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자칭 진보에 자유주의자라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우리나라는 진보도 보수도 없어요. 그냥 다들 자기 이익에만 환장할 뿐이죠. 한나라당 지지하는 사람이랑 까는 사람이랑 사실 크게 다를건 없습니다. 지지하는 사람은 그편이 자기한테 이익이니까 지지하는거고 까는 사람은 그편이 자기한테 이익이니까 까는거고
지지하는 이유? 까는 이유? 각자 말은 그럴듯하죠. 대의를 위해. 국익을 위해. 근데 사실 조금만 들춰보면 그딴거 없거든요. 똑같은짓을 해도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하면 별거 아니고, 내가 까는 사람이 하면 죽을죄가 되죠. 미운짓을 해서 미운게 아니라 미우니까 미운짓이 눈에 띄는 겁니다.
전쟁범죄자인 일왕 히로히토가 죽었을때 김대중 전 대통령이 어떻게 하셨는지 기억하는 사람들은 기억하겠죠. 독도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뭐라고 칭하셨는지도 기억하는 사람들은 기억할 겁니다. (물론 그게 기억이 안 나는 사람들은 그냥 붕어구요......) 근데 현실은 단지 "기다려달라"라며 언급을 피한 이명박을 까기 바쁘죠.
특히 제가 오유에 대해 제일 신물나는건 전혀 조금도 똘레랑스라는게 없다는 겁니다. 오유의 메인 유저층이 좀 정신연령이 어려서 그런가보다 하고 있긴 합니다만 여기 사람들은 자기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을 보면 "음 내 생각은 다르지만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지"라는 반응이 아니라 "헐 그딴생각을 하다니 쓰레기 정신병자"라는 반응이 나와요.
베스트간 글에 댓글들 중 메달 달린 댓글들 보면 "우리나라는 진보vs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정상vs비정상 내지는 상식vs몰상식의 대결이다"라는 댓글들 있잖아요. 여기 분위기가 이래요. 대세에 묻어가지 않으면 넌 비정상. 넌 몰상식. 넌 알바. 넌 저능아. 근데 재밌는건 사람 심리상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 거기 편승하게 된다는 겁니다. 내 리플에 메달 달리면 기분좋잖아요. 반대먹으면 짜증나구요. 그렇게 몇번 "메달 달릴법한" 댓글을 달고 나면, 자기 자신이 진짜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인 양 세뇌를 시켜 버려요. 대표적인 인지부조화 사례죠. 중국 공산당이 포로가 된 미군들을 세뇌시킬 때 써먹은 방법입니다. (딱히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오유에서 그런 심리학적 기제를 써먹었단 말이 아닙니다. 추천/반대 시스템이 자연스레 가져온 결과입니다.)
그 증거가 뭐냐면요, 여기 사람들은 "균형감각"이라는게 없어요. 야 이건 좀 심한거 아니냐. 그렇게까진 아닌 것 같다. 이런 리미터라고 할까, 제동장치같은게 없어요. 전형적인 인지부조화의 증상입니다. 왜 그런 증상이 생기냐면 애초에 자기 생각이 아니거든요. 이미 가장 합리적인 결론을 내겠다는 생각따윈 잃은지 오래, 중요한건 내가 얼마나 훌륭하고 깨끗한 사람인지를 과시하는 거잖아요. 북한같은데서 자기가 열성당원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아버지까지 고발하는 놈들이 생기는 이유도 그겁니다. 인민재판이 가능한 이유도 그거구요.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걸 포기해 버린 사람은 "정도"라는걸 몰라요. 그러니까 정치인 누구 죽여버려야 한다는 사람이 "열성 오유당원"이 되어 영웅 취급을 받고, 그렇게까지 말하는건 좀 심한거 아니냐는 사람은 "반동분자"가 되어 악플선언을 당하죠.
저는 타고나길 좀 반골로 타고나서 제가 맞다고 생각하는 의견에도 태클부터 걸고 보거든요. 반박하는거 봐서 그게 타당하다 싶으면 더욱 보강된 주장이 되는거니까요. 근데 오유에서 그러다가 몇번인가 신나게 다구리당하고 나 죽이러 오겠다는 사람까지 나와서 때려쳤었습니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인데.......여긴 하나도 안 변했네요. 전 다시 가 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