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유 동게 여러분~ ^^
저는 부산에 사는 남징어에요.
오유에서 주로 동게에서 냥이나 다른 동물 사진들을 보면서 항상 하루에 쌓인 스트레스를 치유합니다. ^^
많은 오유분들이 새끼냥이들이나 아가들을 입양하며 사진글을 볼때마다 항상 부럽다고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저 스스로가 아직 반려동물에 대해 100% 책임을 져줄 수 없다는 것과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항상 사진으로만 바라보기로 했어요.
대신 냥이들과 더 가까이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고 좋아해서 동네에 있는 길냥이들하고 눈인사나 하고 가끔 소시지 조공을 바치고 있어요. ^^;
덕분에 동네에는 친한 길냥이들도 생겼구요.
잡설이 조금 길었네요.
사실 이틀전이었어요.
출근하면서 길을 가던 중이었어요.
그리고 정말...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삐이' 하는 소리를 듣고 옆을 보니 화단에 왠 새끼냥이 한마리가 죽어있는듯 등을 보이고 있었어요.
약간 등을 움직이는게 죽어있는것 같진 않았고 죽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가까이 가려고 하는 순간, 어디서 하악거리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옆을 보니 어미냥과 다른 새끼냥 3마리가 경계하면서 보고 있었어요.
냥이에 대해서 많이 알진 않지만, 어미냥이 나에게 향한 적대감이 엄청 나다는 건 분위기로 알수 있었어요.
애기한테 손을 뻗었다간 당장이라도 와서 할퀴면서 달려들 것 같았죠.
고민이 됐어요.
분명히 애기냥이 죽어가고 있는 것은 맞고 왠지 어미냥은 애기냥을 버릴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어요.
이대로 놔두면 죽을거 같다는 생각이 너무 확실히도 들어서 다시 집에 올라와서 안쓰는 비니모자와 따뜻한 물이든 통을 챙겨서 다시 내려왔어요.
제가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아니면 처음부터 애기냥이(노라)가 너무 약해져서 그런지도....
다시 내려가니 어미냥과 다른 새끼냥들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고, 노라는 여전히 그자리에서 그대로 있었어요.
노라를 들자마자....... 좀 충격적이었어요...
눈, 코, 입에 개미들이 들끓고 있었어요. 아마도 노라에게서 죽음의 냄새를 맡은 거겠죠.....
가지고 있는 티슈로 노라 얼굴에 붙어있는 개미들을 다 털어내고 노라에게 온수통을 안기고는 비니에 살짝 넣었어요.
오랜 시간을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었는지 몸이 많이 차게 식어있었어요...
출근이고 뭐고 노라부터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병원에 데려가면서 노라한테 계속 말을 걸었어요.
조금만 있으면 괜찮으니까 참자고 힘내자고....
처음 병원에 가니, 아직 진료할 준비가 안됐다고 다른 병원을 추천해주더군요.
그대로 나와서 노라를 안고 다른 병원으로 갔어요. 거기도 아직 준비가 안됐는데, 다행히 간호사분이 위급한 상황임을 알고 바로 노라를 안고
진료실로 데려갔어요.
그리고 그 후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어요.
병원비는??? 치료해서 어떻게 키울거야??? 부모님 설득은 어떻게 하고??? 이렇게 살리고 입양시킬거야??? 낮에는 누가 돌봐줄까?????
키우는 비용 많이 들텐데???? 키우면 중성화는 시켜야겠지???? 독립하게 되면 집에 혼자일텐데 괜찮을까???????
그런 고민을 막 하다보니 수의사님이 부르시더니 노라상태를 얘기 해주시더라구요.
하루 입원하고 돌봐야 될텐데 비용이 어느정도 들거라고 얘기하시고는 너무 아가라서 아마 힘들 것 같다고 미리 언급을 하시더라구요.
수액을 먹어야 하는데 먹는 기운마저도 거의 없는 것 같다고.......
그래도 애가 어떻게 기운만 좀 차리면 회복될 수도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노라가....
울 힘도 없어서 힘 없이 켁켁 거리고 있었어요...
그래도 일어나려고 고개를 들다가 쓰러지기를 반복했어요.
가슴이 아팠어요.
고양이 보호자 동의서에 사인하고 데려가지 않을시에 유기묘보호소에 보낸다는 문구도 확인하고 입원하여 링겔 맞는 거까지 보고
간호사분들에게 애기 꼭 잘 봐달라고 부탁하고 출근길에 나섰어요. 병원문을 나서면서 꼭 노라는 내가 키우자고 다짐했어요.
처음에는 살려놓고 분양까지 어느 정도 생각했었지만, 얘가 살려고 나를 불렀구나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었죠.
출근길에 오르면서 어린 새끼냥이 돌보는 방법, 필요한 물품, 정보들을 막 검색했어요.
암컷인지 수컷인지 생각도 안하고 이름도 그때 '노라' 라고 지었어요.
집에 가서 부모님 설득할 방법과 앞으로 노라 키울려면 낮에는 회사에 데려가서 돌볼수 있도록 회사에 양해를 구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저녁에 퇴근하면서 노라를 꼭 볼려고 퇴근 시간계산도 하고 있었죠....
그래요. 사실 노라가 살거라고 거의 믿고 있었어요.
아마 1시간쯤 됐을까요. 처음보는 전화번호로 누군가 전화가 왔어요.
왠지 불길해서 받기가 싫었어요.....
아닐거라고 생각했어요. 노라 얘기가 아닐 거라고 그렇게 믿었어요.
수의사님과 간호사분들이 미처 조치도 취하기도 전에 노라가 숨을 거뒀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마지막에 비명 한번 지르고는 그대로 숨이 멎어버렸다고 얘기해주었어요...
결국 토요일 오전에 들려서 노라의 유해를 거두기로했고, 병원에서도 그떄까진 냉동보관 해주겠다고 했어요.
하..... 그 1시간전까지 그렇게 살려고 발버둥치던 노라가 너무도 허무하게 가버렸구나.
비록 짧은 시간 짧게 만난 묘연이었지만 너무도 슬펐어요.
어쩌면 나에게 처음으로 묘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게 아닐까하는 마음에 더 슬펐던 것 같네요.
출근길에 울지 않을려고 참고 참다가 결국 회사 화장실에서 소리없이 펑펑 울었어요.
일하면서도 괜시리 생각이 나서 눈가가 흐려지기도 했고.....
늦은 퇴근길 지하철에 오유를 하며 노라랑 닮은 고양이를 봤어요.
럭키였나요???
그 아이의 아가때 모습이 노라랑 정말 판박이었어요...
걔 모습을 보면서 노라가 계속 머리속에 그려졌어요...
조금만 더 빨리 발견했어도 살 수 있었을텐데...
노라도 럭키처럼 살 수 있었을텐데...
유해를 수습하러 가는 병원에서 노라의 이름을 등록하지 않은게 마음에 걸려서 고양이라는 이름을 노라로 바꿨어요.
비록 가는길에 이름이라도 남겨주고 싶었어요...
노라 유해를 수습하고 안고 돌아오는 길이 너무 슬펐어요.
그 가늘게 이어지려던 생명이 끊어져서
이젠 힘 없이 차갑게 변해져 있는 것이 너무 슬펐어요.
집 뒤에 있는 산에 노라를 묻기로 했어요. 사람발길이 그나마 적다고 생각되는 곳에 흙을 파고
노라가 가는 길 춥지 않고 따뜻하길 바라며, 노라를 넣었던 비니도 같이 묻었어요...
어제, 오늘 노라의 생각이 계속 나서 주저리 적어봤어요.
묘연이 있다면 언젠간 또 꼭 노라를 만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