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반대 진영은 ‘죽어도 문재인의 집권만은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자신들의 밥통이 깨질 거라 보아서다.
그런 부류에는 대략 4 가지가 있다. 조중동과 종편 등 보수 언론은 문 전 대표의 집권이 언론사 운영에 위험을 초래하고, 이들 언론의 백그라운드인 재벌과 공안 세력의 이익을 갉아먹을 것을 우려한다.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문 전 대표의 당선으로 민주당이 집권 여당이 되면 호남 민심이 급격히 민주당으로 옮아가, 다음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 의석 대부분을 잃을 수 있다. 민주당의 비주류 정치인들도 경우에 따라 차기 총선에서 공천 탈락하여 정치 생명을 마감할 수 있다.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후, 보수 진영의 컨트롤 타워인 조중동, 특히 조선일보의 오피니언 리더들은 정권이 진보 진영으로 넘어갈까 봐 노심초사해왔다. 조선일보는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제3지대에서 개헌을 고리로 개혁보수신당, 국민의당, 민주당 비주류를 한 데 묶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대선 후보로 내세워 보수 정권 재창출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플랜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국민의당 지도부나 소속 의원들이 제3지대에서의 야합에 동의하더라도 국민의당 지지층인 호남 유권자들이 이를 용인하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야합의 명분으로 ‘개헌’을 내세우고 신DJP연합으로 치장하더라도 호남 유권자를 설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현재의 개헌 논의는 정치인의 권력 배분 문제이고 일반 서민에게 와닿는 먹고 사는 일과 관련이 없다. 과거 DJP 연합은 호남 출신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하기 위해 보수 색채의 김종필 자민련 총재, 전두환 세력인 박태준 민자당 대표와 손잡은 것이어서 호남 유권자들이 흔쾌히 동의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제3지대 야합은 조선일보가 주도하는 보수 정권 재창출 플랜에 국민의당이 따라가는 것이라서 호남이 동의할 리 없다. 국민들은 반 총장이 한때 박 대통령의 아바타였고, 새누리당 내지 보수 진영의 잠재 후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따라서 제3지대에서 신DJP 연합을 기획하는 전략가들은 이러한 반발을 무마하고자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이 차기 대선에서 주도적으로 정권을 창출하는 모양새를 연출하려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반 총장이 국민의당 정강 정책과 개헌 입장에 적극 찬성하며 국민의당에 전격 입당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반 총장이 국민의당 입당을 타진했는데, 자신은 정체성이 안 맞아 거절했다고 발언한 것은 국민의당 지지층이 반 총창의 국민의당 입당에 얼마나 반발하는지를 떠보며 반 총장 입당을 모색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손학규 전 고문이 이끄는 국민주권개혁회의가 국민의당과 통합하는 정치 이벤트도 이 시점을 전후해서 연출될 것이다.
박 전 원내대표나 조선일보가 원하는 가장 바람직한 그림은 국민의당이라는 플랫폼 위에서 반 총장, 손 전 고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아름다우면서도 치열한 경선에 임하고 국민적 관심 속에 반 총장이 대선후보로 뽑히고, 안 전 공동대표와 손 전 고문이 반 총장의 당선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지지 선언하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까지 대선 출마의 꿈을 키워온 안 전 대표가 나가리가 된다. 한 마디로 1년 반 동안 죽 쑤어 반 총장에 주는 꼴이다. 안 전 공동대표가 어제 칩거에 들어간 것도 자신이 팽당하는 이런 흐름을 심각하게 고민해서이다. 안 전 공동대표가 친박, 친문을 빼고 누구와든 연대할 수 있다는 호남계에 당권이 빼앗긴 이상, 반 총장이 제3지대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막을 재간이 없다. 안 전 공동대표가 현실을 받아들여 반 총장에게 죽을 몽땅 줄 수도 있고, 반발하여, 민주당과 협력하는 깜짝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 안 전 대표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정국 흐름을 가르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반 총장을 대선후보로 선출한 국민의당은 대선 막판에 개혁보수신당과 연대, 또는 통합함으로써 보수 및 개헌 연대라는 대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려 할 것이다. 이로써 조선일보가 그린 보수 정권 재집권 플랜이 완성된다.
한편, 잔류한 새누리당은 당의 생존을 위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퇴 후 대선 출마를 종용할 것이다. 황 대행이 차기를 노려 고사하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거나 김문수 전 지사처럼 비중이 없는 후보를 마지못해 내세울 수 있다.
개헌을 매개로 한 작금의 문재인 고립 전략도 이런 대선 시나리오의 일환으로 본다. 그리고 이 플랜은 김부겸 의원이 문 전 대표에게 개헌에 적극 나서달라고 요구하는 입장문을 페이스북에 올린 12월 15일 경부터 실행되었다고 추정한다.
정권 교체를 바라는 야권으로서는 늘 부담되는 게 조선일보의 영향력이다. 민주주의와 정권 교체를 외치던 국민의당 정치인과 민주당 비주류 정치인들이 역사적 소명과 정권 교체를 꼭 이루어달라는 민의를 내팽개치고 오로지 자신들의 영달을 위해 조선일보의 보수 재집권 책동에 야합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 하지만 촛불을 든 국민들이 이런 책동에 넘아갈 만큼 어리석지 않고, 미디어오늘이 에스티아이에 의뢰하여 지난 12월 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 제3지대 반기문 후보, 새누리당 황교안 후보가 가상대결 하였을 때, 문 후보 49.0%, 반 후보 26.2%, 황 후보 13.3%로, 문 후보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 점은 희망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