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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져리와 머져리. 두 번째
게시물ID : panic_827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헨리죠지
추천 : 10
조회수 : 172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5/08/21 12:5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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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그 날 모임에 100일 휴가 나온 나온 친구 녀석과 다른 녀석들,

아마 저까지 남자 다섯, 여자 둘. 이렇게 일곱이 모였던 것 같습니다.

형제 갈비에서 고기 먹고 호프 한 잔 하러 근처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지요.

신나게 얘기하며 떠들고 있는데 제 친구가 갑자기 저를 툭툭 치며 말합니다.

“야야, 저기 재네 봐라 끝내 준다.” 라고 말하기에 무심결에 술집에 들어오는 사람을 봤는데,

어라? 코카콜라녀가 자기 친구와 들어옵니다.

깜짝 놀랐어요, 그저 어? 이렇게 마주 칠 수도 있네? 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제가 먼저 아는 척을 했지요. 자기는 친구랑 호프 한 잔 하러 왔다더군요.

잠깐 간단한 얘기 좀 하다 그러면 나도 친구가 있으니 재미있게 놀라고 애기한 후 제 자리로 왔더니 제 친구들 눈이 휘둥그래져 있습니다.

저 여자 누구냐고 묻는데 달리 할 말이 없더군요,

그래서 그냥 ‘아는 사람’ 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니들과 어울릴만한 여자 아니니까 그냥 신경 끄고 술 먹고 가자고.

코카콜라녀는 친구들과, 저는 제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데 그녀가 저희 자리께로 오더니 저를 불러냅니다.

나가 봤더니 자기를 왜 피하냐고 묻더군요.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서 그런 적 없노라고 말했더니 내일 뭐하냐고 묻습니다.

자기 친구들과 홍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같이 보자고. 그래서 순순히 그러마고 했습니다.

그런데 제 친구는 부르지 말고 나오라네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는 같이 만나기가 좀 불편하답니다.

일단 알았다고 대답했죠. 그 얘기하는데 제 친구들이 자꾸 짓궂은 눈초리로 쳐다보는 게 느껴져서 빨리 자리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서는 저를 붙잡고 물어 봅니다. 같이 있는 여자들 누구냐네요.

혹시 사귀는 사람 이냐기에, 아니다 어릴 때부터 친한 애들이라고 얘기했죠.

 
다음 날 홍대 역 근처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당시 있었던 레스토랑 같은 곳이었는데 코카콜라녀, 최화정녀, 청바지녀 셋이 여전히 먼저와 낄낄거리고 있더군요.

간단한 인사를 하고 같이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테이블에 케이크가 보입니다.

웬 케이크이냐고 물어보니 오늘이 최화정녀 생일이랍니다.

아, 그럼 미리 말이라도 해주던가. 갑자기 자리에 앉아 있기 민망해집니다.

엄청 뻘쭘하더군요. 남 생일잔치에 빈손으로 앉아 있자니.

그래서 잠시만 나갔다 오겠다고 하고 근처 꽃집을 찾아 뛰어 다녔어요.

그 때가 7월 이었는데 꽃 집 찾아 청기와 주유소 부근에서 홍대 정문께 까지 땡칠이 마냥 뛰어 다녔습니다.

다행히 정문 앞쪽에 꽃집이 있기에 그곳에서 백합을 한 다발 샀어요.

그리고는 또 헐레벌떡 레스토랑으로 뛰어 가는데 한여름에 삼십분 넘게 뛰어 다녔으니 온몸은 땀범벅이 된 채 돌아 왔습니다.

생일 축하한다고 꽃다발을 최화정녀에게 전해주니 최화정녀와 청바지녀는 센스 있다고 박수 치고 좋아하는데 코카콜라녀 눈빛이 심상치가 않습니다.

 


4.

그 모임 이후에 두 번인가? 세 번 정도 만났던 걸로 기억합니다.

전처럼 넷이 만나거나, 아니면 청바지녀가 빠지고 셋이 만나거나.

그런데 좀 관계 정립이 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나는 분명히 셋이 친구 관계로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정신 차려보면 코카콜라녀가 제 옆에 앉아 있다거나, 또 희한하게 그렇게 자리가 잡히면 최화정녀 표정이 안 좋아 보이거나.

제가 몇 번 ‘뭐 어때 우린 친구잖아’ 라는 뉘앙스의 말을 던지긴 했지만 또 대놓고 ‘우린 남자 여자로 보지 말자’ 라고 말하기도 애매합니다.

그래서 또 슬슬 전화가 오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기 시작했죠.

 
어느 날 코카콜라녀에게 전화가 왔는데 제가 돈이 없어서 못나간다 그랬습니다.

뭐 사실 저는 대학 때부터 부모님께 용돈 없이 알바로 제가 살았기 때문에 실제 돈이 없기도 했거니와, 좀 찌질하긴 하지만 핑계 대기는 제일 좋더군요.

그렇게 두어 번 핑계를 댔는데 어느 날 코카콜라 녀가 자기 친구들이랑 압구정동에 있는데 나오랍니다.

더 빼기도 그렇고 마침 할 일도 없던 터라 나갔는데 어라? 코카콜라녀 빼고 세 커플이 모두 쌍쌍입니다.

제 등장이 졸지에 코카콜라녀 애인이 등판한 게 돼버리더군요.

그런데 코카콜라녀가 제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저 앞에 슈퍼에 가서 이름 얘기하면 주인 아줌마가 뭐 줄 거야. 그걸로 여기 술 값 좀 계산해줘” 라고 합니다.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가게 앞 슈퍼에 가서 이름을 말하니 주인 아줌마가 저를 힐끗 쳐다보더니 뭔가 두툼한 봉투를 내밀더군요.

내용물을 빼 보니 만 원짜리가 오십 개 들어 있습니다.

하 이거 정말 뭐하자는 건지.

어쨌건 분위기 망치기 싫어서 파장 무렵 제가 계산하는 걸로 했습니다.

기분 참 묘하더군요.

그 때 술값이 십이만 원 인가?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일단 그 때 화도 좀 났지만 한편으로 그냥 얘가 애인 없다는 게 꿀리기 싫어서 그랬나 보다 하고 이해하고 넘어 갔습니다.

밖으로 나왔더니 오늘은 차를 가져 왔다면 타랍니다.

그 날은 빨간색 갤로퍼 숏바디를 끌고 나왔더군요.

그 때만 해도 갤로퍼가 비싼 차의 상징이었는데.........

타랍니다. 자기는 술 안마셨다고. 집에 바라다 준다네요.

차에 타서 제가 남은 돈을 줬습니다.


“이거 술값 계산하고 남은 거야”


“응? 그거? 너 써 그냥. 그리고 이거 가져가.” 라며 뒷자리에 있던 박스를 제게 줍니다.


그게, 하트 모양으로 된 선물 상자 같은 건데 꽤나 컸습니다.

직경 한 삼십센치 정도 박스?

“이게 뭔데?” 라고 말하며 겉에 묶인 리본을 풀으려고 하니 풀지 말랍니다.

집에 가서 풀어 보라네요.

그런데 이게 너무 가벼워요. 저는 기껏 해야 쵸콜렛이나 먹는 게 들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런 것 치고는 너무 가볍습니다.

어쨋건 그 날 저희 집 앞에 바라다 주기에 그냥 박스 들고 털레털레 집으로 갔습니다.

차에서 내릴 때 그러더군요.

“남은 거 앞으로 내가 만나자고 할 때 택시비로 써. 나 때문에 오늘 고생 했잖아” 라고 말 합니다.

그런데 그 말에 자존심이 상해야 정상인 건지, 그냥 자기 심심할 때 만나러 나가는 거니 별 생각 없이 받아야 하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일단 집에 가서 생각 해 보기로 하고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 일단 씻고 박스를 열어 봤습니다.

 

헐............

 

이게 뭐야.

 

그 큰 박스 안에 만 원짜리를 돌돌 말아서 빼곡히 채워 놨습니다.

 

이미테이션 쪼그만 장미 두 세 송이 정도 들어 있고 나머지는 전부 다 만 원짜리입니다.

 

이런 니기미.

 

참고 있었던 화가 폭발합니다.

 

 

 

 

4.


“넌 C발 내가 거지같아 보이냐?”


라고 말했던 걸로 기억 합니다.

아마 그렇게 말했을 겁니다.

다음 날 압구정동 카페에서 만났을 때 그렇게 말하며 종이 박스를 탁자에 던졌습니다.

코카콜라녀가 쐐한 눈빛으로 저를 쳐다봅니다.

순간적으로 눈빛이 엄청나게 무섭습니다.


“아...아니 뭐.....욕한 건 미....미안한데....야, 그래도 이건 아니지. 돈을 나한테 왜 줘.”


하........정말 지금 생각하니 등신도 이런 상등신이 없습니다.

 
“그냥 써.”

 
그녀가 별것 아니 라는 말투로 심드렁하게 말하며 쥬스를 마시더군요.

 
“아니, 그냥 쓰는 건 말이 안 되고, 이...이건 내가 못 받지. 그냥 가져가”


무덤덤하고 차가운 표정에 제가 쫄았습니다.


“그래? 그거 너 돈 없어서 나 만나러 못나온 다고 하기에, 나 만날 때 비용으로 쓰라고 준 거야. 너 그냥 안 쓰고 나 만날 때 비용으로 쓰면 되잖아. 그 말이 어려워?”

 
“어? 아니, 어렵진 않은데.........”

 
“줬으니까 그냥 쓰던지, 너 안 가져가면 나 지금 들고 나가서 길바닥에 확 뿌려 버린다.”

 
“엉? 그...그래. 일단 알았어.”

 
그리고 나와서 술집으로 갔습니다.

술집에서 자기가 좋아 한다고 J&B 대자를 시킵니다.


“나 오늘 술 좀 먹고 싶으니까, 이거 너랑 나랑 다 먹기 전에는 집에 못가”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죽기 살기로 마셨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엥? 장소가 어느새 호텔....................
출처 짱공유 hyundc 님

http://fun.jjang0u.com/articles/view?db=106&search_field=nickname&search_value=hyundc&no=1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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