한건지도 모른다.
"혜인아. 다시 물을게. 얘 어딨어?"
"누구?"
"누구긴 이자리주인. 최기람 말야."
나는 순간 소리를 지를 뻔했다.
가까스로 입을막고,  유림을 바라보았다.
유림의 표정은 진지했다.
유림은 기람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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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게랑 맞는지 모르겠지만. 꿈에서 본 내용이 너무 실감나서 소설로 옮겨봤어요.
아직 학생이라서 그냥 막끄적였어요.
엉망이지만 잘봐주시면 감사합니다.
혹시 이상한부분이나 어긋나는부분있으면 지적해주셔도 되요.
그대신 비난은 싫어요.... 비난과 비평은 한끝차이라잖아요.
만약에 책게랑 성격이 정말 안맞는 글이라면 지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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