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근 1년동안 오유 구석구석 눈팅했지만 글은 처음 써보네요.
이별 준비를 하고있어요. 아무래도 다가올 것 같아서 미리 준비를 해놔야 할 것 같아서요.
군 전역 후, 여자친구를 사귀게 되었어요. 꿈만 같은 일이었어요. 제가 짝사랑하던 사람이었거든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절 사랑하는 건 정말 크나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 사람은 저와 정말 반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달랐어요.
저는 내성적이고 매사에 신중하려고 하는 성격 탓에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 사교성도 뛰어나지 않아서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추구하는 성격인 반면에, 그 사람은 적극적이고 조금 천방지축이긴 하지만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사교성도 뛰어나서 인간관계도 넓은 성격이었어요.
반대라서 더 끌렸는지 그 사람이 정말 좋아서 저답지 않게 용기내서 고백해버리고, 고맙게도 승낙해주어서 사귀게되었죠.
어느덧 2년이 다 됐네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자랑하고 싶을 정도로요.
사실 저는 2년동안 실수투성이었어요. 연애, 몇번 안해봤거든요. 그것도 성인이 되기 전에요. 너무 오래돼서 기억도 잘 안나네요.
여자마음 하나도 모르고 그냥 그 사람을 좋아하기만 했어요. 그래서 2년동안 실수하고 배우고 실수하고 배우고, 또 실수하고 연속이었죠.
항상 그 사람이 친구들에게 하는 말이 있었어요.
"얘는 연애 하나도 몰라서 가르치느라 애먹었어."
정말 고맙게도 많이 배웠어요. 그 사람도 참고 가르치느라 많이 힘들었을거에요. 근데도 또 실수하게 되더라구요.
결국 또 저의 실수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시간 좀 갖자고 하더라구요. 예전같은 마음이 안든다고...
미안하다고 했어요. 매번 그랬던 것처럼. 상황을 모면하려고 미안하다고 하는 건 아니었어요. 매번 미안한다고 하는 거 모두 진심이거든요.
항상 실수 할 때마다 제가 미워요. 바보같아요. 배운 것도 또 까먹어요. 진짜 꼴통인가봐요.
한달만 시간을 갖자고 했는데 저는 싫다고 했어요. 지금까지 시간 갖는 커플 중에 잘되는 커플은 한 커플도 못봤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사람의 뜻을 존중했어요. 한달동안 시간을 갖기로 했죠.
그 후로 정말 하루가 일년 같아요. 노래 가사 속에서만 나오는 말인줄만 알았는데, 정말로 하루가 일년같네요.
2주하고 조금 더 지났어요. 못 만났던 친구도 만나보고, 그 사람이 싫어했던 밤샘게임도 실컷 해보고, 영화도 보고, 술을 진탕 마셔봐도 재미가 없네요.
구멍이 크게 하나 뻥 뚫린 느낌이에요.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가 않아요. 지금 한참 바쁠땐데, 이럴때가 아닌데도 마음대로 안되네요.
어딜 가나 그 사람 생각 뿐이에요. 사실 같은 동네 살거든요. 2년동안 이 주변에 안 가본데가 없어요. 밖에 나가면 어딜가나 그사람 뿐일 정도로요.
그렇게 2주가 지나고 그게 조금 견뎌질만 하니까 남는건 간절함 뿐이네요.
오늘 되는 일이 참 없었어요. 뭘해도 손에 잡히질 않으니 당연한 결과겠죠. 그리고 주변에 온통 스트레스 인데다가 오랜만에 종로에 갔는데 거기도 그 사람과 자주 갔던데거든요. 충전해놓은 줄 알았던 핸드폰 예비 배터리도 맛이 가서 오유 눈팅도 못하는 바람에 집에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피해왔던 사색을 했어요. 멍하니 생각하고 있는거 피하고 싶었어요. 계속 슬픈 생각만 하게돼서요.
휴... 아무리 생각해봐도 간절함 뿐이에요. 그 사람과 함께있는게 좋긴 했어도, 내가 그렇게 행복했던 사람인지 몰랐어요. 분에 넘치게 바라는게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이 곁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말이에요.
앞으로 2주가 더 남았어요. 얼마나 긴 시간일지 벌써부터 두렵네요. 이별, 준비해야 해요. 이렇게라도 준비 안 해놓다가 그 사람 앞에서 볼품없이 펑펑 울어버리면 안되잖아요. 근데 어떻게 하는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이별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