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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금 월탱문학) 엘크, 그리고 T34
게시물ID : humorbest_8285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당무
추천 : 30
조회수 : 2520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4/01/29 12:27:47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1/29 03:18:06
자칭원빈님의 베스트게시글 [19) 엘 色 크] (http://todayhumor.com/?humorbest_828449)을 보고 제멋대로 이어서 썼습니다.





엘크는 미끄러져 들어오는 T34의 주포의 느낌이 포탑에서 구동축까지 전달되는것을 느꼈다. 

-엘크의 해치, 무척 좁아... 

T34의 무전이 엘크의 갸냘픈 안테나를 타고 무전기를 간질였다. 

엘크는 탄약고의 고폭탄이 유폭되는듯 번쩍이는 느낌에 차체를 떨었다. 

-거, 거긴....트...틀려요!  거기가 아니야..!

엘크의 단말마를 무시하고 T34의 주포는 엘크의 좁은 해치를 더욱 비집고 들어왔다. 포탑링이 T34의 압력에 눌려 찌그덕거리기 시작하자 엘크는 더 이상 반항할 수 없음을 깨닫고 포탑의 동력을 끊었다. 

T34는 엘크의 미약한 포탑이 멈추자 더욱 우악스럽게 주포를 해치 안으로 쑤셔넣었다. 

-나의 부앙각을 느껴줘. 어떻게 생각해? 

상하로 족히 20도는 움직이는 120mm주포가 엘크의 연약한 차체 안에서 날뛰었다.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은 이내 쾌감으로 물들며 엘크를 유린했다. 

-아앗...! 거긴...! 소화기가...! 

T34의 주포가 엘크 내부의 소화기를 찌르자 하얗고 진한 할론가스가 새어나왔다. 

진한 밀도의 할론가스가 엘크의 주포와 해치로 솟아오르자 엘크는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며 이내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좀 들어? 

엘크는 넓고 밝은 T34의 프리미어 차고에서 눈을 떴다. 

간밤에 미처 다 나오지 못하고 남아있는 할론가스가 여전히 차체 안에서 맴도는것이 느껴졌다. 

엘크는 조심스레 엔진을 가동시켰다. 

미약한 엔진의 울음소리가 둥근 프리미어 차고 천장에 반향되어 기분좋은 가르랑소리로 들렸다. 

-105옥탄 가솔린이야. 목을 좀 축이는게 어때.

엘크는 말 없이 가솔린을 받아 마셨다. 주유구를 통해 미끄러져 들어오는 가솔린의 느낌이 지난 밤을 상기시키는듯 했다. 

-나... 처음이었어요.... 

T34는 새삼스럽지도 않다는듯이 위장막을 엘크에게 덮어주고는 엘크의 후방으로 돌아들어갔다. 

-경전차가 된거, 축하해. 

전 날, 엘크를 거칠게 유린했던 T34의 120mm주포가 지금은 따듯한 용접봉처럼 엘크의 엔진룸을 어루만졌다. 

엘크는 왠지 모를 허무함과 상실감에 주포를 늘어뜨린채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었다. 

-.....나, 난 바샤티옹을 보면서 항상 중형전차가 되고 싶었어요. 

엘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중전차가 보기에는 중형전차나 경전차나 어차피 비슷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중형전차가 되고 싶었어요. 중형전차가 된다면 이 빈약한 장갑도 조금은.... 

T34가 조용히 포탑을 좌우로 선회했다. 

-난, 경전차인 엘크가 좋아. 

엘크는 조금 빠르게 포탑을 좌우로 선회했다. 

-아냐, 거짓말인거 알아요. 판투의 긴 주포를 보고 설랜적이 한 번 도 없다고는 하지 말아요. 당신이 육구의 클립포를 바라보던 그 조준경의 광채를 나는 아직도 기억해요. 

T34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T34의 120mm짜리 주포는 마치 50구경짜리 기총처럼 힘이 없었다. 

-육구는, 판투는 당신의 이 거대한 주포를 나보다 더 만족시켜줬겠죠? 나는 어차피 정면 피격으로도 한방감이니까요. 

엘크는 T34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듯 클러치를 움직여 기어를 한 단 넣었다. 그러나 간밤의 격렬한 기동때문인지 구동계는 여전히 말을 듣지 않았다. 

-난....아냐..... 난 엘크의 얇은 장갑이 좋아. 
-거짓말이에요. 
-엘크의 머리카락같이 가는 안테나를 좋아해. 
-거짓말....
-엘크의 교태부리는듯한 엔진소리를 좋아해. 
-거짓... 
-엘크의 반쯤 고정된 포탑도, 내 궤도의 절반도 안되는 좁은 궤도폭도, 너무 낮아서 마우스 아래로 들어갈수 있을것 같은 차체도 정말 좋아해. 
-...... 

T34의 주포가 엘크의 포탑측면을 타고 서서히 올라왔다. 

-내 정비창에 슬픈 보석을 흘리지 말아줘. 

엘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흐르고 있던 가솔린을 눈치챘다. 

T34의 주포는 금빛 실가닥 같은 가솔린자국을 씻겨주듯 어루만졌다. 

엘크는 그런 그의 주포를 가만히 느끼고 있었다. 

주포는 엘크의 갸냘픈 안테나를 퉁기듯 지나가 해치 언저리에 이르렀다. 

간밤의 여운이 남아있는 해치는 아직도 민감한 상태였다. 

-엘크의 해치... 예뻐. 

-바보... 말로 하지 말아요.... 부끄러우니까....

지난밤과는 달리 부드러운 포신의 상하움직임이 엘크의 해치 내부를 다시 자극했다. 

아침의 따가운 햇살 아래 두 전차는 이내 하나가 되는 중이었다.




출근한 정비병: X발 이게 무슨일이야;;

하.... 야밤에 글로 현자타임 가지기는 오랜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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