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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이야기] 철책 내 단독군장의 거수자 10여명 발견.
게시물ID : military_446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카오스모스
추천 : 12
조회수 : 2744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4/06/23 00:21:59
GOP 총기난사 후 탈영 사건으로 또 다시 뒤숭숭하네요.
 
언제까지 이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을런지..
 
전에도 GOP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글로 쓴 적이 있었는데, GOP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겸 제가 경험했던 위험천만했던 상황을 글로 써볼까 합니다.
 
 
 
 
먼저 GOP와 GP에 대해 헷갈려하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고자 그림을 첨부해봅니다.
 
 
 
 
슬라이드2.JPG
 
PPT를 이용해 위 그림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정도면 기밀이랄 것도 없는 매우 기본적인 내용이긴 합니다.
 
 
우리는 분단국가로 휴전선(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한과 북한이 나뉘어 있다는 건 모두 잘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휴전선이라는 것은 유명무실한 가상의 라인입니다. DMZ(비무장지대) 안에 철책이 구분되어있는 것도 아니고
 
휴전이 이루어지던 당시 점령했던 곳 만큼의 땅을 기준으로 나눈 것이기에 사실상 정확하게 여기가 남쪽 땅이고 북쪽 땅이고
 
구분을 짓기는 어렵습니다. 그저 DMZ 안에서는 아군과 적군이 수색/정찰 중 언제든 조우해도 크게 이상할 것 없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적군이 DMZ 이남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철책이 존재합니다. 그것이 위 그림에 있는 철책선이며  이 철책선은
 
휴전선으로 그어진 선으로부터 2km지점에 위치합니다. 북한 역시 휴전선 이북 2km까지의 DMZ가 있으므로 따지고보면 4km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DMZ를 지나 북한 땅에 도달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도 북한도 2km를 꼭 지키진 않아 짧은 곳은 DMZ 구역이 1km
 
수준에 불과한 곳도 있습니다. 우리와 북쪽에서 조금씩 땅따먹기 식으로 DMZ 안쪽으로 야금야금 가까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철책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부대가 GOP 부대입니다. 또 이 철책 안쪽으로는 GP라는 이름의 전진소초가 따로 존재하는데,
 
이곳은 수색대의 소대가 돌아가며 투입되어 근무를 하는 매우 고립된 공간입니다.
 
지난 2005년 김동민일병의 사건이 벌어졌던 곳이 바로 이 GP입니다.
 
 
그리고 이 GP로 투입되기 위한 보급로가 존재합니다.
 
GP인원들의 투입/철수 및 보급을 위한 도로이며, 이것은 철책선 중간 중간 XX(숫자)통문을 통해 DMZ와 GOP지역을 이어줍니다.
 
GOP 초소의 경계근무는 소총소대가 담당하며, 통문초소의 경계근무는 화기중대의 소대가 맡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1년간 GOP에서 근무하고, 또 다시 철수하고를 반복하는 시스템입니다.
 
 
 
앞에서 철책에 대해 말씀을 드렸는데, 이 철책은 다소 특이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확대를 해보면 아래의 그림과 같습니다.
 
슬라이드1.JPG
철책선은 1개의 철책이 동-서로 쭉 이어진 것이 아니라 총 3개의 선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가장 먼저 지어진 1선과 2선, 그리고 3선의 3개 철책인데 1선은 사실상 찾아보기가 힘들만큼 오래되어 무너져버린 상태입니다.
 
그 뒤로 2선이 있는데 이 역시 군데군데 뚫린 부분이 많이 있구요. 그래서 3선철책이 보강되어 한줄로 쭉 이어져 있습니다.
 
3선 철책이 없을 때에는 북한군의 침투가 용이하다보니 자고있는 GOP 소초원의 목을 따고 유유히 돌아간다는 전설도 있고..
 
또 김신조 일당도 쉽게 침투가 가능했었지요. 하긴 3선이 있어도 소초 문을 두들기고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군도 있으니....
 
 
어찌되었건 GOP와 GP는 이런 구조로 되어있는데, GOP 경계병력인 소초원들은 철책을 지키며 근무를 하게되고,
 
통문소초원들은 통문을 지키거나 또는 하루 2번 포진지를 점령하고 포를 방열하는 포대기를 합니다.
 
또 여기에 수색/매복 작전이 있습니다. 이것은 GOP소초원들이 하는 것은 아니고 수색대 인원들이 통문을 바깥의, DMZ 안에서
 
낮에는 수색을 하고 밤에는 매복을 합니다. 이것은 매일 계속되는데 통문 개방시간에 맞추어 투입되고 또 복귀해야합니다.
 
하지만 이 수색매복 인원들의 실수로 인해 큰 사고가 일어날 위기가 있었습니다. 이제부터 이야기의 시작입니다.
 
 
 
 
저는 일반 소초에서 근무를 하던 중 다리를 다쳐 GOP생활 후반에는 중대본부로 자리를 옮겨 상황근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상황근무 중 한 10시 11시쯤 되었을까요. 이른바 딸딸이라 불리우는 구형 통신장비 TA-312가 따다다닥 하는 소리를 내며 울립니다.
 
벨이 울린 곳은 제가 속한 중대도, 대대도, 연대도 아닌, 바로 옆 사단의 통신라인이었습니다.
 
단 한번도 직접 통화를 해본 적도 없고, 가끔 통신병이 라인유지를 위해 테스트 겸 신호만 넣어봤던 곳인데 전원투입도 끝나고
 
전반야 경계조가 투입된 상태에서 급하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를 들으니 긴장이 되었습니다.
 
 
나 : 통신보안! XXX중대입니다.
 
OO중대 : 여기는 A사단 OO중대본부입니다. 지금 3선 철책 안쪽으로 단독군장을 한 무장상태의 거수자 10여명이 XXX중대
섹터쪽으로 이동 중입니다. 해당 소초로 전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수색/매복 작전을 위해서든, 보수작업을 위해서든 철책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하루 전 연대본부에 출입인원의 명단을
 
정확하게 보고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인데 3선 철책 안쪽으로 걸어다니는 무장상태의 사람들이 있다니.....?
 
저는 생각하기에 침투할 곳을 찾는 무장공비들이라고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급하게 해당소초 상황병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취침중이던 중대장과 보급관을 깨우고 대대로 급하게 TA-312를 돌려 보고를 했습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요. 대대장에게서 떨어진 명령은 수하 후 불응시 바로 선제사격하고, 전 중대원은 출동대기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죽겠더군요. 이렇게 교전이 발생하면 이걸로 인해 혹시라도 국지전 성격의 전투가 발발한다면....?
 
우리 머리 위를 노리고 있는 북한측 포가 불을 뿜으면 GOP 안에 있는 병력은 그냥 몰살될 것이 뻔한 상황인데......
 
이렇게 죽게 되는구나 싶었지요 그 때에는....
 
저 역시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도록 소총을 메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긴장상태로 10분여가 흘렀습니다.
 
이번에는 OO중대가 아니라 대대본부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대대본부 : 카오스모스 아저씨? 저 XX예요~ 지금 상황 종료됐으니까 절대 발포하지 말라고 전달해주세요.
그 사람들 오늘 수색들어간 수색대인데, 통문개방에 철수시간을 못맞춰서 갇힌 상태라고 확인됐어요.
 
 
그제서야 안심하며 급하게 해당소초로 다시 연락을 해 내용을 전달했습니다.
 
만약 그 인원들의 이동이 조금만 더 빨라서 우리 섹터에 도달했다면? 수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발포가 시작됐다면?
 
게다가 해당 섹터의 첫 소초는 크레모아와 MG-50이라는 대공화기가 설치된 곳인데다, GOP에서는 뭐든 보이기만하면
 
다 쏴버려서 휴가 또는 전역가겠다고 혈안이 된 병사들이 가득한데........
 
정말 아찔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참 길어졌네요.
 
GOP에서 정말 고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데, 그곳에서 헛된 죽임을 당한 부사관과 병사들에 조의를 표하며
 
모든 병사들 역시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빠른 회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군장병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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