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그대의 은혜를 평생 잊지 않겠다”
눈뜨지 못할만큼 밝은빛과 함께 그들은 사라졌다.
그의 제자들과 많은 은혜를 입은 공신들은 하나같이 상기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나역시 주체할수 없을만큼 눈물이 흐르려 했지만 참고 또 참았다.
나는 이들의 군주이기 때문에.
하나 둘 자리를 뜨고 결국 나와 시녀만이 남았다.
“여왕님. 이제 그만 자리를 옮기시지요”
서서히 몸을 일으키던 그순간 다시 한번 엄청난 파장과 함께 빛이 뿜어졌다.
그리고 그들이 타고 갔던 MQ-1이 다시 한번 그 자리에 나타났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어서가서 공작들을 불러와라”
“예. 여왕님.”
MQ-1의 문이 열리고 다시 그가 내 앞에 나타났다.
검디 검던 흑발은 군데군데 노란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주름도 깊었다.
한쪽 가슴을 부여잡은채 기체에서 내린 그의 양 옆에는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함께 있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여왕님.”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거라 생각했다...신체스캔중이니 잠시 그쪽에 있거라”
달려가 그를 꼭 안고 부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하지만 그는 부인이 있는 몸이고 나는 여왕이다.
내 감정은 내것이 아니었다.
신체스캔이 모두 끝났다.
“심장이 망가졌구나”
“예. 여왕님. 아내의 심장이죠”
“너의 시대에서 고치지 못할병을 얻어 다시 시공간을 초월하여 이곳에 온것이냐”
“아..닙니다 여왕님.”
“그러면 도대체 왜 다시 이곳에 온것이냐.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더냐!”
“바꿔야 할 과거가 남아있....”
“아빠!”
그는 차디찬 바닥에 쓰러졌다.
때마침 공작들과 공신들이 들어왔다.
불과 30분전까지만해도 자신의 시대로 돌아간 우리의 영웅은 그자리에 차디찬 시체로 남았다.
지금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나는 막지 못했다.
여왕의 가슴도 무너져 버렸다.
달려가 그를 부둥켜 안고 목놓아 그를 불렀지만 되돌아 오는건 내 자신의 메아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