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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격훈련때 겪은 미스테리? 공포?
게시물ID : panic_827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일마레따
추천 : 2
조회수 : 134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24 08:49:59
때는 1997년 가을쯤 상병말 정도였습니다.
 
그당시 저는 고양시 쪽에서 군복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유격훈련은 60트럭을 타고 약 40분정도 걸리는 오봉산이라는 곳에서 받았던 것으로 기억되네요.
 
유격훈련은 오전,오후에는 PT를 받고 저녁에는 담력훈련이라고 해서
 
혼자 산 한바퀴를 도는 훈련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앞 사람과 약 5분정도의 텀을 두고 출발했었기 때문에 그냥 깜깜한 저녁에 후레시하나에 의지해서
 
혼자 산을 돌아야했었죠.
 
 
담력시험이라고 해봤자, 숨어있던 조교가 나와서 놀래킨다거나, 공중에 매달려있던 하얀소복을 입힌
 
마네킹이 떨어진다거나, 수풀에 숨어있던 조교가 발목을 붙잡는다거나 하는 귀신의 집 수준의 내용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무섭다거나 하지는 않았었습니다. 더군다나, 군입대전 학교시절, 혼자 밤길을 걸으며 생각을 한다거나,
 
눈을 감고 조용히 풀벌레 소리에 귀기울이던 이상한(?) 성격의 저였기 때문에 그다지 무섭다고 느끼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냥 놀래는게 짜증날 뿐이었죠.
 
 
문제는 코스의 거의 마지막 토끼굴 체험이라는 것에서 생겼습니다.
 
토끼굴 체험은 땅속에 좁고, 길게 파놓은, 사람이 겨우 지나갈만한 굴을 낮은 포복으로 지나가는 것인데
 
길이는 약 10미터정도? 되었고, 정말 좁았기 때문에 지나가기 굉장히 힘들었던 걸로 기억됩니다.
 
어두운건 참겠는데, 그 뭐랄까? 폐소공포를 일으키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좌우상하에서 압박하는 굴의 크기와, 그 특유의 흙냄새....언제 무너질지모른다는 생각들...
 
지금보면 쇼생크탈출에서 하수관 통로를(냄새를 제외하고) 기어가는 느낌이랄까요
 
 
암튼 저도 그 토끼굴 체험을 하기위해 막 토끼굴 입구에 엎드려 기어갈 준비를 하던 순간이었습니다.
 
고개를 들고 앞을 보니 전투화가 보이더군요.
 
"아...어떤 자식이 늦게 왔나보다" 라는 생각으로 빨리가라 빨리가라 라는 생각만 가지고
 
천천히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이 자식이 너무 느리게 가는 겁니다. 아무리 좁은 통로라고 해도 그렇게 늦게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 늦게 가길래....
 
앞을 보고 "아 올빼미 아저씨 좀 빨리 갑시다"
 
라고 말하는 순간 뭔가 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까 후레시를 비춰가며 처음 봤던 앞사람의 전투화는 왼쪽뿐이어서
 
"아...오른발은 앞으로 구부렸구나. 졸라 날씬한 아저씨네"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두번째 빨리가자는 저의 재촉과 함께 다시 본 앞사람의 전투화도 왼쪽만 있는겁니다.
 
 
그럴수도있겠다 싶었지만 더욱 이상한건 제가 굴을 지나갈때 잠시 쉴때면 들려야하는 앞사람의
 
포복소리(땅에 끌리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순간...머리가 띵해져오더군요. 아무리 논리적으로 머리를 굴려봐도 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더욱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제가 올빼미 아저씨 빨리 좀 갑시다 라고 하니, 앞사람의 왼발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기 시작하는 겁니다.
 
뭐랄까? 뒤틀린다는 것이 좀더 정확한 표현이었는데 뭔가 굉장히 기괴한 느낌이 들었었고,
 
저는 땅에 코를 쳐박고 ㅆㅂ ㅆㅂ 만 중얼거릴뿐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못가고, 뒤로도 못가는 상황에서 미치겠더군요.
 
그순간 뒤에서 "빨리좀 갑시다 올빼미 아저씨"라고 하는 말이 들림과 동시에
 
긴장이 탁 풀리더군요. 앞을 보니 이미 저는 토끼굴 출구에 머리를 내민 상태였구요.
 
 
재빨리 나와 주위를 둘러봤고, 앞쪽으로 후레쉬를 비춰봐도 인기척은 없었습니다.
 
뒤에 나온 올빼미 아저씨한테 혹시 저말고 다른 사람 있는거 못 보셨냐고 물으니
 
못봤다고 하면서 대신에 코를 찌르는 듯한 땀냄새(쉰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해서
 
제 냄새인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아저씨도 아닌것 같다며 의아해하더군요.
 
저는 그런 냄새를 맡지 못했었는데....
 
 
암튼 쏜살같이 복귀해서 멍한 상태에서 담배하나 피다가 그냥 날을 꼬박 새버렸었네요.
 
어떻게 마무리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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