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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굳이, 자살관련 글을 읽고 그 사람을 이해하려하진 않는다.
게시물ID : gomin_8276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淸人
추천 : 3
조회수 : 39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9/03 21:06:28
2011년 1월 1일. 푸른 꿈과 하늘보다 높은 자신감을 안고 전역을 했어. 바로 공무원공부를 시작했지.
대학생활에 크게 흥미도 없었고 그 생활 자체가 내가 가진 꿈과는 거리가 멀어서, 바로 휴학신청하고 시작한 공무원 공부.

헌데 슬럼프에 닥치니까 이도저도 안되더라.
슬럼프에 대해 고민하니까 그냥 정신력으로 이기래. 뭐 아직도 어린 주제에 무슨 거창한 고민이냐고.
사람 미칠 노릇인데 그냥 이 악물고 깡으로 버텼지만 역부족이었어.
슬럼프는 곧 나락으로 변했어. 끝도 없이 떨어졌지.

그러다가 빛줄기 하나를 마주하게 되었어.
어떻게 한 사람을 마음에 두게 되고 그 사람을 기둥삼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남자친구가 있대 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

거울에 내 모습이 비치지 않는 그 기분을 알아?
눈 비비고 다시 봐도, 아침에 봤다 저녁에 다시 봐도 정말로 내 모습이 보이질 않아. 그 망할 거울에.
아마 그때가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해본 때일 거야. 처음으로.

그리고 삶의 미련이 한 방울도 안남아 그마저도 막 증발하려하는 시점에, 오유하는 은인으로부터 구원을 받았다.
같은 종류의 아픔을 가지고 있어서인가, 나이는 내가 더 많았지만 나는 그 사람에게 꼬박꼬박 존칭을 붙여가며 이야기했다.

사실 그 사람의 호칭을 은인이라고 했는데, 너무 부담스럽다고 해서 그냥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미 한 번 버린 내 삶, 그 사람에게 받았으니 내 것이지만 내 것이 아니어서 함부로 버릴 수 없는 성질의 것이 되었어.

뭐 그 뒤로 말못할 곡절들이 많지만, 그 곡절들로 내 가슴을 스스로 갈갈이 찢어버렸지만, 그래도 살아간다.
내 목숨이 아니라 받은 목숨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는 그리 가벼운 사람이 아니게 되어버렸어.
좁아터진 시야를 좀 더 넓혀보니, 애초에 나만의 목숨따윈 없었어. 오직 받은 목숨만이 있을 뿐이었어.

난 어리석었다.
부모님에게 받은 목숨에, 수많은 친구들과 스쳐가듯 지나간 인연들과 우연히 알게된 인연들이 내 목숨에 새로이 살을 붙여줬던 거야.
나뿐인 나는 없다는걸 깨달았다.
그래서, 한 때 자살을 생각했던 나 자신에게 굉장히 죄스럽다. 앞으론 그딴 생각 하지 않으련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가벼이 여기지도 않는다.
다만 이해하려하지는 않을 뿐이야.
각자 짊어지는 운명의 무게도 다르고 그 느낌도 다른데 어떻게 함부로 그 무게를 재단할 수 있을까? 그건 만용이다. 썩을 자만심이다.
그 사람의 운명을 멋대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거야.

죽을 용기로 살아갈 수는 없어. 살아갈 용기가 없어서 그런 거다.
참 스스로가 우습게도, 조금이나마 자살을 이해하게 되니 타인의 마음에 뭐라 왈가왈부하고 싶진 않다.

그래도, 바꿀 수 있다면.
조금이라도 덜어줄 수 있다면.
그냥 부끄럽고 부끄러워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는 내 모습을 감춘 채로 조심스레, 잠시 마음 비빌 언덕을 만들어줄 뿐이야.
이해? 건방지다 참ㅋㅋㅋㅋㅋㅋㅋㅋ

한 때 그게 가능하리란 생각을 했던 내가 그렇게도 부끄럽다.

고민글들 찬찬히 읽어보다가 울컥해서 허튼 소리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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